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outh Rim의 Mather Campground (7000 ft)에는 아침 일찍 살얼음이 살짝 얼 정도였지만 고도가 훨씬 낮은 Bright Angel Campground (2500 ft) 는 훨씬 포근했다. 모든 팀원들이 심한 일교차와 고도차로 인한 기온변화에도 잘 적응하여 아무 탈없이 새 날을 맞았다.
(01) Bright Angel Campground에서 떠날 준비를 마친 횐님들. 자, 오늘은 Bright Angel Trail로 Indian Garden까지 올라간다. 어제의 하강길을 무사히 그리고 거침없이 내려온 횐님들 얼굴에는 이제 Grand Canyon 산행에 대한 자신감과 여유가 가득하다.
(02) 캠프장을 떠나 곧 콜로라도강을 만나자 모두들 강가로 쪼르르.. 강변에 들고 있는 아침 햇살과 더불어 표정들이 모두 소녀처럼 밝고 맑다.
(03) 잠시후 Silver Bridge위의 이분들. 이 역시 가벼운 차림으로 소풍나온 명랑한 소녀들의 모습이지 지금 등에다 묵직한 짐들을 메고 그랜드 캐년의 back country를 산행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여기기는 어렵다.
(04) trail을 따라가며 어제와 오늘 우리가 건넜던 콜로라도강의 두 다리 Black Bridge와 Silver Bridge에게 작별을 고한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으려나..
(05) 이제 곧 trail은 콜로라도강을 떠나 Bright Angel Canyon을 따라 Rim 쪽으로 오르게 된다. 콜로라도강과 이렇게 불쑥 헤어져 버린다는 것이 웬지 아쉽다. 자주 만날 것도 아닌데.. 우리는 콜로라도강가의 Pipe Creek Beach로 내려가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고 가기로..
(06) 기분 같으면 이 강물에 걍 첨벙 뛰어들어 헤엄이라도 한번 신나게 치고 싶지만 여기는 수영금지이기도 하거니와 물이 무지 차다. 콜로라도의 눈녹은 물이 흘러와서 그런가.. 두루님은 지금 두발이 엄청 시리지만 그래도 콜로라도강이 좋아 꾹 참고 한없이 담그고 있는 중.
(07) 강가의 휴식으로 상큼하게 충전된 우리는 힘있게 Bright Angel Canyon으로 다시 들어선다. 콜로라도강은 떠났지만 계속 Pipe Creek 물소리와 벗하여 걸을 수 있으니 정겹고 좋다. 고개를 들면 위로 South Rim의 Mather Point쪽이 보인다. 여기서야 아직 까마득하지만 걷다보면 다시 저기에 이를 것이다.
(08) 오던 길을 되돌아 보니 뒤쪽은 이미 햇살이 가득하다. Canyon 끄트머리로 North Rim 의 자락도 보인다. North Rim 경치가 South Rim보다 더 쥐기더라고 하니 즉각 길동무가 다음에는 거기로 가서 함 내려오자고 벌써 보챈다. 첫 backpacking으로 요세미티에 따라가서는 울다시피 하던 사람이 이젠 내가 산행에 관한 무슨 말 꺼내기가 무서울 지경. 암튼 조아요...
(09) 지금까지 완만하게 올라오던 Bright Angel Trail이 첫 switchback으로 고도를 높인다. 햇살도 점점 많이 들기 시작하며 슬슬 지열을 높이고 있다.
(10) 그러나 이 정도의 switchback은 이제 식은 죽먹기. 모두들 단숨에 오른다.
(11) 점차 기온이 오르면서 온몸에 땀은 흐르지만 모두 꾸준히 걸어서 어느새 오늘의 숙영지인 Indian Garden에 가까와 온다. 쉬엄쉬엄 왔는데도 아직 시간이 채 정오가 되지 않았다. 대단들 하다. 이 정도면 내일 올라갈 Bright Angel Trail의 본격적인 오르막길도 모두에게 문제 없을 거라고 나는 내심으로 좋아라 한다.
(13) 옛날 인디언들이 작물 재배를 했다는 곳에 자리잡은 Indian Garden 캠프장은 back country 캠프장으로서는 여러가지가 분에 넘칠 정도로 훌륭하다. 각 사이트마다 지붕이 있는 식탁까지 갖추어 놓았으니.. 일찍 도착한 덕분에 넓고 편리한 곳에 자리를 잡아 텐트를 친 후 나는 시원한 그늘 아래서 오수를 즐겼다. 일어나 보니 수다떨기로 휴식을 하시던 이분들은 어느새 저녁식사 모드로..
(14) 더위가 적당히 가라앉은 시간 Plateau Point로 출발. Indian Garden에서 왕복 3마일의 거리. 말그대로 평탄한 곳이고 짐도 없어 산보같은 길이다.
(16) 사방으로 트인 이곳. 지난번에 왔을 때는 시간이 부족해 여기서 오래 머무르지 못했었다. 오늘은 보름달 뜨기를 기다려 이 광활한 Plateau를 가로지르며 Full Moon Walking까지 해 볼 작정이다.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실컷 여기저기를 올려다 보기도 하고 내려다 보기도 한다. 우선 우리가 내려온 South Kaibab Trail 쪽과 또 올라갈 Bright Angel Trail 쪽을 파노라마로 담아 보고..
(17) 또 누군가가 한바퀴 휘 돌다가 오늘 우리가 올라온 trail곁으로 trail에서는 보이지 않던 숨은 폭포를 찾아내기도 하고..
