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나 마음이 아플때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 또는 포근한 가슴은 그 병의 치유에 적지않은 도움이 된다지. 그것이 심리적이든 화학적이든 그 효과의 존재는 의심할 나위가 없으며 내가 사랑하고 좋아할수록 그 치유의 힘은 더 커지기 마련인 거고.
난생 처음 아픈 몸으로 찾아 봤던 요세미티와 그 주변. 어쩌면 나에게는 아직 관념적이었던 자연의 치유력을 실제로 적지 않게 체험해 본 며칠이 아니었나 싶다.
첫째날 (7월 3일, 토)
건강상태가 더디어도 꾸준히 향상되고는 있었지만 요세미티로 떠나기 바로 전날까지도 1 마일 정도 걸으면 (그것도 평지로만) 허리와 다리에 통증 신호가 왔다. 그래도 가고 싶은 Yosemite!
Yosemite Falls 하이킹은 고사하고 짧은 산책길 같은 곳들에서나마 온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어야 할텐데 하면서 우선 Glacier Point주차장에 도착. 차에서 내려 거의 평지와 다름없는 경사길을 걷는 동안 긴장한 탓인지 기분도 좀 어색하고 두 다리에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감각이 느껴졌다. 그러나, 곧 나타나는 위와 같은 view들. 낯익은 정경들이건만 어찌 이리 볼 때마다 새롭고, 어찌 한결같이 이 벅찬 감동을 주는지..
근데, 감동을 너무 많이 먹었나?? Glacier Point에서 나름 오르락 내리락 제법 많이 걸어 다녔는데 몸 상태는 아주 말짱하다. 중간중간 많이 쉬어서 그렇나 하면서 어쩌면 경사때문에 중도에서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Sentinel Dome으로 갔다.
와~ 전혀 어려움 없이 Dome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Feeeeel Sooooo Goooood !! 언제나처럼 여기 앉아 물 많이 떨어지는 Yosemite 폭포를 보니 역쉬 짱이다! Yosemite Falls 하이킹하는 사람들의 고물고물한 모습이 가끔 여기서 보이기도 하는데 오늘은 아무도 찾을 수 없다. 우리 횐님들은 지금 어느메쯤 계실꼬…
폭포 쳐다보며 하염없이 앉아 있다가 여기로 인사하러 왔다. Ansel Adams가 1940년에 사진으로 찍은 후 한 때 명성을 드날렸던 이 나무. 그후 가뭄으로 죽어 이렇게 쓰러졌지만 이제 萬物無常의 상징처럼 여전히 Sentinel Dome 위에 살아 있다. 누워서라도 오래오래 여기 있었으면 좋으련만 볼 때마다 더 상해가는 것 같다.
(Ansel Adams의 사진 version: Jeffery Pine, Sentinel Dome)
일몰 무렵 Sentinel Dome에서 보는 요세미티 경치는 가히 기가 차다. (몇년전 한국에서 다니러 온 나의 매제가 여기 앉아서 그대로 銅像이 되어버리는 줄 알았다.) Well, 오늘은 해질녘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횐님들이 계실 Jerseydale 캠프장으로 가야지. 여전히 내 몸은 신기할 정도로 말짱하다. 그냥 이대로 완쾌되어 버렸으면…
이번에 요세미티 올 때 집으로 돌아가는 날은 정할 수가 없었다. 여차하면 돌아가야 하니까. 근데 캠프장으로 오는 차중에서 내 몸이 나에게 말해 준다. 있고 싶은 만큼 있고, 가고 싶은 만큼 가라고... 해서, 본래 이번 연휴동안 John Muir Trail 따라 backpacking으로 가려고 했던 Devils Postpile까지 자동차로나마 가 보기로 간 큰 결단을 내렸다.
그렇게 마음 딱 먹고 나니 안 그래도 신이 나서 죽을 지경인데, 캠프장에서 산행 갔다 돌아오는 횐님들까지 만나니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내입이 찢어지고 있었다. (특히, 새 텐또 장만하셨다는 CJ님, 처음 만났지만 전혀 낯설지 않으시다는 타호님 (Me, too!), 만나 뵈서 반가왔습니다.) 그리고 Yosemite Falls 산행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 모든 횐님들의 환한 얼굴들이 보여주는 그 성취감과 자부심으로 잘 알 수 있었다.
