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초부터 길동무와 함께 약 3주간 여정으로 Grand Teton, Yellowstone, Great Basin, White Mountain 등지로 trekking을 다녀왔습니다. Grand Teton과 Yellowstone은 이전에 두 차례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이번 방문은 그 맛이 완연히 달랐습니다. 전에는 주로 아스팔트와 boardwalk 위에서 바쁘게 겉모습들만 스치며 관망하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두발로 많이 걸어 다니며 이곳들의 속살과 진면목을 보다 깊고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황량한 오지라면 오지에 떨어져 있는 Great Basin National Park를 이번에는 기어코 탐방한 것도 색다른 추억거리가 되었고, 여행의 끝머리에 올랐던 White Mountain 은 이번 trekking 여행의 대미를 한층 더 멋있고 신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3주동안의 여행을 회고하고 정리하면서 그 경험의 기록을 횐님들과도 공유합니다. 이미 다녀오신 횐님들께는 지난 추억을 더듬는 기회로, 앞으로 다녀오실 횐님들께는 이런저런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되었으면 합니다.
(01) Grand Teton을 향해 가다 들른 Idaho주 Twin Falls에 있는 Shoshone Falls. “The Niagara of the West” 라는 별명을 가진 것처럼 멋있는 폭포지만 그 아름다움 만큼 몹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던곳. 전기가 풍부하지 못했던 시절에 여기에다 건립한 수력발전소의 잔재들이 이곳의 자연 경관을 심하게 헤치고 있었다.
(02)
Shoshone Falls에서 떨어지는 물은 Grand Teton으로부터 굽이굽이 내려온 Snake River의 강물이다. Shoshone Falls의 계곡 또한 이처럼 깊고 아름답지만 여기저기 보이는 전신주들과 전선, 그리고 여러가지 건축물들이 그 풍광을 거스르며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03) Shoshone Falls 안내원의 추천으로 가보게 된 Craters of the Moon National Monument.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층이 마치 바다처럼 넓어 보인다. 캘리포니아의 Lassen National Park에도 이런 곳이 있지만 여기의 규모가 훨씬 크다. 우주인들이 여기에 와서 적응훈련도 한다나…
(04) 온통 용암 천지인 이곳. 도저히 아무 것도 살 수 없을 것 같지만 자연은 시간과 더불어 이처럼 생명을 심고 또 가꾸어 간다. 경이롭다.
(05) Idaho주의 Teton Scenic Byway 근처에서 만난 끝없는 유채꽃밭.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그 옆을 흐르고 있는 Snake 강변의 경치와도 잘 어우러진다.
(06) Wyoming의 Teton Pass. Teton Range의 남쪽에 있는 이 고개를 내려가면 드디어 Grand Teton National Park. 오랫만에 다시 오니 가슴이 기분 좋게 뛴다.
(07) Grand
Teton NP에서의 첫날 아침에 보는 Teton 고봉들과 Jackson Lake의 장엄하고 싱그러운 모습. 여기도 예년보다 일찍 눈이 녹아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 폭의 숨막히는 정경이다.
(08) 오늘은 우선 warm-up 삼아 길지 않고 편안한 코스를 산행하기로 하고 Taggart Lake
Trailhead로 향한다. 시원하게 트인 Teton Park Road를 달리니 자동차를 타고 그냥 그대로 Teton의 품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싶다는..
(09) 우리는 Taggart-Bradley Lake Loop (6마일)을 돌기로 하고 경쾌하게 산행 시작. Trail로 들어서자 곧 Grand Teton (13770 ft) 의 포스있는 자태가 중심이 되어 우리를 맞는다. 여느 산들처럼 Teton의 봉우리들도 보는 장소에 따라 그 모습이 사뭇 다르다. 공원 남쪽에 있는 이 trail 에서 보는 Grand Teton은 우리가 알프스에서 보았던 마테호른 북벽쪽을 많이 연상케 한다.
(10) Trail은 곧 맑은creek을 건너 정겹고 포근한 숲길로 들어간다. 치솟아 있는 암벽고봉들 자락에서 갑작스레 나타나는 이런 아기자기함이 어떤 어리둥절함도 주지만 곧 행복스런 한걸음 한걸음으로 trail에 빠져든다.
(11) 호젓하게 이어지는 숲길 trail에는 싱그러운 aspen이 가득하다. 언뜻 보기에도 가을 단풍철에는 여기가 그야말로 환상적일 것 같다.
(12) 완만하게 오르던 숲길을 잠시 벗어나니 Teton 봉우리들의 모습들이 더 가깝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헉! 그런데 방금전까지도 괜찮았던 하늘에 흐린 구름이 어느새 가득 들어와 있다.
(13) 시계 반대 방향으로 Loop을 돌아 먼저 Bradley Lake에 이르니 소나기가 후두둑 쏟아지며 곧 짙은 구름이 고봉들의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다.
(14) 큰 나무 아래서 점심을 먹으며 비를 피하고 있으니 얼마후 구름이 조금씩 걷히고 고봉들이 해맑은 햇빛을 받으며 다시 나타난다. 서서히 진행되는 그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전개되는 풍광 또한 멋있다.
