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7월 24일– 25일, 토일) 요세미티의 Pohono Trail과 4-Mile Trail을 연결해 1박 2일의 짧은backpacking을 했습니다. 3 주전 요세미티/Devils Postpile을 다녀온 후부터 급격히 호전되고 있는 나의 건강을 위해 좀 더 자연의 치유를 받고 싶었고, 지금의 건강상태가 과연 나에게 backpacking까지도 허락을 할까를 알아보고 싶은 마음 바쁜 욕심에서였습니다.
산행하는 나의 몸으로부터 OK 신호가 올 때 너무 좋아서 짐을 멘 채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산행하며 보는 요세미티의 장관뿐만 아니라 trail 옆의 나무들, 돌 하나, 풀 한포기, 지나가는 hiker들 또한 모두 모두 마냥 정겨웠지요. 우리의 건강이란 그런 것인가 봅니다. 건강상태가 아직 80% 정도에 와 있지만 약 1개월전의 제 모습에 비하면 그저 놀랍고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Pohono Trail (Tunnel View to Glacier Point, 13.8 mile) 과 4-MileTrail (Glacier Point to Valley Bottom, 4.6 mile)은 제가 이전에 day hiking으로 각각 산행해 본 곳이라 비교적 낯이 익고 비상시 도움 받기가 용이한 trail 들이었습니다. Yosemite Valley의 South Rim을 따라있는 이 trail들은 굽이굽이마다 Yosemite Valley의 다양한 면모를 잘 보여 주며, 특히 요세미티의 폭포들 (Bridalveil, Yosemite, Nevada, Vernal Fall)을 높은 곳에서 전체적으로 관망할 수 있는 것으로는 최상의 trail들이라 생각합니다. 폭포 수량들이 풍부한 6월쯤에 가면 그야말로 환상적이지요.
제가 산행을 진행한 순서대로 간략한 comment와 함께 사진 몇장 올립니다.
여기까지는 계속되는 오르막 switchbacks. 기온이 상당히 높은 날이었지만 나무들이 대부분 trail을 햇살로부터 가려주어 산행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죽고 부러진 나무들이 이처럼 이쁘고 아름답다. 단지 이들이 나무이기때문에 죽고 다쳐서도 이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것일까? 아니다. 실은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Crocker Point에 이를 즈음, 맑았던 Tuolumne쪽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있었다. 일기예보처럼Thunderstorm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햇살 받는 여기에서의 풍광은 더 선명하고 아름답다. Valley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까마득하기만한 El Capitan의 꼭지가 여기서는 내 눈높이가 되고, Bridalveil Fall을 이처럼 멀찌감치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땀흘리며 올라온 보람이 생긴다.
(#4) View from Dewey Point, Croker Point에서0.6 mile.
Dewey Point에 다다르자 Yosemite Valley 위에도 좀 전보다 구름이 많아 졌다. 그러나, 비가 올 기세는 아니다. 오른쪽 산사면 여기저기 보이는 끝이 뾰족한 바위 조형들이 멋있다. Tenaya Canyon위 검은 구름사이의 한 줄기 햇살이 화강암반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Clouds Rest 아래 를 spotlight처럼 비춰주고 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요세미티의 지형지물은 보는 장소에 따라 모습이 많이 달라진다. Clouds Rest의 위용은 Pohono Trail에서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것 같다.
(#5) Dewey Point에서 어떤 사람이 meditation에 몰입해 있다. 죄송했지만 뒤에서 살짝 한 커트.
자연과 내가 하나, 나아가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이치를 자연보다 더 잘 가르쳐 주고 훈련시켜주는 데가 있을까…
가끔 사람들이 깊은 산속에서 혼자 자면서 산행하면 무섭지 않냐고 묻는다. 처음에는 아주 무서웠다. 그러나 지금은 별로 그렇지 않다. 그리고 이 무서움이 없어지는 과정 바로 그 속에서 나는 나의 존재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어쩌면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죽음’이라는 문제에서 상당히 해방될 수 있었다. “죽음에서의 해방”이라는 것은 “고통없이 편안하게 죽는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죽어도 괜찮다” 는 것이다. 나아가 그것은 곧 “삶에서의 해방” 이며 “어떻게 살아도 괜찮다”는 것도 된다. 자연은 우리가 이런 엄청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가르치고 베풀어 준다.
