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긴 갔는데...

by 뜬구름 posted Mar 3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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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엔 일손 놓고 자야 한다는 생각을 생명처럼 소중하게 신봉하는 가족들의 결심때문에 늦게서야 기상을 했습니다.

벙개 모임 시간은 다가오는데 가족들이 움직일 생각을 안하니...

가장의 권한으로 '계엄령'이나 '비상'을 걸자니 주말 이벤트를 상할듯 하고..

아침 TV 뉴스 보고...신문 뒤적거리고...커피 내려 마시고...

 

저희 가족들은 사실 거의 매주 일요일 '일요산행'을 하고 있습니다.

동네 뒷산이든 좀 멀리 있는 민둥산이든 분위기와 시간에 따라 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거의 매주 산행을 하고 있네요.

마침 오늘 벙개는 저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지라 나름 휘리릭 달려 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있는데 가족들의 게으름은 그 마음을 헤아려 주질 않고...

차에 올라 네비게이션을 눌러 대략의 진로를 보는데... 길과 지도를 견주어 보니 I-680에서 Sunol Regional wildness로 통하는 Geary Rd쪽으로 가면 뗘씬막?올라가는 뒷길이 있을듯 싶더라구요.

이미 약속시간은 훨 늦은데다 지름길인듯 싶어 이리로 가면 늦게나마 일행과 합류를 할 수 있을듯 싶고 또 원래 일래님이 제공하신 route는 저희 가족에게는 조금 무리가 될듯 싶어서 그 '지름길'을 택했죠.

그래서 부랴 부랴 그리로(Sunol Regional wildness)로 잘 찾아 갔는데...

문제는 그 곳에서 서쪽에 위치한 철탑으로는 올라가는 길이 없고(허락이 안되었다는게 정답이겠죠) 단지 동쪽의 산으로만 허락된 트레일이 있더라구요.

거기에서 차를 돌려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기엔 이미 늦어버린 시간.

할수없이 그곳의 적당한 트레일을 정해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주차장에서 가파른 언덕을 향해 올라선지 약 1.3마일이 되는 곳에 위치한 농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도중 처음으로 일래님과 후미와의 교신을 듣게 되었습니다. 대략 능선을 따라 여러곳의 철탑이 위치하고 있었지만 제가 보기엔 이것이다 싶어 사진을 한장 찍었지요(첫번째 사진). 아마도 일래님이 가지고 계신 레디오는 출력이 좋아 장거리를 나가기에 제게는 아주 똑똑히 잘 들렸지만 저의 호출은 아마도 출력문제때문인지 그곳에는 잡음처럼 들리셨는지 일래님쪽 일행중에 "무전기가 혼선이 되는것 같아요'하는 소리도 들리고..ㅎㅎㅎ

안타깝고 반가운 마음으로 서쪽 산등성이를 향해 메아리 없는 뻐꾸기를 마구 날려도 대답은 없고.

저희도 계속 산행을 진행하여 약 5마일의 트레일을 3시간에 걸쳐 돌아 내려왔습니다.

정상은 아니었지만 저희쪽 산행의 가장 높은 능선에 도달했을때 일래님과의 선명한 교신이 이뤄졌고 짧게나마 반가운 인사를 나눌수 있었습니다(두번째 사진을 찍은 지점). 

 

히말라야와 같은 고산 등정을 할때 정상 정복조와 홈베이스가 나누는 무선이 이런 재미가 아닐까 하는 색다른 느낌도 느껴보았네요. ㅎㅎ

한수 배운 하루였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돌아가야 할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덕분에 좋은 수놀을 맘껏 즐긴 하루였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오늘 놓친 그 코스(일래님의 벙개코스)를 한번 도전해 볼랍니다.

참 오늘 저희도 라면을 끓였습니다. 파 송송, 계란 탁!까지 곁들여서 말이죠.

 

원조팀원들, 무사히 산행 마치고 귀가하셨기를 기원하면서...

 

<가짜 정복조>

[이 게시물은 지다님에 의해 2008-07-25 22:01:13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