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금)부터 13일 (수)까지 5박 6일 동안 Kings Canyon에 있는 Rae Lakes Loop으로 solo backpacking을 다녀 왔습니다. 출발 2-3일 전까지 계속되던 High Sierra의 storm으로 산간에 눈이 많이 쌓이고 기온이 급강하 되었다는 소식에 모처럼의 계획을 접어야하나 고려도 했었지만, 산행기간 동안 많이 풀린 날씨와 함께 쾌청한 가을 하늘을 만끽했습니다. Rae Lakes Loop! 익히 들어온 그 명성만큼 참으로 아름답고 멋있는 trail이었습니다. 저의 산행과 소회를 다시 복기해 정리하면서 더불어 횐님들께도 그 일정을 따라 이 trail의 이모저모를 소개합니다.
산행출발전
출발전 한동안의 storm이 가져온 눈때문에 요세미티의 Tioga Rd가closed되고 High Sierra 산행에 대한 경고가 계속되는지라 일기예보와 산간지역 積雪소식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몇번씩 Kings Canyon Wilderness Office에 전화와 email로 Rae Lakes Loop의 trail 상태에 대해 문의해 보았지만 고산지역 상태는 자기들도 잘 알 수 없다는 불확실한 대답만 돌아온다. 그래도 다행히 산행예정기간의 일기는 맑은날씨에 기온도 상승세로 예보되고 있어 최종의 결정을 내렸다. 암튼 더 이상의 storm은 있을 것 같지 않고, 좀 춥기는 하더라도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니 “좋다 마 가자! 눈이 잔뜩 쌓여 있으면 까짓거 정처없이 눈산행 하지뭐.” 해서 snowshoes, 아이젠, gaiters, snow shovel에다가 하루분의 여분식량까지 챙겨넣고 하루 전날 Fresno로 떠났다.
Fresno에 도착, 저녁 먹으러 sushi집에 들어가 “내일부터의 빡센 산행을 위한 에너지 보충”이라는 구실로 이것저것 야금야금 먹다가 과식을 넘어 폭식까지 가고 말았다. (솔직히, 이처럼 산행을 위해(?) 과식 내지는 폭식하는 습성은 베이산악회에서 배웠다.) 호텔방으로 돌아오며 얼마나 배가 부르고 몸이 무거운지 이런 상태로 내일부터 제대로 걷기나 하겠나 은근 걱정하면서도 한편 내일부터의 산행에 대한 기대 만땅속에서 잠을 청했다.
첫째날 (10월 8일, 금): Roadend Trailhead to Lower Paradise Valley, 6.5 마일, 5000ft to 6500ft
Fresno에서 다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솔직히, 나는 산행관련으로 과식을 좀 해도 소화를 참 잘 시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것도 베이산악회에서 물든 것이다.) Hwy 180을 타고 Kings Canyon으로 향했다. 따져보니 지난번 이길로 왔던지가 벌써 3년이 넘은 듯 싶다. Grant Grove의 Visitor Center에 도착, 그곳 Ranger들을 꽉 붙들고 물어보니 ”Rae Lakes Loop, NO PROBLEM!!” 눈도 거의 다 녹았을 거라며 눈장비 안 가지고 가도 괜찮을 거란다. 공연히 했던 trail 상태에 대한 우려, 그리고 무거워질 짐부담이 없어지니 10년 묵은 체증이 화악 내려가는 것 같다.
랄랄라~~ 가벼워진 마음으로 지난번 여동생네와 같이 들러 봤던 근처의 General Grant Tree에 우선 산보삼아 다시 가 보기로 했다.
미국의 National Christmas Tree라는 이 General Grant Tree. 나의 똑딱이 사진 솜씨로는 (심지어 전에 땅바닥에 드러누워서 찍어 본 적도 있지만) 이 나무를 아래에서 꼭지까지 한꺼번에 담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에도 역시 반쪽씩.
암튼, 미리 Merry Christmas Everyone! 특히 한국에 있는 내동생에게…
General Grant Tree 가까이 있는 지난날 lumberman들이 생활했다는 giant 나무속 거주지. 전에 동생네들과 했던 것처럼 이쪽 입구에서 저쪽 입구로 왔다리 갔다리… giant 나무들, 참 대단하다.
다시 차를 몰아 Grant Grove에서 35마일정도 떨어져 있는 Roads End (Hwy 180 끝)로 향한다. Hwy 180연도에 보이기 시작하는 끝이 뾰족뾰족한 꼬마 봉우리들과 멀리 눈덮인 High Sierra 고봉들이 슬슬 산행할 내마음의 채비를 갖추게 하고…
Cedar Grove쪽 (=Roads End 쪽) Valley 너머로도 눈덮인 봉우리가 보인다. Rae Lakes Loop은 저 봉우리 가까이를 지날 것이다.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하니 自然을 향한 나의 집중력도 점점 모아지고 높아져 간다.
