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입니다. 소방서 뒷길을 따라 오릅니다. 가파른 길을 얼마쯤 오르니 많은 계단을 오르게 됩니다. 한국에 갔을 때 계단을 한 스탭으로 성큼성큼 올라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던 것이 생각나 조심조심 두 스탭으로 오르려 하니 박자가 어설퍼 지기도 합니다. 얼마후 바다가 보이는 산기슭을 오르게 됩니다. 산을 휘두른 산안개는 무릇 여인의 허리를 감싸 안은 남정네의 양 팔 처럼 건강합니다.
내려다보는 바다가 안개가 되었고, 자욱한 안개는 흰님 들의 마음을 덮어 버린듯했습니다. 도대체 이 안개는 어떻게 생겨났기에 온 세상을 덮어 버리는지 알 수 없습니다. 바다가 있어야 하는 곳의 시원함과 탁 트인 감정을 지금은 잠시 덮어도 보라고 주신 하나님의 신기한 선물인지도 모릅니다. 서쪽에 있는 바다를 낀 산행을 위하여 먼 곳에서 오신 흰님들의 얼굴이 오늘따라 히므스레 하게 보이는 날 이기도 합니다. 이런 날은 날이면 날마다 접할 기회가 아니기에 차라리 이렇게 오래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봅니다.
자! 이제 그 시간이 왔습니다. 테이블도 이리저리 맞추어서 밥 먹는 면접 시간이 되어 옵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봉선생님 앞에는 제가 앉는 것이 제격입니다. 약주 따라 주시는 봉선생과 함께 간단히 위하여--!도 외쳐봅니다. 늘 그랬듯이 산새님은 여기저기 챙겨 주시느라 바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뵙는 동행님과 봄비, 가을비님 과도 같이하는 즐거운 면접 시간입니다. 오늘따라 면접시간에 많은 웃음을 주고 유쾌하게 보이는 분이 동행님 입니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란 말이 동행님 에게 어울리는 듯도 합니다. 그동안 조용하신 분으로 생각되었는데, 계속 웃음을 주니 아주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듯 합니다.
면접시간도 끝나고 왁자지껄한 발표장을 향하여 내려갑니다. 이 내리막코스는 갈림길이 별로 없어서 캔디님을 앞세우고 뒤에는 든든한 거목님을 호위 무사로 하고 내려가니 여유로운 하산길이 됩니다. 중간에 맞이한 사닥다리는 이곳만의 특이한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내려가며 아직 까지는 몸뚱아리가 쓸만하다는 성적표를 받게 됩니다. 뒤 따라 오시는 모찌롱님과 안디옥님도 거목님의 안내로 거뜬히 통과 하십니다. 이제는 '룰루랄라' 가벼운 산행길입니다. 마지막 산등성이를 오르면서, 모처럼 말끔히 안개 걷힌 바다를 향해 맞는 상쾌한 바람은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 "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ㅎㅎ
오늘의 발표장 분위기는 갑자기 사람사는 분위기를 느낌니다. 바다를 끼고 와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여기저기에서 고기굽는 냄새와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저 사람들은 무슨 발표를 하며 하루를 보내는가 궁금하기도합니다. 마지막 귀결은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눈치 빠른 팔팔님이 테이블을 잡아놓고, 본드님의 제안으로 제법 먼 곳의 테이블도 들고 와서 붙여 놓으니 흰님들과 함께 하는 그림이 좋습니다. 어느순간에 차려놓은 서쪽길님의 솜씨로 차거운 수박이 빨간 테이블로 변해 버립니다. 서쪽길님이 내어 준 내프킨을 덥썩 받아들고 나누어 주려고 한장을 들었습니다. 아! 근데 이게 뭡니까. 내프킨이 반장으로 재단이 되어있습니다. 그때야 산행안내에 올린 "환경사랑을 위해 일회용은 되도록 사용하지 맙시다" 는 말이 기억 납니다. 나의 생활이 부끄럽기도 하고,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해 보는 시간을 덤으로 얻었습니다.
그저 보아도 또 보고 싶은 여러 흰님과 함께한 산행이 즐거웠습니다.
오늘의 지각생! 반성하며 이만 줄입니다. 고맙습니다.
서쪽길님,
서쪽길님이 처음으로 이끌어 주신 산행에서 이른아침 안개가 휘감은 바다와 함께한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산행에서 리더가 된다는것, 쉽지 않음을 느꼈으리라 짐작합니다. 오늘 자녀와 함께한 서쪽길님을 보니, 전에 두 아들을 데리고 산행하며 리더도 되고 사진도 찍었던 선배(?)분도 있습니다. 힘드셨더라도 좋은 분들과 같이 산악회를 잘이끌어 가실 느낌을 받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