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5일 (일) -- 6월 21일 (토)
3년을 미루어 오던 이 산행. 그동안 그 근처에 갈 때마다 무척이나 아끼는 것을 고이고이 간직해 둔다는 느낌을 받아왔었다. 그랬다. 여기는 그야말로 오래 숨겨둔 보물이었다.
“Evolution
Valley에 가고 싶다”를 두 해 전부터 외쳐오시는 두루님, 근간들어 백패킹에 삘이 왕창 꽂힌 선비님, 언제나 다정하게 산행하시는 이른비/늦은비님 그리고 길동무와 나 모두 6명이 팀을 꾸렸다. 6월15일 Bishop의 South Lake를 떠나 6월21일 North Lake로 나오는 6박7일간의 56마일 여정. 우리는 High Sierra의 가장 깊숙한 곳이 베풀어 주는 대자연의 정취를 가슴 벅차도록 만끽하면서 마음속 깊은 그곳에도 값진 추억거리를 가득 담아 왔다.
육체적으로는 꽤나 힘들고 불편한 일주일이었다. 그러나 굽이굽이의 발걸음마다 주어지는 그 감동과 즐거움은 확실히 그 어려움의 몇 갑절이 되고도 남았다. 아직 안 가 보신 횐님들께 참으로 강추하고 싶은 코스다. 아래의 사진들과 코멘트가 다만 그 미미한 일부에 불과할지라도 횐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산행여정 개관>
6월 15일 (일) Day 1—South Lake Trailhead to Dusy Basin (8 마일)
(01) 하루전 Bishop의 Four Jeffrey 캠프장에서 캠핑한 후 드디어 South Lake Trailhead를 출발. 완만히 오르는 산길위로 Hurd Peak등 일군의 High Sierra 준봉들이 우리를 반긴다.
(02) Trailhead 옆에 있는 South Lake 는 댐으로 물을 막은 인공호수지만 볼 때마다 그림처럼 멋진 호수였다. 올해는 가뭄으로 물을 방류한 탓에 보기에 썰렁하다. 그러나 곧 나타나는 자연호수인 Long Lake. 그 이름처럼 길고 아름다운 이 호수가 South Lake의 아쉬움을 금방 잊게 한다.
(03) 연이은 Spearhead Lake도 자태를 뽐내고..
(04) 물빛 고운 Saddlerock Lake 위 양지바른 암반에 모두 앉아 간단한 요기를 하며 휴식. 왜 이 호수의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05) Bishop Pass 에 오르기전 마지막 호수인 Bishop Lake. 고도가 높아져 treeline도 넘었고 주변 산들에 잔설이 많다. 이제 Pass까지는 단단히 한 고비가 남았다.
(06) 본격적인 오르막 바윗길. 무척 힘든 구간이지만 모두들 묵묵히 한걸음 한걸음 오르고 있다. 앞에 우뚝 솟아 있는 봉우리가 Mt Agassiz (13893 ft).
(07) 오르막을 오르다 거친 숨을 고르며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본다. Bishop Lake, Saddlerock Lake 등이 이미 아스라이 자그맣게 보인다.
(08) Bishop Pass (11972 ft). 아무리 높아도 아무리 멀어도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면 이르게 마련이다. 이제 여기서 부터는 Kings Canyon 국립공원이다.
(09) 두루님, 선비님도 곧 당도하시고..
(10) Bishop Pass 에서 올려다 본 Mt Agassiz. 여기 정상에서의 경치가 쥐기는 곳이라 본래는 등정하려고 계획했었다. 그러나 Backpack 메고 Bishop Pass까지 오르는 데도 에너지 소모가 만만치 않았고 또 등정 루트에 아직 잔설이 많아 이번에는 아쉽지만 패쑤~. 빨간색으로 표한 루트가 가장 쉬운 루트 (대부분 Class 2) 인데 여기서 꼭대기까지 왕복하는데 4~5 시간쯤 걸린단다.
6월 16일 (월) Day 2—Dusy Basin to LeConte Canyon (8 마일)
(01) Dusy Basin에서 첫날 밤 숙영을 했다. 고도가 11000 ft 정도 되는 곳이었지만 그렇게 춥지 않게 잠을 잤다. 캠프장을 떠나기전 아침, 고산 준령으로 둘러싸인 이곳의 아름다운 장관을 파노라마로 잡아 보았다. 왼편 (동쪽) 으로 Mt Agassiz (13893 ft), Mt Winchell (13775 ft), 그리고 14er 중의 하나인 Thunderbolt Peak (14003 ft) 등이 보인다.
(02)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랄~랄~랄~ 줄곧 내리막길이다. 마음에도 한결 여유가 있어 걸으면서 Dusy Basin의 이런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긴다.
