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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연과 함께한 산행

by musim posted Dec 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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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이번 산행은 마음이 변할까 봐, 월요일에 일찍 참가의사를 밝히고 자주 들여다보니 ‘소라’님은 우중산행이 되더라도 무조건 "참석한다"는 말에 매우 믿음이 간다. 내가 약 6 년전 첫 비가 내리는 산행을 떠나던 날 ‘이즈리’와 나는 날씨를 탓하며 투덜대던 때를 생각하니 그분은 틀림없는 토요식구라 여겨진다. 혹시나 했던 우중산행은 뒤로 미루어지고, 갑자기 매워진 찬 공기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추운 날씨도 떨쳐내고 모이는 흰님과의 산행에 자그마한 동질감을 느끼며 왠지 특별한 산행이 될 예감이 든다.

이번에 모이는 장소는 처음이지만, 예전에 그 부근에서 캠핑을 한 적이 있기에 그리 낯 설지 않다. 이 캠핑장은 집에서 제일 가까우면서도 머릿속에 오랫동안 기억이 되는 곳이었다. 오늘도 복잡하고 사람들의 내음이 듬뿍 젖은 시내(캐스트로 밸리)에서 나지막한 한 고개만 넘으면 갑자기 깊은 산중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느낄 수가 있는 이곳을 나는 매우 좋아한다. "지상에서 낙원으로" 가는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일까! 단 한 가지 길이 워낙 커브가 많으니, 혹시나 집사람이 임신 중만 아니었다면 좋겠다. ㅎㅎ

오늘은 2시간 이상 운전해서 오는 흰님도 많은데, 가까운 곳에서 지각하면 염치없어 보이겠기에 오늘도 넉넉한 시간을 갖고 집을 떠났다. 약간의 경사가 진 산등성이에 마련된 주차장에는 차가 열 댓대 주차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에 벌써 6명의 "쌰크라 멘또"팀이 한 차로 와서 여성 흰님들은 차 안에서 같이 오며 못다 한 이야기 맛의 절정의 시간을 갖는다. 하비, 산지기, 햇님은 따듯해 가는 햇살 아래에서 반가히 맞아주며 남편들의 지시로 차안에서 나와 별볼일 없는 이에게도  반가히 인사를 나눕니다. 보고픈 얼굴, 그리운 모습들로 작은 주차장에 속속 모인 흰님들에게서 오클랜드산의 정기가 스며듬을 보았다. 많은 세월을 보내고, 마지막 달의 산행에서 건강히 마주한다는 것은 토요식구들의 축복이다. 오늘 산행 이외에 사정상 빠진 분도 많이 있지만, 머지않은 진달래, 개나리 피어나는 따듯한 봄날에는 우리 모두 모여 보기를 소원한다.

비좁은 파킹랏에서 인원 점검 시간이다. 초행길과 우중산행이 되는 것도 마다치 않는 소라님이 보이지 않는다. 길을 헤메는지도 모르지만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간단한 점검을 하니 19명으로 출발이다. 워낙 길치인 나도 헤맬지도 모를 님이 애처로워 도로가에서 좌우를 살피다 마지막으로 쫒아갔다. 이 좋은 날! 꽁지를 놓치면 어떻게 하랴. 바로 위에서 나보다 산행경험이 많은 자연님이 화살표로 표시 하며 가기에 나도 덧칠로 선명하게 하고 올라갔다. 자연님이 몇 번의 시도로 포기한듯싶은데,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그려나갔다. 40여 분이 흘렀을까. 쉬어가는 시간에, 저 밑에서 소라님의 입장! 와~ 대박이다. 초행길인데 어떻게 찾아왔느냐고 물으니 화살표를 보고 찾아왔다고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말한다. 그러면서 내 놓은 간식은 브런치 타임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든든한 간식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새크라멘토를 훌쩍 지나 나오신 흰님들과의 이곳 산행길이 그곳에서의 산행과 같은 값진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생활하는 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먼 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을 하는데, 차가운 계절과 매운 날씨에 먼 곳에서 온 님들의 마음속에 해맑은 웃음이 깃들며 보람있는 하루를 만끽하고 동쪽으로 향했으면…