둘째날 (7월 4일, 일)
이놈의 허리병은 보통 아침에 통증이 심한데 오늘 아침은 그게 거의 남의 이야기 같다. 정말 이럴수가… 마, 그냥 보따리 싸서 산으로 들어 올까봐. 게다가 어제 저녁의 그 진수성찬이 오늘 아침까지 이어진다. (생각해 보니 베이산악회 들어와서 캠핑은 처음으로 참가하는 것인데 앞으로 산악회의 캠핑 만큼은 절대절대 안 빠지기로 굳게 결심했다. 캠핑 더 자주 합시다요!!)
밤새 잘 자고 (남들은 어느분 때문에 새벽부터 잠 설쳤다고 불평들이 자자하더라만) 잘 먹고 그야말로 최고의 컨디션. 귀가하는 횐님들과 아쉽게 작별하고 다음으로 차를 몰았다.
O'Shaughnessy Dam 에서 본 Hetch Hetchy Valley. 전에 아주 빡쎈 backpacking으로 코피까지 흘려가며 반대편 끝자락쪽 (Grand Canyon of Yosemite)은 가 보았지만 이곳 Dam쪽은 처음이다. Dam 만들기 전의 이곳은 Yosemite Valley와 많이 닮았었다지. 왼쪽 중간으로 보이는 Wapama Falls를 Yosemite Falls로 바꾸고, Dam으로 가두어 놓은 물이 없다고 상상을 해 보니 정말 그랬을 것 같다.
여기도 정말 아름다운 곳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Dam만 없었더라면.. 나는 여기서 한 폭의 절경을 보고는 있었지만 feel이 그리 와 닿지는 않았다. 마치 아름다운 경치를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있는 것처럼. 人工이라는 것은 자연과 나 사이에 그런 정도의 괴리감을 주는 것인가 보다.
다시 Tioga로 향하는 찻속에서 한국의 4대강 이슈까지 머릿속에 겹쳐오며 좀 씁쓸한 심정이 되었다. 허나 곧 Olmsted Point에 이르면서 다시 위대한 대자연에 심취되기 시작한다.
(Olmsted Point에서 보이는 오른쪽 끝의 Half Dome과 왼쪽 끝의 Clouds Rest. C.R.은 지다님이 베이산악회의 다음 요세미티 산행지로 찍었다. 물론 거기도 한뷰하는 곳이다. )
(Olmsted Point에서 보이는 아름다운Tenaya Lake 방향)
Tuolumne Meadows와 Tioga Pass를 거쳐 차가 요세미티를 벗어나 Mono Basin지역으로 들어선다. 그 중간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Mono Lake.
이 Lake를 지날 때마다 여기 있는 그 유명한 South Tufa를 늘 다음으로 미루고 지나쳤었다. 이번에는 작심하고 들르기로 했지만 (우선 South Tufa Trail은 짧고 평평하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 보기로 했다. 독립기념일 연휴의 잠자리가 슬슬 걱정되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에 이 동네를 지나면서 다음에 오면 꼭 여기서 한 번 자 보아야지 했던 곳이 있다. June Lake 옆에 있는 campground이다. 아름다운 June Lake Loop 길 (158번 도로)로 차를 몰았다.
June Lake. 혹시나 해서 와 봤지만 역시나 campground에는 오늘밤 한 자리도 빈 곳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내일밤은 몇 자리가 난다길래 한 자리 예약해 두고 다시 Mammoth Lakes로 달렸다. Mammoth Lakes 근처에서 가장 큰 New Shady Rest Campground (92 sites)에 갔더니 어라 여기도 만원. Campground Host의 말이 오늘까지는 이 동네 Hotel/Motel도 아마 방 구하기 힘들 거란다. (미국 요즘 불경기 맞나?) 황당해 하고 있으니 혹시 하루 일찍 집에 돌아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나더러 캠프장 돌면서 직접 빈자리 찾아 보라네. What a service! 어쩌겠냐, 답답한 사람은 나인데..
뒤져보니 두어군데 빈자리가 있긴 있었다. 큰 도로 (203번) 바로 옆. 밤새도록 쌩쌩거리는 자동차소리. 이에 비하면 꼭두새벽 뽕우리님 나무 분지르는 소리는 차라리 감미로운 교향악이리라. 내 평생 여기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다짐다짐하며 잠을 청했다.
