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어느날 캠핑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Supai Village. 알고보니 상당히 유명한 곳이었지만 Grand Canyon지역을 여러번 다녀오면서도 그 근처에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마침 Grand Canyon backpacking을 계획하고 있던 때라 얼마간의 research 후 곧바로 이곳과 연계하여 trip plan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어언 반년을 기다려 드디어 지난주 (4월20-28일) 에Supai Village와Grand Canyon trekking을 다녀왔다. 모두 7박8일의 기간이었지만 참으로 알차고, 즐겁고, 황홀했던 순간들. 아직도 가슴 먹먹한 이번 trekking 경험을 여러 횐님들과 공유하려 한다.
(01) Hualapai Hilltop (5200 ft). 아리조나주의 Kingman에서 하룻밤을 자고 이곳까지 오는 동안은 그야말로 황량한 아리조나 사막길에 아주 드문드문 자동차들을 만났었다. 그러나 여기 도착하니 갑자기 분위기가 돌변. 상당히 넓은 주차 공간임에도 주차하기 힘들 정도로 차량과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Havasupai Indian Reservation 경내에 있는 인디언 마을인 Supai Village로 가려면 모든 차량은 여기까지다. 이곳에서 마을까지는 도보, 말이나 mule, 혹은 헬기로만 갈 수 있다. Trekking이 주목적인 길동무와 나는 2박3일간의 backpacking 행장을 단단히 꾸려 Supai Campground (2750 ft ) 까지의 10마일 도보길을 시작.
(02) Hualapai Hilltop에서 갑자기 푹 꺼져있는 Hualapai Canyon으로 우리가 내려가야할 trail이 나 있다. Hilltop으로부터 까마득 아래에 있는trail을 오가는 사람들이 마치 개미들처럼 보인다.
(03) 자아, 우리도 출발. 거의 수직처럼 보이는 가파른 절벽 틈새로 나 있는 수많은 switchback을 하나씩 내려간다. 햇살 좋은 아리조나의 날씨도 길동무의 컨디션도 모두 짱!
(04) 이곳의 주요 운송수단인 mule행렬도 무거운 짐들을 짊어지고 가파른 굽이굽이를 잘도 내려간다. 인간을 위해 저 고생을 하는 것이 애처로와 흙먼지를 일으키는 것도 묵묵히 감내해 줄 수 밖에 없다.
(05) switchback을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눈앞에 펼쳐지는Hualapai Canyon의 멋진 모습. 나의 사진 기술이 제대로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이 canyon 전체가 발하고 있던 그윽한 붉은 색은 아주 인상적이다.
(06) Hualapai Canyon 바닥에서 Hilltop 쪽을 올려다 본다. 이제 한 2마일정도 걸었나 보다. 이틀후에 다시 보자..
(08) 메마르고 삭막하기만 하던trail 곁으로 갑자기 어딘가로부터의 힘찬creek이 흘러내린다. 그를 따라 점점 울창해지는 시원한 나무 그늘도 아리조나의 따끔한 햇살을 가려주어 trekker들의 피로를 훨씬 덜어준다.
(09) trail을 따라 갈수록 creek의 크기도 커진다. Supai Village어귀에 있는 나무다리. 아, 이제 거의 다 왔나보다..
(10) Supai Village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바위 조형이 아주 이채롭다. 높고 붉은 암벽이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가운데 두 개의 바위 기둥이 그 암벽위에 장승처럼 서 있다. 꽤 넓은 공간에 위치한 이 마을은 신성한 뭔가로부터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는 듯 매우 안정적인 setting을 가졌다.
(11) 마을 한 켠에 있는 학교. 게시판에는 “Positive Indian Parenting” 이라는 주제로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여기에도 인디언 가정들의 딜레마가 있는지...