이른 아침 산의 기를 듬뿍 담아 걷는 길은 졸린 눈을 떨쳐 내고 나온 우리 만이 즐길 수 있는 특권이다. 산이 거기 있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있기에 오르는 것이 아닐까? 여유와 쉼표를 지니며 걷는 흰님들의 모습에서 어디서든지 함께할 수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이 순간이 간간이 기억되어 좋은 추억이 되기를 소망하며 걸으니 발걸음에 힘이 더해진다.
오늘은 구면보다는 초면이 많은 산행이기에 조심스럽다. 때로는 한국식 점잔도 빼고 때로는 친구 또는 동생같이 대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베이산악회에는 일등병이 많이 없어서 심심하던 차에 얼듯 보기에 새로 입대한 ‘아리와 조나’ 그리고 ‘소라' 라는 일등병을 뵈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일등병에게는 새로운 모임에서 푸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적어도 상병이 되기까지 더 많은 친절과 배려를 해주어서 편안하고 보람있는 공동체의 자부심을 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우리는 너무 많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문화권에 살고 있음을 늘 기억하자. 그냥 지내다 보면 저절로 그 사람이 다가오는 시간은 항상 열려 있는 것이 아닐까. 혹시 젊은 일등병들에게는 부담될 수도 있으리라는 노파심에서이다.


우리가 언제까지 상병과 병장 만으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동생이 먼저, 형이 먼저” 문화를 활성화해서 40대의 흰님들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이다. 뒤 돌아보면 적어도 몇 번은 낯 설은 모임에 첫발을 담았던 때가 우리에게는 여러 번 있었다. 그때에 누군가 다정하게 다가왔었다면 그 공동체의 모습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나의 주위에 고마운 병장들을 많이 보게된다. 구세대에 속해 있지만 비슷한 연배인데도, 지나치게 신경을 써 주니 부담스럽기도 하다. 나만 듬뿍 받고 돌아본 그들의 모습에 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제 이쯤에서 두서없는 글을 내립니다. 오늘은 사람이 사는 내음을 듬뿍 느끼며, 집으로 향하게 하여주신 여러 흰님에게 고맙습니다. 먼곳에서 사랑과 정성을 가득 싣고 오신 햇님과 달님 의 처음 먹어보는 불고기 타코와 실에 바늘 가듯이 좋은 와인 까지 곁들어 주신 푸짐한 음식과 정성에 "고맙습니다."
너무 구면인 자연님은 구수한 국물을 곁들인 많은 어묵과 함지박으로 퍼먹어도 모자람이 없는 라면! 준비한 많은 양의 물과 라면을 되돌려 트렁크에 실어 주어야  하는 넉넉함.... 그 이외에 많은 분이 음료수(?)와 떡, 과일 캔디를 준비해 주셔서 풍족한 산행이 되었음을 감사드립니다.




P.S. 오늘 산행을 안내해 주실 산님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한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좋은 산행지를 선택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또한, 대신해서 반장이 되어주신 이슬비님, 아지랑님도 Thank you.

집이 산행지 근처라 왔노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일부러 찾아주신 산악회에 원로이신 프리맨님과 예쁜 손주에게도 고맙습니다.
뒷플이를 함께 하지 못한 소라님괴 아리조나님 참석하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혹시 연배가 부담스러워도 그냥 어울리세요. 님들이 곧 이끌어나가야 할 베이산악회 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토요가족은 더욱더 편안한 식구가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언제나 참석을 환영하고 기다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총무님이신 베어님과 커피님의 감기도 빨리 완쾌되시기를 바라며 그 이외에 흰님들 모든 분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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