셋째날 (7월 5일, 월)
이른 아침에 눈 뜨자말자 캠프장을 탈출해 나와 한 breakfast 식당을 찾아서는 먹는 것으로 간밤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식사후 Devils Postpile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Mammoth Mt 스키장 앞으로 가서야 비로소 이 동네 숙박시설들이 왜 이렇게 동이 났는지 (아무리 독립기념일 연휴라고는 하지만)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미 스키장 입구의 길가에까지 주차하고 있는 차량들, skier들, 그리고 스노보드 rider들. 한여름에 웬 스키와 스노보드?? 놀랍다. 오늘이 Mammoth 스키장 시즌 마지막 날이란다. 고도가 높은 Mammoth 스키장은 시즌이 다른 데 보다 좀 더 길게 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설마 7월초까지 할 줄이야… 지난 겨울 캘리포니아에 정말 눈이 많이 오기는 많이 왔나 보다. 그나저나 스키타러 가는 사람들을 보니 괜찮던 허리가 갑자기 욱씬 쓰린다. 그리고, 이 사촌들 때문에 배도 좀 아프고…
차를 주차해 놓고 Devils Postpile로 가는 mandatory셔틀버스를 탔다. Mammoth 스키장에 스키타러는 몇 번 와 봤지만 여기서 바로 코앞에 있는 Devils Postpile (National Monument)은 벼르기만 했을 뿐 이번이 처음이다.
버스가 Mammoth 스키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Ranger Station을 지나자, 좁고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곧 버스 차창을 통해 전에 스키장에서 얼핏 보았던 건너편 Ritter Range의 장관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와! 연이어 있는The Minarets, Mt. Ritter, Banner Peak.. 그리고 북쪽으로 보이는 Donohue Peak 등등…이 대자연의 작품 앞에서 몸에 그냥 전율을 느끼는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John Muir, Ansel Adams.. 많은 사람들이 여기 (Ansel Adams 死後 이 지역 이름도 Ansel Adams Wilderness로 되었다) 에 거의 미치지 않았던가.. 암튼 여기도 그 John Muir Trail이 John Muir Trail이게 하는 대표적인 한 구간이다. 8월초 여기를 지날 우리 베이산악회 팀이 돌연 너무 부러워진다. 그리고 화이팅!
좀 전에 지났던 Ranger Station 옆으로 차가 올라갈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것 같았다. 이따 돌아와 내차로 다시 올라가서 멀리서나마 천천히 이 환상적인 Ritter Range를 음미하기로 했다. 버스는 계속 하강하여 드디어 Devils Postpile Ranger Station앞에 도착했다. 오늘 내가 과연 얼마나 걸을 수 있을런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북쪽과 남쪽에 있는 두 폭포를 한계로 해서 북쪽에서 남쪽 방향 (내리막이 많아 진다) 으로 loop형의 행로 설정을 했다. 먼저 북쪽에 있는 Minaret Falls.
Ranger Station에서 북쪽으로 1마일 남짓 올라가면John Muir Trail (JMT) 과 Pacific Crest Trail (PCT) 이 갈라지는 junction이 나온다. (여기서 JMT로 해서 요세미티로 가는 두 backpacker를 만났다. 정말 무쟈게 부럽당!!) 이 junction에서 PCT를 따라 반 마일 남짓 올라 가면 Minaret Falls가 있다.
Minaret Falls. 높지는 않지만 몇 갈래로 널찍하게 떨어지는 폭포수들. 풍부한 수량의 폭포 소리 들으며 시원하게 세수를 한판 했다. 몸 상태도 아직 거뜬. 다음 행선지는 남쪽에 있는 Rainbow Falls. Minaret Falls에서 아까 그 junction까지 나와 south bound JMT로 들어섰다. 괜히 감개가 무량해진다. 이 내리막 JMT를 따라가면 Rainbow Falls로 가는 trail을 만나게 된다.
셔틀버스가 도착했던 Devils Postpile Ranger Station 앞 주차장에 관광버스 (아주관광 포함)가 몇 대나 있었다. 그런데, Thank God! 내가 걷고 있는 이 JMT에는 오직 나뿐이라 이 귀한 것을 나혼자 조용히 송두리째 독식할 수 있었다 (욕심쟁이!). 아주 천천히 걷기도 했지만 내리막이라 편하고, redwoods 숲속길 같은 포근한 기분도 들고.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세차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한적하게 걸을 수 있는 곳.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맑아지고 행복해 진다.
