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눈을 뜨고 일어날 수 있음과 행복한 하루를 소망하면서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일어났다.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11월의 아침에 흰님과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코발트색의 가을 하늘과 우람찬 나무와 숲 속을 거닐 생각을 하며 준비하는 시간이 행복이다. 절정으로 치닫는 가을의 품속에서 만나는 흰님과의 이번 산행지인 Big Basin은 오늘이 세 번째인 듯 하다. 처음 이곳에 왔던 2010년 크리스마스 산행은 비가 세차게 뿌리던 날이었다. 처음 나온 여자분이 예상거리에 절반에 이르렀을 때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 나가는 당혹감 속에 안쓰럽게 걸어가던 기억이 남아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날이 KT님을 처음 맞이한 날 이기도 하며 그로 인해 KT님은 베이산악회에서 좋은 배우자를 만나게 된 행운의 산행지이다.
길치인 나는 늘 여유 있게 집에서 떠나지만 길을 잘못 들어 빠듯한 시간에 꼬부랑길을 올라가면서, 셀 수없이 많은 보이지 않는 모퉁이에서는 나만의 극약 처방으로 HORN을 누르면서 빵, 빵대며 올라간다. 드디어 5분 전 아홉 시에 도착하니 나와 닮은 20명의 식구들이 함께한다. 오늘은 특별히 산소리님의 그동안의 잘못으로 인해 사과(?)를 받는 날이다. 한 상자 넘치게 꾹꾹 눌러 받아놓고도 맛 배기로 덤을 주시는 것은 오래전 싸전 가게에서 되박에다 담은 곡식을 막대기로 완전히 밀지 않고 조금은 남겨주던 한국인의 인심이었을 알기에 따듯함을 느꼈다.
출발하기 전 점호시간에 좌우를 돌아보니 오랜만에 나오신 분이 보인다. 알고 지내자는 관광을 떠나셨던 봉우리님, 언제 보아도 듬직한 호랑이님, 신혼생활을 미국과 외국에서 멋들어지게 하는 KT님, 특히 오늘은 많은 SINGLE분의 참여로 한층 더 풋풋한 산행임이 느껴진다. 그 이외에 종종 뵙는 여러 흰님과의 만남은 친숙함을 넘어 식구 같은 생각이 찐하게 느껴온다. 오늘의 길잡이인 호랑이님이 선두에 서며 배호님의 뒷바라지는 솔선수범의 표상이란 생각을 하며 낙엽을 밟는다.
오늘의 점심은 푸근한 자리인 CAMP SITE에 차렸다. 편편하고 낙엽이 깔린 드물게 좋은 장소에 많은 식구들이 모였다. 약간 길어진 산행으로 인해 그 많은 반찬이 식욕을 돋우면서, 맛있게 무친 여러 나물부터 밥 종류만 해도 네가지가된다. 흰 밥, 잡곡밥, 김밥 그리고 약식 밥으로 오랜만에 많은 식구들이 얼굴을 마주 하면서 먹는시간은 특별한 의미를 더 한다. 오늘의 계획은 산행만이 아닌 하산해서 갖게 되는 빈대떡을 뒤집어야 함을 알기에 서둘러 일어났다. 언제나 포식한 후에 산행은 힘들어진다. 오르고 내려가면 또올라야하는 인생길과 같은 길을 여러번 반복한 후에야 빈대떡 시간을 갖는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피곤했던 산행은 벌써 멋진 가을의 추억이 되었으며 이번에는 빈대떡을 뒤집어 보려 쓰러진 통나무 밑으로 모여들었다.
거기에는 이미 두 화덕에서 익어가는 조선의 냄새가 산새님의 손맛과함께 구수하게 퍼지고있었다. 음료수를 준비한 봉우리표 막걸리는 대떡이와 함께 잘도 어울린다. 혹시나하여 맥주와 다른 음료도 준비하여 주심에 모든 분이 목을 축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열린 공간에서의 Cook은 왜 이렇게 오래도가는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냄새와 함께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에 하는 우수개 소리로 카타르시스를 가져보는 유쾌한시간이었다.
농담과함께 대떡 뒤집기 대회가 열렸다. 모찌롱님이 HANDLE을 잡고 빈대떡 뒤집는 기술은 과연 연륜이 묻어나는 최고의 기술로 싱글 부분 시집 잘 가실 일등에 뽑혔다. 이에 질세라 산소리님이 등장하여 들어올린 대떡이는 정확하게 안착하여 지금 장가가셔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 실력을 뽑내셨고, 싱글은 어떠한가! 언제보아도 박세리의 파워를 능가할 듯한 피플파워님이 등장하여 뒤집어 보는데 우선 빈대떡의 모양을 엄청나게 크게 비벼 놓고,---- 한편에선 수근수근... 과연 상처 나지 않게 뒤집을 수가 있는지 걱정을 했지만, 한쪽면이 다 익어갈 즈음에 HANDLE을 들고서 일어서서 넓은 곳으로 이동하여 단 번에 뒤집으니 간단하게 한판승이다. 실력과 뒤집는 파워를 보았으니 싱글 부분에 특 대상이 되겠으며 준비된 예비신부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두 곳에서 부쳐대는 대떡으로 인해 농담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듯한 흰님의 우수개소리를 녹음을 해놨다 들어 본다면 특별한 코미디 감이다. 어느덧 써머타임으로인해서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이 스며든다. 기분 좋았던 오늘도 한 장의 추억으로 장식하며 떠나야 하는 시간이다. 떠날때는 말이 없다던가? 서로의 아쉬움을 뒤로하면서...
오늘함께하신 흰님 모두 고마웠습니다.
빈대떡을 뒤집으며 유쾌한 시간을 갖게 해주신 봉우리 대표총무님과 베어님 매우 고마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