드디어 Roadend Trailhead에 도착. 앞에 보이는 텅빈 Ranger Station에서 self-registration으로 wilderness permit을 받았다. 바쁜 시즌이 지나면 이처럼 permit 받기가 쉬워지는 것이 참 좋다. 오늘은 목적지는 여기서 6.5 마일 떨어진 Lower Paradise Valley까지이다.
Trail에 들어서자 Mist Falls까지 dayhiking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출발기념 사진 한 장 부탁. 다른 눈산행 장비는 모두 차에다 두고 가기로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gaiter와 여분의 비상용 식량은 배낭에 넣어 간다. 덤이라 생각하니 그것도 무게라고 짐이 꽤나 무겁게 느껴진다.
Trailhead에서 여기까지 아주 평탄한 2마일. 여기부터가 진정한 Rae Lakes Loop의 출발점이다. 나는 시계 방향으로 loop을 돌기로 했다. 즉, 왼쪽 오르막길로 올라가 한 바퀴를 돌아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다시 여기에서 만나게 되는데 여기부터의 그 한 바퀴는 모두 42마일이다. 왼쪽 오르막은 South Fork Kings River을 따라가는 계곡길로 Mist Falls을 거쳐 Paradise Valley로 향한다.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경사진 계곡을 내려가는 Kings River의 시원하고 세찬 물흐름 소리는 그만큼의 경사길을 오르고 있는 나의 노고를 많이 덜어 준다.
맑고 세찬 계곡물을 보고 들으며 다시 숲길을 올라오면 큰 암반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탁 트이게 된 공간이 나온다. 여기서 뒤로 돌아보면 맞은편 산꼭지 위에 있는 유명한 Kings Canyon의 The Sphinx와 정면으로 마주치게 된다. 자연은 암석을 깍아 저처럼 산꼭대기에 Sphinx모양도 만들어 놓았지만 이처럼 절묘한 위치에 “Sphinx 자연전망대”도 만들어 놓았다.
반대쪽 (산행방향)으로는 오를수록 Valley가 점점 더 좁아지면서 가파르게 되어 Kings River의 소리가 더 세차게 들린다. 위 사진 가운데로 양쪽의 산사면이 맞닿아 보이는 지점이 오늘의 목적지 Lower Paradise Valley가 있는 곳이다. 자, 아자아자~ 퐈이야!!
오르막을 좀 더 올라오면 숲속 trail 오른쪽옆으로 Mist Falls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은 폭포의 물이 많이 줄어 있지만 봄철 눈녹을 무렵에는 그 대단한 수량의 장관으로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다. Roadend trailhead에서 여기까지 4마일 정도.
좀 더 오르면 계곡의 폭이 아주 좁아지는 곳. Trail은 Paradise Valley의 관문처럼 가파른 돌계단길이 된다.
돌계단길의 꼭지에 올라서서 뒤를 돌아 보니 어느새 서쪽으로 많이 기운 해가 지금까지 올라온 valley위로 짙은 그림자를 드리워 가고 있다. 맞은 편 Sphinx와도 눈높이가 거의 같아졌다. 며칠후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하고는 드디어 Paradise Valley로 진입했다.
Paradise Valley에 진입하자말자 한 무더기의 빨간 야생 사르비아가 나를 환영해 준다. 유별나게 꽃을 좋아하시던 우리 아버님께서 집 앞마당에 늘 심어놓으셨던 것. 어린 나는 자주 한 무리의 동무들을 집에 몰고와 놀면서 같이 단물을 쪽쪽 빨아 먹으며 온 꽃밭을 작살내 놓곤 했었다. 아버님 돌아가신 지도 곧 10년이 다 되어 간다. 꽃 몇개를 따서 쪽쪽 빨아 봤다. 그 단물과 함께 어릴적 기억들과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이 새삼 새록새록한다.
(Lower Paradase Valley 왼쪽 모습)
Paradise Valley에 들어선 trail은 아주 평탄한 길이 된다. 더불어 그 세차던 Kings River의 물소리도 흐름이 아주 조용하다. 홀연 햇살까지 걷혀져 가는 valley가 한없이 차분하고 평화롭게 느껴진다. 이곳 이름이 그래서 Paradise인가보다…
Kings River 바로옆 숲속에 있는 아름다운 Lower Paradise Backpackers 캠프장에 오늘밤 숙영 준비를 했다. 기울어 가는 해가 서서히 내려 놓는 寒氣를 쫒기 위해 곧 불을 피우고 우선 생강차 한 잔을 마시고 앉아 있으니 나도 서서히 自然속으로 송두리째 흡수되어 간다.
저녁식사후 코코아 한 잔을 마시고 있을 때 단맛냄새에 끌렸는지 Black Bear 한 녀석이 방문했다. 캄캄한 가운데 가볍게 킁킁 냄새 맡는 소리가 들려 그 쪽으로 헤드 랜턴을 돌렸더니 언제 거기까지 왔는지 5m 전방쯤에서 크지 않은 곰 한 녀석이 나를 보고 있지 않은가. 금방 보기에도 위협적이지는 않았고 그냥 음식을 갈구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애처로와 보여 뭔가 좀 줘 보고도 싶었지만 그만두고 (참고: 야생곰이 인간 음식 맛을 알게 되면 그것에 환장을 하게 되고 따라서 성격도 난폭하게 되어 결국 Ranger들이 사살해야 한다.) 낮은 목소리로 “Go home! Go home!” (영어가 더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이라고 했더니 또 실망한 듯 어슬렁 어슬렁 돌아갔다.