쉬엄쉬엄 천천히 걷다보니 이런 애들이 나의 까막눈에까지 들어온다. (얘네들이 마이송님 언제 오시냐고 묻데요.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답니다.) “천천히의 美學”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건강때문에 할 수 없이 천천히 걷게는 되었지만, 걷는 동안 보이는 것, 느끼는 것,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은 건강할 때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깊어졌다. 몸은 물론 다시 나아져야 하지만 이런 감성과 맑은 마음은 늘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한 3 마일정도 되는 JMT구간에 한껏 푹빠져 내려오면 이 다리를 만난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JMT와는 헤어지고 다른 trail로 Rainbow Falls로 가게 되는데, 방금전 JMT에 비하면 한 1 마일 정도 완전히 햇볕을 바로 받는 별로 매력적이지 못한 trail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왕래는 갑자기 아주 많아진다. Trailhead까지 셔틀버스가 다니는 편리함에 폭포 또한 멋있기 때문이겠지.
Rainbow Falls에 도착했다. 이 지역은 캘리포니아의 (Middle Fork) San Joaquin River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세찬 물길이 폭포 아래로 떨어지며 만들어 놓은 무지개가 이 폭포 이름의 근거를 자연스레 말해 주고 있다.
폭포를 돌아나와 점심식사도 할 겸 Red’s Meadows Resort로 갔다. Rainbow Falls에서 1마일 정도의 거리. 식당과 가게등을 갖추고 있어 JMT/PCT trekker들한테 인기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게를 둘러 보니 여러가지 필수품들을 꽤 잘 갖추어 놓았는데 장기 backpacking의 resupply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다. 낚시 도구까지 파는데 벽에 이 부근에서 대어를 낚은 사람들의 기념사진들을 많이 붙여 놓았다. 잡은 물고기 사이즈들을 보니 산제비님이 그런 놈으로 한 마리 낚아 올리면 산악회 JMT팀이 그것만 먹으면서도 충분히 JMT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Reds Meadow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Reds Meadow Campground (위의 RM Resort에서 북쪽으로 반마일 남짓 거리) 에 있는 무료 온천 bathhouse이다. 따끈따끈한 온천수로 이틀동안 묵은 때를 말끔히 벗기고 나니 훨훨 날 듯이 상쾌해 진다. Great!
(JMT팀 참고사항: Devils Postpile/Reds Meadow에서 1박 하실 계획이 있으시면 이 bathhouse 바로 앞에 backpackers campsite가 있습니다. Backpackers와 관계되는 아무런 표시도 되어 있지 않아서 물어봤더니 Reds Meadow Campground의 site #38과 #39가 backpacker들한테 assign된 것이랍니다.)
한결 가쁜해진 몸과 마음으로 이 bathhouse에서 Ranger Station쪽으로 가다보면 있는 Devils Postpile로 향했다.
어찌 자연적으로 이런 돌모양들이 만들어 질 수 있을까..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것을 실제로 보게 되니
자연의 造化라는 것이 새삼 경이롭다.
Devils Postpile의 돌들은 대부분 육각형 단면을 가지고 있는데, 자연이 이처럼 육각형을 만드는 이유는 육각형이 가장 공간 소모가 적고 가장 적은 에너지를 쓴다나.. 벌집 같은 것도 그래서 육각형이란다.
근데 Devils Postpile이 National Monument가 된 것은 누가 여기에다 수력 발전용 댐을 쌓기 위해 Devils Postpile을 없애려는 신청을 했었는데 그걸 막으려고 사람들이 구명운동을 벌인 결과란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건강한 몸도 더러 나처럼 (욕심때문에) 스스로 망가뜨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연은 내가 다시 가장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품어 주고 치유도 해 준다. 이런 자연까지 우리가 계속 삽질하고 시멘트로 발라 버리면 결국 우리에게 어떤 것이 돌아올 것인가...
오늘 상당히 많이 걸은 터라 이제 몸도 피곤해지고 통증의 신호도 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오늘 이 정도 걸을 수 있었다는 것은 거의 기적 같다. 제발 여기서 도로 후퇴하지 말았으면 하면서 돌아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Mammoth 스키장 앞에서 내차로 갈아탄 후 오전에 보아 두었던 전망대 (Minaret Vista Ranger Station 옆에 올라가는 찻길이 있다)로 향했다. Ritter Range의 일부. 역시 셔틀버스 차창으로보다는 여기 전망대에서 보는 것이 더 멋있다. 사진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봉우리가 Banner Peak, 그 다음 피라밋 같이 생긴 봉우리가 Mt Ritter (4006m, John Muir가 등정했던 여러 peak 중의 하나), 왼쪽의 쭈뼛쭈뼛한 작은 봉우리들이 The Minarets. 보고 또 보아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Donohue Peak (제일 왼쪽 봉우리)이 보이는데 그 왼쪽에 요세미티의 경계인 Donohue Pass가 있다. JMT와 PCT가 이 Donohue Pass를 넘어 요세미티로 진입하면 곧바로 Tuolumne Meadows로 가게 되는 것이다. 계획했던 backpacking을 할 수 없게 된 아쉬움에 저 멀리 지형지물들을 쳐다보며 나도 모르게 머릿속 산행을 한참이나 하고 있었다.