(15) Bradley를 떠나 Taggart Lake로 발길을 옮기는데 갑자기 큰 말 한마리가 숲속에서 나타나 우리를 놀라게 한다. 웬 말이 여기에 있나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말이 아니고 무스다. 덩치에 비해 굉장히 순한 녀석 같다. 한가로이 풀을 뜯기만..
(16) Taggart
Lake. Trailhead에서 이 호수까지 직접오면 2 마일 남짓의 거리라 평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만 날씨가 궂어진 탓인지 인적이 드물다. Taggart-Bradley
Lake Loop 은 Grand Teton NP에서 Grand Teton (산이름) 이 주변과 함께 어우러지는 풍광을 가장 잘 보여주는 trail 이라고 한다. 걸어보니 trail 설계도 아주 훌륭하게 되어 있어 시종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가지고 산행할 수 있었다.
(17) 산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여기저기에 있는 turnout에 들러 공원의 다양한 모습들을 감상. 그중 하나인 Oxbow Bend. 대단히 평화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 같은 곳이다.
(18) 기본적으로는 날씨가 무척 좋은데 오후에 가끔 소나기가 내리는 고산 날씨의 연속이다. 본래 계획한 backpacking을 고지의 일기예보가 더 나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도 쉽고 간단한 산행에 나섰다. 조망하는 view로는 공원에서 최고라는 Grand View Point (7327ft)에 먼저 올랐다. 역시 한 폭의 멋진 경치를 보여 주는 지점.
(19) 이곳 동쪽으로는 두개의 아름다운 산중호수가 있다. 왼쪽이 Two Ocean Lake, 오른쪽은 Emma Matilda Lake. 이 호수들을 한바퀴 뺑 돌 수 있는 trail (10마일 이상) 이 있으나 우리는 kayak을 타기로 하고 여기서 하산.
(20) 공원의 ranger 에게 kayak 타기 제일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Leigh Lake 라고 했다. 실제로 kayak 타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 그 ranger가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경치, 분위기, 규모, 교통량, 수온…모든 것이 완벽! Period!
호수 한 켠에서 점심을 먹으며 건너편의 Paintbrush Canyon을 몇번이고 살펴본다. 내일부터 backpacking을 할 곳이다.
(21) 눈 녹은 물이라 호숫물이 차가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첨벙 뛰어 들어 한바탕 시원하게 헤엄도 즐기고..
(22) 드디어 대망의 Paintbrush-Cascade Canyon Loop (22마일) backpacking의 날. 기대만땅으로 String Lake Trailhead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은 명성 높은 이 trail을 산행하고 싶어서 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으로 하고 싶었고 오래 기다린 산행.
(23) String
Lake 를 건너 어제 kayak을 탔던 Leigh Lake 끄트머리에서 Paintbrush Canyon으로 들어섰다. Trail 주변에 Wyoming 주의 State Flower 인 Paintbrush 꽃이 유별나게 많이 피어 있다. 그래서 이 canyon 이름이 Paintbrush Canyon 이던가...
(24) 고도를 높일수록 꽤 다양한 들꽃들이 산행의 피로를 덜어 준다. 산행보다 이런 저런 들꽃 구경에 여념이 없는 길동무.
(25) 고도가 꽤 높아졌다. 콸콸콸 흐르는 계곡 아래로 Leigh Lake와 Jackson Lake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26) 이제 숲을 벗어나 Paintbrush
Divide에서 멀지 않은 오늘의 숙영지에 가까와 온다. 7월초 치고는 올해 여기의 적설이 현저하게 줄었다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눈들이 적지 않다.
(27)
Paintbrush Canyon에는 backcountry camping을 할 수 있는 구역이 두 군데 있다. 우리는 내일 아침 일찍 눈이 그나마 단단할 때 Pass를 넘기 위해 캠핑 구역의 가장 높은 지점에서 훌륭한 사이트를 하나 찾아 텐트를 쳤다. 사이트 주변의 경치도 좋았지만 밤새 심하게 부는 바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편하게 잘 수 있어서 무엇보다 다행스러웠다.
(28) 청명한 아침. Paintbrush Divide (Pass)를 향해 오르기 시작. 가장 오른쪽으로 보이는 능선이 그 곳이다. 아무래도 Pass 쪽이 다른 쪽보다는 적설이 적고 덜 가파르게 보이기는 한데 여기서는 실제 상태가 어떤지 알 수가 없다. 암튼 우리의 컨디션은 최상급. 아자아자!
(29) 중간중간 눈길을 피해 마른 땅을 찾아 걷는다. 저 뒤편으로 Mt Moran이 멋있게 솟아 있다. 우리 산행이 여기까지는 아직 봄날 이었는데..