(12) Supai Village에서 2 마일쯤 더 들어가면 Havasu Creek 옆으로 Supai Campground가 있다. 캠핑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자리도 충분하고 혼잡하지도 않다. 우리도 바로 물가에 자리를 잡아 텐트를 치고, 개울물에 몸도 씻고, 푹 쉬며 Supai 에서의 첫날밤을 맞았다.
(13) 잠을 잘 자고 일어났다. 먼길 오느라 수고했던 몸도 한결 개운하다. 오늘은 Supai가 자랑하는 폭포들을 구경하며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기로하고 먼저 Mooney Falls 로. 길을 나서자 말자 길동무가 캠프장 건너편 암벽 동굴을 발견하고 곧바로 기어오른다. 위험해 보이는 곳일수록 더 재미있어 하는 이 사람의 성향. 우짤꼬…
(14) 캠프장에서 Havasu Creek을 따라 하류쪽으로 반마일 남짓 가면Mooney Falls를 만난다. 갑자기 급강하하는 Havasu Creek 의 우람찬 물줄기, 독특한 파란 물빛깔과 불그스럼한 폭포벽의 조화, 장고한 세월의 물흐름들이 빚어 놓은 폭포벽의 기기묘묘한 암석 흔적들.. 그동안 여러곳에서 멋진 폭포들을 많이 보아 왔지만 이런 setting과 이런 유형의 폭포는 실로 처음이다.
(15) 폭포 바닥까지 내려가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신비스러운 독특함에 홀린 마음들은 저지할 수 없을 것 같다.
(16) 바닥까지 내려가는 길은 이런 좁다란 동굴로 부터 시작한다.
(17) 동굴을 통과한 후는 깎아지른 절벽 틈새로 만들어 놓은 캐이블과 사다리로 하강한다. 폭포 물보라에 흠뻑 젖어 있는 암석과 캐이블과 사다리들이 시종 가슴을 서늘하게 하지만 이 모든 위험도 이런 멋진 정경 앞에서는 그저 재미로 여겨질 뿐…
(18) Mooney Falls앞에서 우리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한참이나 머무른 후 오늘의 목적지인Beaver Falls로 향했다. Mooney Falls에서 Beaver Falls까지 가는 trail은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환상에의 초대” 였다.
(19) 형용하기 힘든 Havasu Creek의 고운 물빛깔, 그를 감싸고 있는 붉은 적토, 그와 더불어 봄기운 가득한 나뭇잎과 수초들이 엮어내는 절묘한 경치, 강을 가로지르고 암벽길을 오르내리는 스릴 만점의 trail..
(20) 인적조차 드문 이 구간의trail에 우리는 갈수록 매료되어 간다.
(21) 어찌 황량한 사막의 한 모퉁이에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오아시스’라는 말로 여기를 표현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 어떤 말이 적당할까.. ‘도원경’, ‘낙원’, ‘낙토’ 같은 말이 이곳의 분위기에 좀 더 맞을 것 같기도 하다.
(22) trail은 한바탕 광활한 wild grape 군락지를 가로지른다. 가을에 오면 싱싱한 야생 포도가 여기에 지천으로 널려 있으련만…
(23) 또 하나의 아슬아슬 재미난river crossing.
(24) 다시 강바닥에서 절벽위로. 사다리로 암벽길을 오르는 길동무 신났어여!
(26) 드디어 Beaver Falls에 이르렀다. 이곳에는 Supai ranger 한 사람이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해 새벽부터 초막을 지키고 있다. 여기를 통과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 ranger한테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한 사람들이 저녁까지 모두 돌아와야만 이 ranger도 부락으로 돌아갈 수 있단다.
여기서 Havasu Creek을 따라 5마일을 더 내려가면Colorado강을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의 trail에 흠뻑 매료된 우리는 콜로라도강까지 내지르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았다. 그러나, Ranger가 그곳까지의 trail은 여기까지보다 훨씬 험하다고 알려 주었고, 또 우리는 그곳까지 갈 계획을 하지 않고 와 결정적으로 먹을 것이 부족했다. 며칠 후 Grand Canyon에서 Colorado강을 만날 것을 위안으로 삼고 그냥 꾹 참기로...