(18) 날이 어스럼해 질 무렵, 한켠에서 콜로라도강쪽을 내려다보고 있던 아지랑님이 갑자기 와우~ 하고 소리를 지르신다. 너댓마리의 콘돌가족이 나와 콜로라도강의 깊은 협곡을 따라 한바탕 비행쇼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와우~
(19) 비행하는 콘돌들을 쫒아다니던 내 스마트폰 화면에 뭔가의 선명한 금빛 한점이 들어온다. 알고보니 마지막 석양빛을 받고 있는 아래쪽 암벽산의 끄트머리였다. 찍은 사진을 보니 카메라 화면속에 있던 그 영롱한 금빛은 아니지만 덕분에 아름다운 콜로라도강과 강변으로부터 우리가 걸어 올라온 Bright Angel Trail을 한번 더 볼 수 있어 좋다.
(20) South Rim쪽에도 오늘의 마지막 햇살이 드리워 진다. 이제 곧 어둠이 내리면 이번 산행에서는 다시 못 보게 될 곳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마지막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어제 우리에게 즐거움을 듬뿍 안겨다 주었던 South Kaibab Trail의 Ooh Aah Point, Cedar Ridge, Skeleton Point…
우리는 밤이 늦도록 Plateau Point의 널찍하고 평평한 바위에 드러누워 보름달 뜨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깊어질수록 수많은 별들이 맑은 하늘을 수놓기는 했지만 보름달은 결국 그곳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고요한 Grand Canyon의 Plateau에서 Full Moon Walking까지 할 수 있었더라면 이번 산행은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환상이었으리라.. 그러나 아쉽지는 않다. 그것 없이도 Grand Canyon의 대자연은 우리에게 이미 과분하도록 베풀어 주었으니까..
(22) 산행의 마지막 날이 왔다. 동시에 오늘은 이번 산행의 클라이맥스. Bright Angel Trail의 그 유명한 switchback들을 올라가야하는 날이다. Indian Garden 캠프장을 떠나는 팀원들의 컨디션과 사기는 한마디로 자신만만. 특히 아지랑님은 지난밤 Plateau Point를 다녀오며 신내림을 받으신 듯 잠재해 있던 知性(?) 과 에너지가 작렬!
(23) Trail에 들어 서서 우리가 가야 할 South Rim쪽을 올려다 본다. 여러층의 어마어마한 절벽들이 우람하게 버티고 있어 비집고 올라갈 작은 틈새도 없어 보인다. 암튼 분명한 것은 이제는 단지 저 위에까지 힘겹게 오르기만 해야한다는 사실..
(25) trail을 턱 가로 막고 있는 높다란 붉은 절벽이 아무리 위협적으로 보여도 두루님과 길동무의 당당한 보무를 당해낼 재간은 없다.
(26) 우리의 Four Ladies가 내 스마트폰의 한 화면에 함께 들어 온다. 헐~ 이런 사진들을 찍다보니 지나가던 어떤 hiker들의 눈에 우리가 Mormon 가족으로 비치기도 했다는...
(27) 꽤 올라온 것 같은데 여전 South Rim은 까마득해 보인다. 그래도 새파란 아침 하늘을 배경으로 한 그랜드 캐년은 산뜻하고 싱그럽다.
(28) 3-Mile Resthouse 위의 굽이에서 지나온 길을 돌아 본다 . 어젯밤 널따란 바위에 드러누워 도란도란 얘기하며 밤하늘을 감상했던 Plateau Point, 그리고 우리에게 훌륭한 숙식처가 되어 주었던 Indian Garden.. 이제 모두 점점 멀어져 간다.
(29) 마지막 지층 한겹을 올라가는 좁고 가파른 switchback을 앞두고 잠시 숨고르기. 짐도 벗지 않고 쉬고 있는 이분들 아직 끄뜩도 없다. 장하십니다 . 힘내세요. 이제 거의 다 올라왔어요..
(30) 좁은 switchback 끝머리에 있는 first tunnel. 무사히 1차 관문을 통과하다.
(32) 마침내 솔바람님께서 Kolb Studio 앞을 돌고 계신다. Trailhead에 다 온 것이다. 이번 산행동안 특히 솔바람님께서 보여주신 체력과 정신력과 매너는 나에게는 그랜드 캐년에 못지 않은 또 하나의 경이로움이었다. 이번 산행을 위해 오랫동안 꾸준히 준비하고 연습하신 노력을 굳이 말씀은 안 하셨지만 나는 같이 산행하면서 잘 알아볼 수 있었다. 원거리의 팀산행을 할 사람들이 실로 본 받고 실천해야 할 훌륭한 귀감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33) 팀원 모두가 무사히 Bright Angel Trailhead로 올라왔다. 아주 멋있게 산행을 마친 것이다. 모두들 크게 hug를 하며 축하를 하고 동료들에 대한 감사도 서로 나눈다. 무엇보다 스스로 해 냈다는 자신에 대한 뿌듯함이 가장 크고 깊은 순간이다.
(34) 이제 Bright Angel Trailhead에서 우리가 올라온 쪽을 향해 나의 마지막 눈길을 보내며 이곳에 작별을 고한다. 2박3일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backpacking 이었지만 여기처럼 이렇게 모든 것이 intensive한 코스도 드물 것이다. 여기서 만났던 한순간 한순간 여기서 보았던 한장면 한장면들은 나의 기억에 그리고 같이 산행한 동료들의 기억에 그만큼 오래오래 남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