(03) Dusy Basin 끄트머리에 이를 즈음 Kings Canyon NP의 Black Divide가 수직 방향으로 우리의 길을 턱 가로 막고 있다. 우리의 숨도 턱 막힌다. 엄청난 장관이다.
(04) 그리고 까마득 아래로 보이는 멋있는 Canyon. 바로 그 유명한 LeConte Canyon이다. 아마 LeConte Canyon은 이 지점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05) Dusy Basin을 둘러싸고 있는 고산준령의 눈녹은 물들은 모두 LeConte Canyon으로 흘러내린다. 여기서 LeConte Canyon까지의 고도 차이는 상당히 크다. 따라서 trail은 수많은 switchback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trail 연도의 낙차 큰 물길 구경은 엄청 재미있고 인상깊다.
(06) 폭포 타입의 물줄기.
(07) 거대한
암반을 타고 내리는 물줄기.. (저 뒤쪽의 산세 좀 보소!)
(08) 요세미티
여기저기에도 이런 암반 물줄기들이 있지만 이곳의 스캐일에는 택도 없다.
(09) 드디어
Canyon 바닥까지 내려왔다. 야호~ 여기서부터는
John Muir Trail (또한 Pacific Crest Trail) 이다.
(10) 오늘의
숙영지는 LeConte Canyon 의 Big Pete Meadow 근처에다 잡았다. 캠프장 앞길로 놀랄 정도로 많은 Pacific Crest
Trail 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모두 4월경에 멕시코 국경에서 출발한 이들이다. 그 많은 숫자도 놀랍지만 그들이 짊어지고 가는 백팩
크기는 더욱 놀랍다. 하나같이 우리들 백팩보다 훨씬 적다. 거의 반년동안
깊은 산길을 걷는 사람들이 도대체 뭘 먹고 지내는지...? 어쨋든 우리는 이 깊은 산중에서도 부대찌개를 근사하게
만들어서 먹었다는… (으흐흐~ 누가 베이산악회 회원들이 아니랄까봐…)
6월
17일 (화) Day 3— LeConte Canyon to
Helen Lake (6.5 마일)
(01) 캠프장
뒤의 아침 계곡물 소리가 싱그럽다. 오늘 걸을 길이 또 기대 만땅이다.
(02) 오늘은
LaConte Canyon을 거슬러 올라가 Muir Pass (11955 ft)로
향하는 날이다. 내가 어제 그랬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고..
제발 내리막길만 있으면 좋겠는데 오늘은 영락없는 오르막길이다. 흑흑 ㅠㅠ…
그래도 이렇게 우렁차고 맑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걷기가 어디 쉬운가… 이 대자연에
대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찬사 같기도 하고 힘든 내 몸을 달래고 위로하자는 심뽀 같기도 하고…
(03) 오를수록
오르막길이 장난아니다. 그래도 길옆으로 쏟아져 내리는 맑은 계곡물, 앞으로 치솟아 있는 멋있는 바위산, 그리고 푸르디 푸른 하늘빛… What
can I say!
(04)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꽤 많이 올라왔다. 저 아래
switchback 을 이미 통과했다는 사실이 저으기 안심이 된다. 암튼 내려다 보이는
LeConte Canyon 이 참 예쁘다.
(05) Trail의 경사가 급할수록 연도의 계곡물도 크고 세차다. 그리고 멋있다.
(06) LaConte Canyon 계곡물의 한 수원이 되는 빛깔 고운 빙하호. 그러나 이 정도 호수는 이름조차 없다.
다른 곳에 있었더라면 닭머리는 될 것 같은데 여기서는 소꼬랑지도 못 된다. 그나저나
아직 오른쪽으로 휘이 돌아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헉헉…
(07) 이 정도
호수는 이름 하나 지어 줘야 되지 않나..? 그러나 역시 무명호수. 이름 아니라
호수번호 조차 지도상에 없다. 다음 생에는 다른 곳에서 태어나거라…
(08) 오늘은
산행 거리는 짧지만 상당히 힘들고 더디다. 자~ 이제 앞의 능선에만
올라서면 오늘의 목적지인 Helen Lake다. 아직 녹지 않은 눈이
trail 여기저기를 덮고 있는 것이 보인다. 힘들지 않게 올라가야 할텐데..
(09) 이게
Helen Lake 냐고? 천만에.. 또 하나의
이름도 번호도 없는 호수. 그래도 참 멋지지 않소?
(10) 쨔잔~
여기가 Helen Lake! 이름이 있을만 하다. 조무래기 호수들하고는 포스가 벌써 틀리쟈나요. 상당히 큰 호수인데 아직 90% 이상이 얼음이고 주변의 눈들도 많이 녹지 않았다.
Helen은 John Muir의 두딸중 작은 딸의 이름이다.
이 지역은 John Muir Trail 중 가장 상징적인 곳.