(30)
Paintbrush Divide 아래에 이르니 trail이 온통 눈에 덮혀 끊어지고 아무런 발자국도 보이지 않는다. 듣던대로 몹시 가파른 구간. 그나마 걸을 만한 루트를 찾아 바위 덩어리들을 네 발로 기어서 가까스로 넘어 오니 눈벽이 앞을 턱 가로막고 있다. 눈벽을 거슬러 올라 봤으나 아침 나절인데도 설질이 벌써 푸석해져 몸이 주욱 미끄러져 내린다. 하마트면 아찔한 저 아래로 굴러 떨어져 골로 갈 뻔…그러나 행운의 타이밍. 마침 반대편에서 온 이 젊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설벽 오르기에 성공!
(31) 마지막 10여 미터 설벽구간 때문에 여태 힘들여 올라왔던 길을 눈물을 머금고 되돌아 갈 뻔 했던 Paintbrush
Divide. 마침내 올라오니 어려움을 극복한 감격과 더불어 눈 덮힌 Cascade Canyon 쪽 모습이 별천지인 양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다.
(32) 휴우~ 못 오를 뻔한 여기서 기념 사진 한 장 안 남기면 쓰것나… 삼발이를 펴서 일단 한 장 박고.. 산꼭대기는 아니지만 사방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가 아주 훌륭한 곳이다. 올라올 때 쌩고생한 본전을 뽑겠다는 심뽀인지 한참을 여기에서 머무르며 이곳저곳을 낱낱이 뜯어 본다.
(33) Cascade
Canyon으로 내려가기 시작. Grand Teton을 비롯한 Cathedral Group 이라고 불리우는 봉우리들의 장관이 우리의 코앞으로 성큼 다가와 우리의 넋을 빼앗는다.
(34) 멀리 아래로 고산 기슭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Lake Solitude.
Cascade Canyon의 시발점이다. 여러 정보물을 통해 친숙하게 된 여기의 지형지물을 하나 하나 실제로 만나가는 반가움과 재미 또한 크다.
(35) Pass를 지났어도 내려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여기저기에 남아 있는 눈이 아직 깊고 미끄럽다. 그러나 험한 Pass를 넘었다는 안도감, 이제 이 Loop을 완주할 수 있다는 기쁨과 기대, 그리고 무엇보다 눈앞에 펼쳐지는 이곳 산간 경치의 아름다움은 이런 길을 걷는 노고를 모두 즐거움으로 바꾸어 준다.
(36) U-shape의 Cascade Canyon 뒷쪽으로Teton 의 중심부인 Cathedral Group이 자리하고 있다. 그 규모나 형태가 알프스 trekking의 맛을 많이 느끼게 하는 곳이다. 중앙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Grand Teton.
(37) Lake
Solitude에서 보는 Grand Teton
(13770ft), Mt Owen(12928ft), 그리고 Teewinot Mt (12325ft).
(38) 빙하가 다듬어 놓은 U-shape의 캐년은 Cathedtal Group의 자락에서 다시 짙은 숲을 만나며 왼쪽으로 방향을 급선회 한다.
(39) 캐년의 여기저기에서 눈 녹은 물들이 흘러 내려와 제법 큰 creek을 이룬다. 이 지역이 Cascade Canyon에서 유일하게 camping이 허락된 지역이다. 본래는 여기에서 하루 더 숙영할 예정이었지만 시간도 아직 이르고 우리의 컨디션도 좋아 7-8 마일 남은 trailhead까지 계속 전진하기로.
(40) 세차게 흐르며 줄곧 우리와 동행하는 Cascade Creek은 이곳 트레킹의 친구 역할도 충실히 해 주지만 차디찬 이 계곡물에 한 번씩 발을 담그고 몸을 씻노라면 정신이 화들짝 들며 산행의 피곤함이 얼마나 가시는 지 모른다.
(41) 드디어 Cascade Canyon의 끝머리까지 나왔다. Trail을 조금 우회하여 Inspiration Point에 들러 본다. 코앞의 아름다운 Jenny Lake와 건너편 Shadow Mt 까지 광활하게 펼쳐진 Jackson Hole.. 여기에 올라선 사람들이 “inspired” 되고도 남음이 있겠지…
(42) 이어서 들른 Hidden Falls. 우리가 걸어 온 Cascade Canyon에서 모아진 모든 계곡물이 마지막 포효를 하며 Jenny Lake로 들어 가는 곳이다.
(43) 이제 호젓한 Jenny Lake의 서쪽 호변길을 따라 String Lake Trailhead로 돌아가며 우리가 걸었던 Paintbrush-Cascade Canyon Loop 산행을 마감해 본다. 무엇이 이 trail을 그렇게나 유명하게 할까…? 나의 소감은 한마디로 이 trail이 처음부터 끝까지 베풀어 주는 훌륭한 조화로움이다. 빼어나고 다양한 경치, 아기자기함과 안락함, 모험과 스릴... 종합선물세트!
내년에라도 다녀 올 수 있으면 좋겠네요. 에고~~~~.
애들 다 키워 놓기까지는 그냥 열심히 정보만 모아 놓아야 겠습니다.
좋은 자료 올려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다음편도 기대 만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