Dewyey Point를 떠나 좀 길고 지루한 숲속길을 걸으면 물 흐르는 소리가 꽤 요란한 Bridalveil Creek를 만난다. 이 creek이 바로 Bridalveil Fall이 되는 것이다. Creek 위에 걸쳐있는 이 다리로부터 Glacier Point까지의 구간은 camp 금지 구역.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적당한 campsite를 찾아 텐트를 쳤다. 밤이 깊어 지며Bridalveil Creek 흐르는 물소리가 더 정답게 잘 들렸다. 자연과 나는 하나라는 감동이 내 몸에 스며오며 한없이 포근하고 행복해 진다. 그리고 삶과 죽음 또한 하나가 된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자연에 맡기고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무엇이 무서운가…
아침 Bridalveil Creek Bridge를 건너 Taft Point로 향했다. 덩치가 큰 나무들이 많은 완만한 오르막 숲길이다. 호젓한 아침 산책길 같은 이곳에서 나는 30분쯤에 걸쳐 세 녀석의 곰을 만났다. Backpacking 하면서 어쩌다 한번씩 곰을 만난 때는 있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많이 만나 본 것은 처음이다. 아마 여기가 camping 금지 구역이 된데다가 아침 시간이라서 그렇겠지.. 첫번째 녀석은 예쁜 갈색으로 모습과 행동이 아주 귀여웠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검정색 곰이었는데 세번째 놈은 아예 trail위에서 놀고 있다가 나를 보고는 어슬렁 어슬렁 길을 내어 주었다. 산에 다니면서 내가 느낀 한가지는 인적 드문 깊은 산의 산짐승일수록 사람을 두려워 않고 사람에게 더 친근감을 준다는 것이다. 이 녀석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내가 쳐다보며 보낸 미소를 모두 잘 알고 느끼는 듯 했다.
Taft Point에서 Sentinel Dome으로 가는 루트는 두셋이 있는데, Pohono Trail은 Sentinel Dome의 북쪽 사면을 끼고 돌게 된다. 이 구간은 Yosemite Falls의 바로 정면이라 폭포의 전체 모습을 가장 잘 관망하며 걸을 수 있다. 이 구간 안에서도 조금씩 우회하는 조그만 trail들을 만나게 된다. 이 우회하는 trail들을 따라 다니면 더 나은 view를 볼 수 있다.
3주전 조마조마하며 올랐던 Sentinel Dome을 이번에는 훨씬 힘차고 당당하게 올라왔다. 낯익은 Clark Range가 반갑게 맞아 준다. 고맙다 동무들아…
(#11) Sentinel Dome에서 Merced Canyon쪽으로 보이는 고봉들. Mt Florence, Mt Lyell, Mt Maclure의 삼봉이 돋보인다. 저기 가까이로 이제 곧 내발로 걸어갈 수 있는 날이 오고 있다고 생각하니, “ 아~ 기분 조오타!!”
(#12) Glacier Point에서 보이는 Merced Canyon. 아직 수량이 풍부한 Nevada Fall과 Vernal Fall의 모습이 선명하다. Sentinel Dome에서 1 mile.
Sentinel Dome을 내려와 울창한 대형 소나무 숲길을 따라 Glacier Point에 도착했다. 늘 그렇듯이 차와 사람들이 많았다. 거기 식당에서 풍성하게 점심을 먹고 짐을 벗은 홀가분한 몸으로 여기저기를 오랫동안 소요하고 쉬면서 4-Mile Trail을 내려갈 마음의 채비를 했다.
4-Mile Trail은 그 유명세때문에 여전히 오르내리는 day hiker 들이 많았다. 나를 비롯해 내려 가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오르는 사람들보다 훨씬 밝다. 그러나, 힘이 들어도 열심히 올라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
(#14) 4-Mile Trail에서 보이는 Tenaya Canyon #2.
(#16) 4-Mile Trail의 Union Point. 이 부러진 나무와 뒷편의 Rock Formation이 실제로 참 잘 어울렸다. (나의 사진 기술이 형편없다보니…)
(#18) 4-Mile Trail을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서쪽 사면에 보이는 암석 조형.
4-Mile Trail을 다 내려와 Valley Bottom 에 있는 Trailhead에 도착했다. 4 마일이 넘는 내리막을 줄곧 걸어내려와서 다리가 좀 뻐근했지만 몸은 괜찮았다.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나는 건강을 두 번 크게 헤쳤다. 한번은 이혼후 정신적으로 그리고 또 한번은 지금 신체적으로. 그런데, 첫번째도 자연이 나를 살려냈고 지금 두번째도 자연이 나를 이렇게 치유해 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두 아픔의 경험보다 휠씬 중요한 나의 존재에 관한 가르침과 답도 나에게 알려주고 또 베풀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진정 감사할 따름이다.
“Indeed, some of the days I have spent alone in the depths of the wilderness have shown me that immortal life beyond the grave is not essential to perfect happiness, for these diverse days were so complete there was no sense of time in them, they had no definite beginning or ending, and formed a kind of terrestrial immortality. After days like these we are ready for any fate—pain, grief, death or oblivion—with grateful heart for the glorious gift as long as hearts shall endure.”
in Meditations of John Muir (Nature’s
사진도 멋있고...글도 참 운치가 있습니다...요세미티는 너무 한번 가보고 싶은곳인데..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더욱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네요..
나중에 또 가실 기회가 있으면 저도 데려가 주세요...
그래도...한 5년전에는 지리산 종주도 하고..백두대간도 쭉 이어서 타곤 하였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30파운드 살이 쪘지만...ㅡ.ㅡ;;;
눈이 너무 호강함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