(27) 절벽 아래로 아름다운Beaver Falls가 보인다. 말그대로 선경이다.
(28) 다시 절벽위로부터 Beaver Falls로 내려왔다. Havasu Creek에는 이런 cascade형의 작은 폭포들이 즐비하지만 여기는 그 규모와 setting이 대단하다.
(29) Beaver Falls가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치 소풍나온 어린애들 마냥 점심을 먹고 물장난을 하고 폭포수를 맞으며 세속과 연이 닿지 않는 깊은 휴식을 만끽했다. Supai Trekking의 최고조였던 이곳. 특히 여기서 Suapi에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30) 심신이 한결 맑아진 개운한 기분으로 갔던 길을 되돌아 온다. 저만치 Mooney Falls가 다시 보일 무렵 곧 이 구간 trail의 끝이라는 아쉬움이 들고...
(31) 캠프장으로 돌아와 나무 둥지에 hammock을 걸고 시원한 나무 그늘속 산들바람을 맞으며 잠깐의 오수를 즐겼다. 신선놀음이라는 것이 뭐 따로 있으랴..
저녁식사후 날이 선선해질 무렵 캠프장 입구에 있는 Havasu Falls로 산책. 본래는 이 폭포가 Supai의 간판 타자였지만 2008년 flood로 인해 물길도 좀 바뀌었고 수량도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독특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었다.
(32) 저녁 캠프장으로 돌아오는 호젓한 길목에 개구리들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자세히 보니 내고 있는 울음소리에 비하면 덩치는 별로 크지 않은 녀석들이다. 하지만 부풀어 오르는 소리 주머니는 자신들의 몸집보다도 더 크게 된다.
캠프장으로 돌아와서도 오늘 다녀왔던 trail과 폭포들 이야기를 많이 했다. 참으로 재미있고, 풍성하고, 멋진 하루... 매일매일을 이런 뿌듯함으로 마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꼬.. 삶의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할텐데…
(33) 캠프장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있던 두 Navajo Falls (Upper Navajo and Lower Navajo) 는 Supai를 떠나는 날 아침에 들러 자세히 둘러 보았다. 강바닥에 예쁜 watercress가 유난히 많이 자라며 또다른 독특한 색깔의 조화를 보여주는 Lower Navajo Falls (=Rock Falls). 아침 나절 햇빛과 더불어 그 분위기가 아주 싱그럽다.
(34) Panorama로 잡은 Upper Navajo Falls. Lower Navajo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윗쪽에 있는 이 폭포는 카메라의 single shot 으로는 전체를 잡을 수 없을 만큼 폭이 넓다. 오랜기간동안 화석이 된 나무뿌리들을 타고 내리는 물줄기들이 그림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두 Navajo Falls는 Mt Shasta 근처에 있는 Burney Falls와 분위기가 많이 닮았다.
(35) 폭포 구경을 모두 마친 우리는 다시 backpack을 짊어지고 Hilltop으로 향했다. 짧았던 체류기간에 비하면 떠나는 마음에 담아가는 것이 너무 많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와 그리고 그 힘을 그야말로 만끽할 수 있었던 trekking이 아니었나 싶다. 자연이 고맙고 여기를 이렇게 지켜온 인디언들이 감사하다. Supai마을 어귀에 이르러 맑은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쌍동이 바위 장승탑에게 속으로 기원을 해 본다. 이곳과 여기 인디언들을 내내 잘 보살피고 지켜 주기를…
한동안 조용~하시더니, 좋은곳을 다녀 오셨네요 ^^
사실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것이 사진의 파나로마로도 표현하기 힘든것이 아닐까 싶네요.
대신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상상할수 있으니 그 또한 즐거움 일것 같습니다.
올려 주시는 후기에 상상을 더 할수 있으니, 그거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세한 설명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