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오랜만에 산행다운 길을 떠나는 날이다. 어릴 적 소풍 가듯이 기대와 걱정도 함께 맴돈다. 집 부근에 평평한 뚝길을 걷던 실력이지만, 아직은 녹슬지 않았다는 마음가짐을 하며 back pack과 간이 의자도 챙겨본다. 눈치를 보니 집사람이 내일 입을 옷을 세탁해 따스한 햇볓에 널어 놓는다. 그동안 몸과 마음이 게을러서 참가하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만날 흰님을 생각하니 잠까지 설쳐 대는듯하다.
이번 산행길은 친구분과 몇번 짧은 산행을 했었기에 우선 찾아가는 것은 자신이 있으니 아침에 맥다방에서 만난 여인(?)에게 걱정하지 말라 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오늘따라 아침에 드리운 짙은 안개속에 반가운 흰님의 모습을 그리며 페달을 밟으니 어느덧
75마일이 넘어간다. 그때 저쪽에서는 순사 양반이 고지서를 발부하고 있으니 정신을 차려본다. 옆자리에 옆지기가 있으면 어림없을 일을 또 저지르니... ㅎㅎ, 항상 자식들에게는 늘 운전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나 자신이 참으로 민망하다
도착해보니 3등이다. 좋은 성적을 받고 나서 속속히 반가운 흰님의 차들의 행렬을 맞는다. 그동안 세월이 흘러 처음 뵙는 분도 많고 나와 같이 일 년여 만에 뵙는 흰님과도 정다운 인사를 나누었다. 너무나도 반가운 분 들이라 일일이 닉네임을 쓰기에도 벅찬 마음이다. 서쪽길님의 안내로 각자의 토요이름을 알리고, 인원파악을 마친 후 산길을 오른다. 말하자면 적어도 오늘 하루만은 same boat 를 탄 공동체가 된 것이다. 오늘따라 쭉쭉 뻗은 나무 사이로 간간이 비추는 햇살은 흰님에게 희망을 속삭인다.
절정에 오른 가을에 넓게 흐트러진 낙엽을 밟는 산행 !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순간만은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기에 충분하다. 낙엽은 간간히 부는 바람에 흩어졌다 다시 만나고, 또다시 흐트러지며 가을을 수놓는다. 얼마나 흘렀을까. 정성껏 준비한 간식이 여러 흰님 가방 속에서 가을 세상으로 나온다. 늘 준비하신 분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먹습니다. 조금만 가면 그곳에 쉼터가 있기에 우리는 가을을 만끽하며 산을 오름니다. 뒤늦게 도착했을 때 여러 흰님이 둘러앉아 많은 이야기를 해 가며 밥 먹는 시간입니다. 요즈음에는 식사하는 동안에 가족과 많은 대화를 갖는 시간이 없는 듯합니다. 더욱이 스마트 폰이 나온 이후에는 자식과도 대화 실종이 된 지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토요식구의 속삭임에 밥맛이 더 해집니다.
내려가는 하산길은 밥을 먹고 내려가기에 편안한 길이 되어갑니다. 늦가을 산속에서의 대화는 상대를 이해하며 듣기에 더욱 좋은 시간입니다. 이때만큼 좋은 분위기가 있겠습니까. 살아간다는 것에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이 분위기가 오래오래 좋은 향기로 남아있는 산악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군요
오늘은 특별히 오랜만에 흰님을 만나기 위해 가깝지 않은 길을 달려와 인사만 나누고 가신 흰님에게 여러분을 대신해서 꼭 고맙습니다. 는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같이 해주신 여러 흰님과 오늘 다른 곳에서 산행을 하신 흰님, 사정상 참석하지 못한 흰님에게도 인사를 드리며 다음기회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