캠핑

Climbing Mt. Shasta, 정상에 서다

by mysong posted Jun 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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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토요일...

다른 사람들이 불평을 하던 어쨌던...ㅎㅎ, 난 푸욱 잘 잤다.
이른 시간이라 아침을 안 먹고 올라가겠다는 횐님들도 계셨지만... 난 따뜻한 국물을 먹었음 좋겠다.
누룽지 국밥에, 요세미티 Half Dome 산행 아침에 못 마신 게 한이 되어버린 커피까지 마시느라 조금 지체 되었다.  Sorry!!

4시 50분,  
스무하루 달과 별과 온천지 하얀 눈이 나름 빛을 내고, 앞선 이들의 몇몇 헤드라이트 불이 깜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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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20분, 날이 밝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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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30분,  한시간 가량 올라 갔을까...
멀리 발 밑으로 Helen Lake 캠프가 보인다.  왼쪽에서 2~4번째 점이 우리 텐트들.
이런 가파른 눈길을 직선으로 혹은 지그재그로 취향대로 올라간다. Red Bank 꼭대기까지 앞으로 두시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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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맘에 안드는 사진이지만...   나를 빼고 보면 나름 괜찮다.
이날 내 사진은... 휴우~ 한숨에다 욕까지 나온다. ㅈ.ㄱ.ㄹ.
이런 곳에선 후세에 길이 남길 만한 사진 하나 남겨야 하는데, 비쥬얼이 여~엉 엉망이다.
산행당일엔 전혀 모르다가, 사진을 로딩하고는 컴화면에서 처음 발견한 내 모습... 억~ 뒤로 넘어갔다.
두꺼운 비니위에 쓴 大 자 바이크헬멧 땜에 완전히 E.T.다.
머리만 큰 게 아니라 뒤뚱거리기까지....emoticon
(만약 앞으로의 산행에서 제가 잘 안보이면 쪽팔려서 못 가고 있다고 생각하시길....)

그래서 생각중이다, 다음에 갈 땐 멋지게 코디를 해야지 하고... 다시 샤스타에 가야 할 이유 하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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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Bank 바로 밑이고 금방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을 듯이 보이지만... 일단 가보면 안다.
그냥 계속, 쭈욱, 하염없이 올라가야 한다는 걸. emoticon

새벽에도 날씨는 계속 바뀌어 맑다가 구름 가득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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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시간 반쯤 올라왔으니... 언제나 즐거운, 그렇지만 짧은 휴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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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 Lake 이 점점 멀어지고...  저 세 사람, 늘 저만치 떨어져서 열심히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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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경사 땜에 앞으로 숙이고 묵묵히 걷는 모습에서, Rodin 의 조각상이 겹쳐 보인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네명인가 다섯명 정도 고뇌에 찬 혹은 지친 상태로 둘러 서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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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10분.
두시간 반을 올라온 지금, 이제 Red Bank 의 발가락 사이를 통과하기 직전.
가파른 경사의 절정이다.
우리가 오른 길은 샤스타의 남서루트, 저 능선 뒤 동쪽 하늘로부터 파란 빛이 번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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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40분,
Red Bank, 발가락 사이를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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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 감격!!)

먼저 도착해 뒤늦게 올라오는 사람들을 느긋하게 구경하는 것도 한 재미할 듯 싶은데, 그런건 내 몫이 아닌가보다.
난 그저 저기 저렇게 앉아 있는 사람들이 부러울 뿐이고....   어여 가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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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에 올라서니 이미 중천에 뜬 태양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침 7시 50분,  출발한지 3시간 20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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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Misery Hill 까지 가파른 능선길이다.
특히 능선의 오른쪽(동향)은 절벽 또는 가늠할 수 없는 깊이의 눈이 바람결대로 몰려있다.
눈이 얼마큼 쌓였는지 실험해 보시지는 말길... 그냥 쑤욱 빠진다.
누군가는 자살충동을 일으키는 곳이라고 하기도 했지만,  눈땜에 숨막혀 죽고 싶진 않다.
... 그 눈속에 뭔가 (frozen body?) 있진 않을까, 방정맞은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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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보이는 길을 따라 또 줄기차게 한시간 반 가량 오르면 Misery Hill 의 끝, 마침내 Mt. Shasta 의 정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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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뿌옇다, 습기가 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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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0 ft 에서 내려다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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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저 세사람이 오늘 처음으로 정상을 밟은 사람들인듯.  오메~ 부러븐 거...
가림막도 없는 허허벌판... 엉덩이를 내 놓지 않고도 일을 볼 수 있는 male 도 부럽다.  
다음 생엔 부디 남자로 태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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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ery Hill 가는 길 왼쪽으로.  넓은 평지같은 공간이 나온다. Parking Lot.
저쪽 끝에서 올라오는 사람도 어쩌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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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ery Hill 꼭대기에 서면...
보인다.  저 앞 높은 바위산, Summit - 14179 ft.

사진 오른쪽부터, 산제비 - 여장부 - 사나이님. 
Hchung, 네바다, 시에라님은 그 앞 &꼭대기에 보이는 9여명의 사람중 누구...
심심하신 분들은 누가 누군지 한번 맞쳐 보시던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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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건 먼 풍경?  쉬하는 분보다 뒤에서 넋을 놓고 바라보는 두 분이 더 재밌다는...
그리고 정상을 저만치 앞두고 막판 눈밭에서 뒹굴며 놀기.

먼저 올라가신 세 분은 시간과 날씨땜에 그리고 태평스런 뒤의 五인 땜에 걱정이 많으셨다고... 죄송합니당.
걱정 같은 건 리더의 몫일까?  
정상에 못 오를 거라던지, 구름 때문에 시야를 가려 길을 잃거나 glacier 에 빠진다는 건 그저 기우이거나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사람은 팔자대로 주어진 운명대로 산다(는 게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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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 그만큼 가까와서인가, 아님 공기오염이 없는 곳이어서일까 햇볕이 너무 뜨겁다.
예전에 이미 고산증세를 두번이나 겪었고 한번은 12000 ft정도에서도 나타났었기 때문에 좀 걱정되었었는데, 이번엔 거뜬했다.
대신 사고능력 제로 상태.
머리랑 귀가 너무 뜨거웠는데도, 헬멧이나 모자, 겉옷을 벗어야 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들지 않았다.
시원한 눈밭에 드러누우니.... 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한잠 잠이라도 자고 싶었지만, 입 돌아갈까봐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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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상을 향한 마지막 가파른 경사길이다. 돌아 돌아 오르는 길, 30여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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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이 생기길래, 드뎌 올 것이 왔나 했는데, 다행히도 Sulphur Springs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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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50분,  The Summit - 14179 ft / 4316 m

에고고~ 다 왔다. Helen Lake 을 떠난지 6시간 하고도 20분.
방명록에 쓴 것처럼 정말 감격스런 날, 흐믓한 순간이다.
'Behind bars' 에서 보냈던 22년전 6월 13일, 것도 금요일의 하루가 머릿속을 스친다. 그 때가 기억나는 같은 날, 최악의 하루였다면
지금은 당연 더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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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무거운 (한짝에 7 lbs?) 산악스키를 메고도 오르막 길에서 나를 앞질러 오른 멋찐 아자씨...
한달에 한번 꼴로 스키타러 온다고. (또 부럽다 ;;)
우리 단체 사진을 부탁했더니, 셔터를 연속으로 누른다, 7번씩이나. ㅎㅎ 어쨌던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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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오르느라 숨차고, 그리고 졸려요.

My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