둘째날 (10월 9일, 토): Lower Paradise Valley to Castle Domes Meadow, 7.5 마일, 6500ft to 8500ft
단잠을 자고 일어났다. 아직 고도가 낮은 탓인지 간밤에 전혀 춥지도 않았다. 맑은 아침 하늘과 햇살이 아주 싱그럽다. 이른 아침 trail running을 하는 40대 couple 이 뛰어서 지나가며 인사를 한다. Roadend Trailhead에서 새벽에 출발해 오늘중으로 Rae Lakes Loop을 한바퀴 돈단다. 와아~ Youtube에서도 보기는 했지만 이런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싶다.
하지만 나는 오늘 여기서 9마일쯤 되는Castle Domes Meadow나 그 보다 좀 더 위쪽에 있는 John Muir Trail/Pacific Crest Trail 의 Woods Creek Crossing까지 갈 계획이다. 행장을 챙겨 trail로 들어서니 Upper Paradise Valley 쪽의 멋진 암석 조형들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반겨준다.
Trail 좌우로 늘어선 valley 암벽 모습들도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그 멋과 이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평탄하던 trail이 Upper Paradise Valley에 가까와 지며 다시 고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오르막 막바지에 이를 즈음에는 몸에서 열도 많이 발산되고 있었지만 날씨도 어제보다 더 많이 풀려 옷을 반팔로 갈아 입어야 할 정도가 되었다. 옷을 갈아 입은 후 방금전 올라온 valley 쪽 모습을 넣어 한 커트.
다시 평탄해진 Upper Paradise Valley. 여기에도 Lower Paradise Valley처럼 생긴 멋진 Backpackers 캠프장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쉬며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Rae Lakes Loop을 나하고 반대방향으로 돌아 내려오는 각각의 두 solo backpacker들을 만났다. 그중 Utah에서 왔다는 한 젊은 친구와는 점심을 같이 먹으며 많은 trail 정보를 주고 받았다. 가장 반가운 소식은 Glen Pass에 아직 눈이 좀 있기는 하지만 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것. 그러는 중 LA에서 온 위 사진의 두 사람이 도착했다. 나와 같은 방향과 일정으로 산행하는 이들은 며칠동안 나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게 되는데 이들은 내가 Upper Paradise Valley 이후로부터 산행 끝날 때까지 만난 유일한 사람들이었다.
Upper Paradise Valley에서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South Fork Kings River과 동쪽에서 내려오는Woods Creek이 합류한다. 캠프장 바로위에서 이 다리를 건너면 trail은 Woods Creek을 따라가게 된다.
다리위에서 지금까지 나와 동행해 온 Kings River과 작별인사를 했다. 사진은 South Fork Kings River과 그 강이 휘감아 내려오는 북쪽 방향의 Arrow Ridge.
Paradise Valley를 벗어난 trail은 다시 세찬 물소리의 Woods Creek과 함께 꾸준히 상승되는 오르막길이다. 3-4 마일쯤 더 걸었을 무렵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정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Castle Domes다.
이어서 사진과 같은 Drift Fence와 함께 주위가 암벽산들로 잘 감싸진 보기 좋은 Canyon이 나온다. 그 왼쪽벽이 Castle Domes이다.
전체적으로 웅장하면서도 한편 상단의 정교함들이 잘 어우러진 Castle Domes. 파란 하늘색과 더 잘 어울리는 이 자연의 한 모습이 나를 또 압도하고 만다. 아직 캠프하기는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여기를 뒤로 하고 더 이상 산행을 진행하고 싶지가 않았다.
오기전 어떤 책자에서 이 근처에 감춰진 좋은 캠프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읽은 생각이 났다. 별로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Meadow에 진입한 trail에서 creek쪽 으로 나 있는 조그만 샛길을 따라가 보니 누군가가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숨은 캠프사이트 하나가 나왔다. 바로 앞으로는 Woods Creek이 흐르고 뒤로는 활엽수와 소나무의 숲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으며 그 뒤로는 Castle의 성벽이 버티고 있는 곳이다.
때이른 캠프를 만든 후 주변을 산책하기도 하고 Woods Creek 맑은 물에서 빨래도 하고 시원하게 발도 담그고 놀았다. 이제 자연에 흠뻑 취해 버린 나는 Castle속의 王이 된 것 같은 풍성한 마음으로 밤이 깊도록 불가에 앉아 맑은 숨을 마음껏 쉬고 있었다. 은하수가 선명한 하늘에서는 별들이 한없이 쏟아져 내린다.
사진과 후기 감명 깊게 보고 읽었습니다.
무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