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토요가족이 많이 늘어 눈인사와 헷갈리는 닉네임만으로는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흰님들이 많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같이 산행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다양한 얼굴만큼 각양각색의 바람 같은 마음을 서로에게 머물게 한다는 것은 행복함이 된다. 때로는 현실에서 겪어나가는 인간관계로부터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만나서 반갑고 우리가 되기에 무조건 좋은 시간이다. 이렇게 오늘도 38명의 흰님 들이 잿빛 어린 산등성이 밑에 모였다.
멀리서는 새크라멘토에서 가깝게는 우리 집 뒷마당이라는 님과 함께하는 이곳의 산행은 몇 번인가 왔지만, 오랜만에 찾은 ‘알룸롹’의 초입구에서 열을 지어 오른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몇 주간에 걸친 ‘우천 산행’은 오늘도 빗나갔다. 흡사 노래 구절처럼 "만나면 시들하고 헤어지면 보고 싶은 듯이..." 하지만 하느님은 비가 내려 시들해지는 것을 허락지 않으셨다. 오늘의 만남은 마음이 원하는 사람들의 만남이 되었으리라. 사람은 곁에 누군가 함께 할 때 몸과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 일찍 찬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함께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산의 정기와 신선한 공기를 접하며 오른다. 그리고 간간이 내어 놓는 정성 어린 간식은 준비하신 분의 정성을 느끼며 먹는다. 어느 단골(?) 지각생이 되어 버린 님은 집도 멀지만 계속 퍼 나르는 간식에 미안함이 가득하다. 아무리 초행길이라도 반드시 찾아내서 흰님의 기운을 북돋으게 하겠다는 신념이 대단하다. 주는것이 받는것 보다 더 행복감을 느낀다 해도...
이곳은 곳곳에 피크닉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다. 많은 토요식구가 여기저기 벌린 좌판에 갖가지 음식이 넘쳐 난다. 어느 흰님은 테이블 이곳저곳을 시찰하며 음식감상 하는 시간도 가진다. 흰님들이 많으면 개성들도 각각인 것이 좋은 생각을 들게 한다.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단조로운 식사보다는 훨씬 더 좋아 보인다.
아무리 지난 것은 없어진 것이라 하지만, 그래도 오늘에 ‘알룸롹”의 우중충한 산행은 간간이 생각날 것이다. 과거를 잊지 못하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과거를 잊지 마세요’라는 말도 있지만, 그저 종종 즐거운 과거가 추억이 되어 나의 주위를 맴돌았으면 좋겠다. 오늘 안내를 맡은 아싸님, 베어님, 필요한 구간에서 지켜주신 호랑이님 모두 고맙습니다. 특히 있는 듯 없는 듯 소리 없이 마르지 않은 땅에서 사진을 찍느라 수고하신 창공님, 그리고, 오랜만에 만남 흰님들과 처음 뵌 분에게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겸손하신 모든 흰님!
고맙습니다.
캬...
"바람 같은 마음을 서로에게 머물게 한다는 것" 이 행복이라는 말씀.
무심님은 베이산악회 철학자 니이체, 또 Robert Frost 버금가시는 시인.
부슬비가 내리는 운치 있었던 산행. 무심님 뵈서 반가웠어요.
- 베이 산악회 단골 지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