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수감사절 연휴기간에 다녀온 중국 복건성 소재 무이산 기행문입니다.
무이산은 조선 성리학에 영향을 준 주희(주자)가 학문을 연마한 곳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우롱차의 본고장으로도 유명한 명산입니다. 이번 산행은 외부인 출입금지 산길에 들어가서 무이산의 속살을 훑어 보았습니다.
금년 초, 가깝게 지내던 중국친구로부터 무이산에 호텔을 짓고 있으니 놀러오라고 연락이 왔다. 11 월 중순부터 지인들에게 무료 숙박을 제공하고 있으니 출장오면 들르라고해서 상해 출장 간 김에 일은 하루만에 끝내고, 3 박 4 일 동안 삼천포로.....
Day 1.
친구 부부하고 설렁설렁. 천유봉 입구 다리 위에서 찍음.
재작년에 왔을 때 한번 걸어본 길인데 여긴 전반적으로 평탄한 길이고 5 키로 밖에 안돼서 친구 부부하고 편하게 걸었음. 무이산 제 1 경인 천유봉 등정까지 포함해서 12 키로. 여기도 외부인 출입금지 지역.
Day 2.
젤 아래에 있는 사진이 산행 시작점 부근임.
이 날은 마음먹고 25 키로 이상 30 키로까지 각오하고 산행을 시작했는데........ 경치에 홀리고, 곤경에 빠진 친구들한테 시간할애하는 바람에 1/3 구간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음.
산행후 3 시간 여. 힘든고개를 서너번 넘으니깐 이와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짐..... 사진으로는 저 감동을 표현할 수 없음이 무척이나 아쉬움.
길은 양갈래. 강옆으로 계속 가느냐, 바위로 올라가느냐... 바위로 올라가는 길을 택함. 이것이 이 날 최상의 선택이었음. 이 경치에 홀려서 예정에 없던 2 시간 소모함, 그러나 여기 안봤으면........
아래 사진은 여우동굴 가는 길. 저어기 보이는 저 사람들도 입산금지 지역으로 들어온 것임
무이산 천유봉 오르는 중간.(첫날 찍음)
둘쨋날 기행.
아침에 친구부부를 보내고 산행 들머리, 마을에 도착하니 8 시 30 분이 넘었다.
무이산 지역은 예로부터 우롱차의 본고장. 역시 마을주위에 보이는 모든 밭은 차밭.
산행 들머리에 외부인은 출입하지 말라는 안내판이 눈에 거슬렸지만, 이 길의 경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적발당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뭐, 사실 걸릴 챤스는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어쨌든, 산에 들어갔다. 처음 50 분간 오르막이 계속 됐는데, 넓적한 돌을 깔아놔서 식별하기도 쉬웠고, 아주 편한 길이었다.
사람이 다니지 않다보니 이따금 웃자란 나뭇가지며 가시덤불이 성가시기는 했다.
산을 두어개 넘어, 등성이에 올라가니 거기에도 차밭을 조성해놨는데 차밭 끝에 가보니 어느새 천애의 벼랑끝이다. 이게 아래서 올려다보면 거대한 바위 위인 것이다.
강 옆에 평탄한 길을 기대하고 왔는데 산만 몇개 오르내리고 차밭만 나와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한 3 시간 남짓 진행했을까......
산을 넘어서 내리막을 한참 내려가니 갑자기 숲이 사라지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란......
아 ~~~ 감동적인 경치였다. 한동안 그냥 서 있어야 했다.
계속 강변길로 조금 가니, 양갈래 길이 나왔다. 직진하면 강변길, 오른쪽은 바위 위로 오르는 길.
고민했다. 올라가보자. 오른쪽을 택했다.
산경치는 오를수록 멋있다는 건 경험상 알고 있는터.
점입가경이란 말이 있지만, 여기는 점상가경.
올라보니 바위 위에서 또 길이 갈라진다. 하나는 어제 다녀온 천유봉으로 가는 길, 다른 하나는 여우동굴로 가는 길.
천유봉까지 거리가 800 미터라고 해서 일단 천유봉으로.
천유봉으로 가는 길은 관광객들이 올라가는 루트 외에 이런 숨은 길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길이 훨씬 멋지다.
천유봉에 가서 점심먹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돌아와서 이번엔 여우동굴로.
여우동굴에 가설랑은 가던 길로 그냥 내려가기로 결정,
내려가니 천유봉 탐방로 입구.
나가서 다시 강변길을 찾아서 아까 지나온 양갈래 지점을 확인하고 다시 천유봉 입구로 돌아옴.
천유봉 입구 입장권 검사소에서 실갱이가 벌어졌다.
검사원이 내 입장권을 보더니 입장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한번 입장했기 때문에 두번 입장은 불가.
한 10 분 정도 옥신각신한 끝에 간신히 입장 허락 받음. (상세한 내용은 생략)
대홍포로 가기 위해 강변길 택함.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는데, 산길로 접어든지 30 분만에 절간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하는데 한무리의 중국 젊은 친구들을 만났다.......
이 친구들은 상해에 있는 무역업체의 직원들인데 사장 인솔하에 직원 교육차 무이산에 왔다가 등산을 온 것이었다.
난 비도오고해서 한 30 분 쉬었다가 출발했는데 또다시 깔딱고개를 올라가니 이 친구들이 고개 오르느라 다리 풀리고 지쳐서 쉬고 있었다.
시각이 4 시 가까이 된대다 궂은 날씨라 서서히 어두워지려고 하는 싯점인데 이 친구들 차림새가 영 허술해보였다. 그런가보다 하고 내려가다보니 선두로 가던 친구들이 두어명 길가에 있는데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했다. 혹시 뭔일이 있는건지 물어보니 더 이상 힘들어서못가겠단다. 12 명 가운데 9 명이 여직원들인데 남자들도 뭐 대충 다 다리가 풀리고 시장끼가 돌아서 못가겠다는 거였다. 잠시 후면 어두워지는데다 비까지 오고 있어서 이대로 놔두면 사고가 나는 상황으로 판단했다. 거기에다가 가는 길을 모르니 왔던 길을 되돌아 가겠단다. 풀린 다리로 오르막을 되돌아간다는 건 사고를 자초하는 상황이 되는 건 자명한 일었다. 나도 사실 초행이라 앞길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지만 지도를 보니 1 시간 정도 더 가면 숲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 친구들은 지도도 안가져오고, 랜턴도 없고, 물도 없고, 배는 고파오고, 다리도 풀렸고,셀폰에 GPS는 산에선 작동이 안되는 걸 깨닫고, 패닉된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랜턴도 없이 오던 길을 되돌아가겠다는 친구들을 설득시켜야 했는데 이놈들 쇠고집이다. 그래서, 에너지바로 설득시켰다. 내 말을 듣고 따르면 배낭에 있는 물하고 에너지바를 주겠고, 아니면 난 혼자 내려가련다. 말 들을래 안들을래.... 마침 배낭에는 물2 병하고, 에너지바가 20 개 정도 있었다. 숲을 빠져 나오니 어느새 주위는 칠흑이 되었다. 되돌아 갔으면 100% 사고나는 상황이었음을 인솔하던 사장은 그제서야 인식했고, 나는 그날 저녁 그 친구들과 와인 파티를 즐겼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꿩대신 닭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때는 꿩대신 공작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날 나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공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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