Devils Postpile과 Ansel Adams Wilderness에서의 逍遙, 감동적인 Ritter Range의 장관, 오늘은 정말 몸과 가슴이 모두 뻑쩍찌근하도록 자연을 만끽했다. 건강한 몸으로 다시 이들을 찾을 날이 속히 오기를 기원하며 June Lake의 오늘밤 campground로 향했다.
June Lake의 campground는 역시 훌륭했다. 아름다운 호수와 그 호수처럼 잔잔하고 차분한 주변은 은하수가 선명한 별 가득한 하늘과 잘 어울렸다. 거기에 나는 firewood를 한 묶음 사다가 토닥토닥 불 피워 놓고 따뜻한 녹차 한 잔으로 분위기를 잡았다. 그러고는 곤하디 곤하게 꿈나라로 들어갔다.
넷째날 (7월 6일, 화)
아침에 일어나니 옅은 호숫가 물안개가 싱그럽다. 자, 오늘은 집으로 돌아 가는 날. 짧은 여정이 좀 아쉬워 진다. 커피를 한 잔 진하게 끓여 마시고 짐을 챙긴 후 Mono Lake의 South Tufa로 차를 몰았다.
Hwy 395에서 동쪽으로 6 마일쯤 들어오면 South Tufa Trailhead가 있다. 종유굴에서 볼 수 있는 암석조형들을 연상시키는 Tufa Towers. 천천히 이들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1마일정도의 loop trail이 나의 훌륭한 아침 산책길이 된다. 이른 아침 조용한 시간 사진 찍으러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South Tufa를 떠나 Lee Vining에 있는 이쁜 breakfast 집에서 아침을 먹으며 집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를 했다. 지다님처럼 나도 왔던 길을 도로 가는 것은 별로인지라 내친 김에 Tioga Rd (120번) 대신 한 번 가보고 싶었던 Sonora Pass (108번)를 넘기로 했다. (PCT Tuolumne Mdw – Sonora Pass 구간에 전에부터 관심이 있었다.)
좀 좁고 가파른 찻길을 부지런히 올라와 Sonora Pass (9624 Ft) 에 당도하니 아래쪽에 PCT 마크가 붙은 안내판이 반갑게 맞아 준다. 이 안내판의 남쪽 방향 (요세미티방향)은 아래 사진 같다.
어휴! 그 존경스러운 PCT 2600-Miler들이 모두 여기를 지나갔단 말이지... 그들중에는 세번인가 네번 2600-Miler List에 오른 일흔 몇살의 할머니도 있다는 글을 어디서 읽은 적이 있다. 이 대목에서 불현듯 엊그제 Jerseydale 캠프장에서 나그네님께서 하신 맹세가 떠 올랐다.
나그네님은 앞으로 절대 “나이” 내지는 “늙음”이라는 주제로 말씀 (물론 글도 포함) 을 하지 않으시기로 천지신명 그리고 보리수님께 맹세를 하셨고, 나는 그 맹세의 현장에 있었던 살아 있는 증인되시겠다. (천지신명에게까지 맹세하셨으니 이렇게 그 사실을 사이트에 올려 모든 횐님들이 알고 계시게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오리발' 방지 차원에서.. ㅋㅋ) 나그네님, 화이팅!
108번 도로의 Sonora Pass 서쪽은 동쪽과 딴판이다. 길도 넓고, 덜 가파르고, 포장도 잘 되어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 경치가 참 좋다. 훌륭한 campground도 상당히 많아 보인다. Stanislaus National Forest의 Ranger Station에 들러 그곳 Ranger들과 오랫동안 수다를 떨면서 좋은 정보도 많이 얻고 큼직한 지도도 한 장 샀다. 위의 사진은 Emigrant Wilderness쪽 (요세미티쪽) 인데 이 동네에서 으뜸가는 구역이란다. 어서 몸 다 나아서 이 동네도 다시 와야지…ㅎㅎㅎ
“Everybody needs beauty as well as bread, places to play and pray in, where Nature may heal and cheer and give strength to body and soul alike.” (from John Muir, The Yosemite, p.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