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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16 산행느낌 (환갑상)

by 소라 posted Dec 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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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수도 없는 많은 생일을 지낸 나이입니다.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설렘의 나이도 있었는데 

이젠 생일이 또 다가오는것이 영 부담스러운게 사실입니다.  


부모가 되니 이젠 장성한 아이들이 원하는걸 하게 하는게 

부모맘인걸 알았습니다.  맘같아선 주중산행을 하고 

조용히 집에서 있고 싶은데 엄마의 생일을 또래 친구들 

이벤트식 생일 챙겨주듯 준비하는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목요일 오후에 애들 눈치보느라 산행공지도 못하는터에 

헛웃음 나오는 말을 들었습니다.  "엄마, 오전에는 당근 산행갈꺼지?" 

처음엔 산행을 간다면 다리라도 부러지는 줄  호들갑을 떨며 만류하던 

애들이 이젠 당연히 엄마산행 fever를 받아들이는걸 보니 지난 일년 

꾸준이도 자연에 빠져 산것 같습니다.  


서둘러 올린 산행을 결정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새크라멘토는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시간별 일기예보에도 여지없이 

많은 양의 비를 예보하고 있어서 부득이 산행지를 바꾸어 땅이 

질척이지 않을 아스팔트길의 트레일로 바꾸고 길을 나섭니다.  

포톨라 산행이후론 에베레스트도 올라갈것같은 용기가 났었는데 

내리는 비를 보니 오늘 산행은 무모한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산행을 시작할 무렵엔 비가 잦아들더니 휴식을 할즈음엔 아예 비가 

그쳤습니다.  그리곤 백팩에선 케잌이 나오고 미미님은 미역국까지 

준비해오셔서 제 생애 가장 인상깊을 생일상을 받았습니다.  비온후라

나무향기며 공기가 넘 맑은곳에서 버너에서 끓고 있는 생일 국은 

굴뚝에서 연기나듯 하늘로 올랐습니다.  


호숫가 건너편에 지나가던 연세 지긋하신 여성 분이 우리쪽을 

쳐다보는걸 인지하면서  케잌에 촛불도 끄고 정성스레 준비하신 

이른 점심상을 받았습니다.  청와대 만찬에 초대받아도 이보다 

더 감동스럽지 않았을 순간을 맛보는 찰나에 두명의 Park Ranger가 

불피운다고(장작을 떼는 줄 아신듯...)  신고를 받고 나타나시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그리곤 '어떤사람들은 누가 즐기는 꼴을 못본다니까...' 하시면서 

제게 생일축하한다고 하고는 자리를 뜨셨습니다.  


트레일에서 생일상을 받고 레인저에게 축하를 받는 오늘은 아마도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 특이한 이벤트로 남을 듯 합니다.  

Ageism이란 부정적 편견이 있는 세대를 살아갑니다.  젊음이 

동경의 대상이 되어 나이를 더한다는게 서럽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전 나이 든 지금이 젊었을 적 자신보다 더 좋습니다.  


빠르고 불같았던 성격보다 지금의 느리고 신중함이 좋고 

자신감 충만했던 때보단 부족함이 너무 많아 늘 열등감에 시달리는 

현재가 더 좋습니다.  청바지 무릎나오는게 싫어서 하루에도 

서너번 갈아입던 까탈스럼에서 어제 입은 옷을 오늘도 입을 수 있는

무덤덤한 지금이 좋습니다.  서로를 챙기고 배려해 주시는 분들덕에 

오늘 참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찬 공기가 오히려 훈훈하게 느끼게 

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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