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세계에서 놀다왔습니다.
써놀의 푸른 정경은 있는 그대로와 보이는대로의 경계가 허물어진 공간이었습니다.
보이는대로 그린 모네의 "아르쟝퇴유의 파피" 라는 그림입니다.
아르쟝퇴유의 파피는 써놀의 캘리포니아 골드 파피보다는 붉은색이 더 강합니다.
그림 속 여인은 모네의 마눌이라고 그러던데, 요즘같으면 노스 페이스 아웃도어복장에 햇볕 가리는 둥근 모자 차림이었을 겁니다. 아마도 산새님 스탈....
그 당시 르노와르 마눌이 모자 장사를 했다고하니 아마도 저 모자는 그 집에서 샀을겁니다. 강매했겠죠.
그날 써놀의 파피는 이렇게 보였습니다. 원근법이 무시될 정도로 청신한 봄산의 정경입니다. 이렇게보니 사진기는 참 매력없는 기계입니다.
우리는 그날 계획했던 코스를 반대로 돌았습니다.
적지않은 인원들이 줄지어서 10 마일 가량을 돌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10 마일이라는 거리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닌거 같습니다.
저런 경치를 누리면서 사는 행복과 함께, 건강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지표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 중간쯤, 막바지 오르막 한구비를 올라갔을까, 옐로스톤님의 감탄사가 들려왔습니다.
어느 여회원님의 미모를 보고 파피들이 쪽팔려서 꽃망울을 접어버렸다나 뭐라나....
말로만 듣던 수화(羞花)미인이 써놀에서 탄생한 겁니다.
당현종의 애첩 양귀비를 보고 꽃들이 봉오리를 접었다고해서 양귀비를 수화미인이라고 부르는데, 하필 그 양귀비들을 민망케 허다뉘....
중국넘들 뻥을 한판에 뛰어넘는 옐로스톤님의 기가맥힌 상상력은 가히 예술이었습니다.
그날 선비님과는 또다른 토론의 장이 펼쳐졌습니다.
색이냐 형태(소묘)냐, 형식이냐 감성이냐, "보이는 그대로"와 "있는 그대로"의 차이는 무엇이냐,,,,
원효냐 의상이냐, 주리냐 주기냐, 돈오돈수냐 돈오점수냐....
결론도 나지 않는 현학문답을 주거니 받거니....
살림에 별로 도움이 안되죠.
있는 그대로 그린 그림 하나 보고 가십시다. 15 세기 초반 네델란드 화가 얀 반 아이크가 그렸습니다.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 2 인의 전신 초상으로는 이게 최초라고 합니다.
그러면, 보이는대로 그린 건 어떠냐.... 마네의 출세작 "풀밭 위의 점심식사" 오르세 미술관 꼭대기 층에 가면 대빵만하게 걸려있죠.
멀리 보이는 배경은 뭐 대충 흐지부지하게 처리해버렸죠. (이 정도 그림들은 조금만 관심가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 수준이므로 저한테 뭐 아는체 한다고 뭐라고 하는 핀잔은 사양합니다. )
그래서, 우리는 산행에서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 즉 끊임없는 수다를 즐기면서 그 10 마일을 걸었다 이겁니다.
중간에 이런 경치를 맛보면서리...... 굳이 표현하자면 이건 18 세기 말 19 세기 초 나폴레옹 시대 신고전주의에 가까운 정경임다. (신고전주의 그림은 다비드나 그로를 검색하시면 낯익은 그림들을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루블 박물관에 많이 걸려있죠.)---> 사족 : 풍경이 그림의 소재로 등장한 것은 폴 세잔 이후라고 알려져 있슴다.
그리고, 저는 나뭇꾼님과 자전거로 귀가하면서 여러분들이 모르시는 또 하나의 즐거움, 머시기냐....
Sunol 삼거리에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구멍가게에 들러설랑 셔언~~헌 코코넛 한 개를 빵꾸를 내설랑 한 잔 마시고 무사허게 하루를 마감했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담에 기회가 허락하거덩, 써놀 구멍가게에서 다같이 코코넛 한 잔 허십시다.
FAB.
그냥 가기 아쉬우니깐 음악이나 한 곡조.......
같은 음악이라도 연주가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음을 함께 나눠봅시다. 어차피 예술이란 작가의 주관에 대한 타인의 왜곡이니깐.....
비발디 사계.
1. 명반 중에 명반이라고 하는 이무지치 합주단의 1959년 녹음.
https://www.youtube.com/watch?v=22ufQQJ-DME
2. 유로파 갈란테 연주 버전 Fabio Biondi 독주)
https://www.youtube.com/watch?v=HLSzcBuQnag
3. Il Giardino Armonico 버전 ---- 겨울 1 악장은 Spooky + Chilly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SSbHLQ3KGY&list=PLACA0B2758A0BCFA8
바로 아래 거친여인의 품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정신못차리는 제가 갑자기 부끄러워졌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도 써놀구멍가게에서 코코넛한잔 하면서 정신좀 차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