John Muir 하고 연관된 이름들로 되어 있다. 자아~ 다른 것은 내일 또 만나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여기서 숙영. 죙일 힘들게 올라왔더니 피곤해
죽것다.
6월 18일
(수) Day 4— Helen Lake to Evolution Valley (8 마일)
(01) 젠장~ 어느새 Helen Lake에 아침 햇살이 가득하다. John
Muir은 Sierra 산맥을 “The Range of
Light” 이라고 칭했다. 같은 지점이라도 햇살에 따라 여러가지 아름다운
면모를 보여 주니까.. 나는 그중에서도 일출의 햇살을
받아 황금빛을 발하는 암벽고봉의 모습을 좋아한다. Helen Lake 건너편으로 솟아 있는 Mt Warlow (13206 ft) 는 그런 모습을 보기에 천금의 기회라
생각했다. 아뿔싸! 조금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때를 놓쳐 버렸다.
하지만 맑디 맑은 하늘빛 속에서 아침 햇살을 듬뿍 받고 있는 저 봉우리도 너무 괜찮지 않은가…
(02) 아침 식사를
챙겨 먹고 곧바로 Muir Pass로 향했다. 어제
Muir Pass를 넘어온 많은 사람들이 아침 시간에 Pass를 넘으라고 귀뜸해
주었다. 조언들 감쏴~.
Helen Lake에서 피로를 회복한 우리는 Muir Pass로 가는
단단해진 아침 눈밭길을 거의 사뿐사뿐 단숨에 올라갔다.
(03) 와우~
드뎌 Muir Hut이다! John Muir을 기리기 위해 Sierra Club이 Muir Pass 꼭대기에 만들어 놓은 대피시설이다. 이 두 여성분들은 John Muir을 더 확실히 기리고 감사하기 위해 Hut 의 완죤 꼭대기까지 올라가셨다. (으흠~ 아지매들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닷닷닷!) 근데 오늘
하늘 빛깔 좀 봐봐여. 단언컨데 내 평생 본 하늘빛 중에서 오늘만한 날은 없었다. 결코! 진짜!
(04) 여기도
포스를 보니 이름이 있는 호수 같지? 그렇다. Wanda Lake. Muir Pass 건너편의 Helen Lake와 마찬가지로 이 호수도 아직 얼음이 거의 녹지 않았지만 크기는
훨씬 더 크다. Wanda는 John Muir 의 큰 딸 이름이거든...
(05) 광활한
Wanda Lake의 끄트머리에 이르러 John Muir의 가족과 이별하는 듯한
아쉬움에 몇번이고 뒤를 돌아 본다. 절경이다. 그리고
Thank you again, Mr. Muir!! (사진 맨 왼쪽의 낮은 부분이 Muir Pass이다.)
(06) Wanda Lake에서 좀 내려오면 이 호수가 나온다. Sapphire Lake. 나의 사진 기술이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이 호수 물빛은 이름 그대로이다. 사진의 맨 오른쪽 부분만 그 맑고 파랗던 사파이어 빛깔이 조금이나마 잡힌 듯하다.
(단비님, Ansel Adams
Wilderness의 Emerald Lake와 Ruby
Lake에 이거 하나 더 추가요~!)
(07) Evolution Lake의
South Bound 끝에 이르렀다. 맑게 흐르는 물과 징검다리…
Washing Time! 여성분들은 머리도 감고, 선비님과 나는 걍 팬티바람으로 물속에 주저앉아 며칠만에 아랫도리도
닦고…물은 으시시 차가왔지만 몸은 얼매나 개운하고 시원하던지…
(08) 여기는
Evolution Lake의 North Bound 끝. 위의 South Bound 끝에서 이곳까지 거리가 꽤 되는데 JMT는 호변을 쭈욱 따라 돈다. 호수도 아름답지만 trail이 주는 정겨움이 가히 최고인 곳이다. High Sierra의 trail들을 걸을 때마다 항상 느끼게 되는 고마움. 여기서 그것을 더욱 더욱 흠뻑 느낀다.
(09) Evolution Lake를 지나면 곧 Evolution Valley가 아래로 펼쳐진다. 길동무가 넋나간 사람처럼 오랫동안 말없이 쳐다보고 있다.
(10) Evolution Valley로 들어섰다. 예쁜 Meadow뒤로 우뚝 솟아 있는 바위
봉우리 (The Hermit) 가 이채롭다.
(11) Evolution Creek이 힘차게 흐르는 곳에 오늘의 둥지를 틀었다. 모두들 오늘 산행 전반에서 가장 깊고 벅찬 감동을
맛 보았다고 한다. 산행의 첫걸음부터 마지막 걸음까지 이처럼 다양하게, 진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기쁨을 주는 곳이 얼마나 될까…
분명 가슴속에 오래 지니게 될 귀한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