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오래전 풋풋한 학창시절에 한동안 사진에 미쳐 돌아다니던 적이 있었습니다.
금요일 비가오면, 나홀로 카메라가방을 메고 동해안의 추암으로 달려가곤 했지요.
오로지 토요일아침 비가갠후의 추암일출을 찍기 위함이었는데..
물론 그땐 원샷원킬의 필카였구요.
...
암튼 제가 다니던 시절의 추암은 정말 젊은날의 낭만이 그대로 살아있는 아름다운 시골어촌 그대로 였습니다.
관광객도 없었고, 해암정이나 촛대바위에서 찍는 사진들은 아무렇게나 셔터를 눌러도 정말 예술이었고요.
추암 민박집 아주머니의 미소는 지금도 제맘속에 그대로 살아있답니다.
마찬가지 심정으로..
수요일과 목요일 레이크타호 지역에 눈이 쏟아졌고,
이틀이 지난 토요일 아침일찍
드디어 제대로된 눈산행을 해보자는 굶주린 하이에나의 심정으로 랄스톤피크 등정을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집을 나서는데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더욱 스산한 느낌을 줍니다.
트레일헤드는 눈에 뒤덮여 주차공간을 찾을수가 없었고요,
우여곡절끝에 끝내주는 주차자리를 확보했습니다.
아무리 눈이 많이와도 랄스톤피크 주차는 여기하면 됩니다.
장소는 바로여긴데.. 저만 알아야하는 비밀이므로 그림자만 보여드려요.^^
이곳에 주차하면 장점이 트레일맵을 무시하고 바로 능선으로 올라탈수 있습니다..
물론 산행시간 약 30분정도를 단축할수 있으니 급경사의 오르막은 감수해야 합니다.
어차피 눈에 뒤덮이면 온세상 보이는길이 전부 트레일입니다.
나침반과 트레일맵에 의지해서 앞으로 나아갔어요.
아무도 올라간 흔적이 없었기때문에 올라가는 내내 트레일맵과 나침반을 자주 들여다보아야 했습니다.
뒤에오는 누군가는 우리들의 발자욱이 큰 도움과 위로가 되겠지요.
동쪽능선으로 올라가야 이걸봅니다.
능선에 눈과 세찬바람이 만들어놓은 예술작품을 오늘 산행에 함께한 셋이서 한동안 감탄사를 연발하며 넋놓고 바라보았습니다.
오늘하루는 베이산악회의 우리셋 (Andes / Banff / 1 Other Person)이 찍은 발자욱이 최초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서쪽으로는 불과 2주전 올라갔었던 피라미드피크와 아가시즈..
랄스톤 피크와의 사이에 깊은 계곡엔 트윈브릿지의 호스테일폴스와 아발란체 레이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3월에 트윈브릿지-아발란체레이크-피라미드-아가시즈-실비아레이크의 2박3일 심설산중 백패킹을 계획합니다.
제가 갠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풍경입니다.
쓸쓸한 겨울날 저녁무렵의 몽환적인 풍경... 이걸 보기위해 오늘 여길 왔구요.
해가지면서, 나무사이로 바위에 비친 노을빛이 황금색으로 불타오르네요
오전 8시반에 트레일을 시작했고,
오후 3시에 랄스톤피크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내려오니 6시.
트레일맵에 나온 랄스톤피크 왕복7마일 트레일...
저희 셋이 실제로 걸은 트레일거리는 12.8마일이었고,
제가 그동안 걸었던 어떤 하루 20마일짜리 트레일보다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트레일헤드로 다시 돌아와 차를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나 이제 후회없을거 같아...
참 아름다운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