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꿩대신 공작이었다. JM12 to JM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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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출발 전날 느닷없이 날아든 예약취소 통보. 이거 뭐 공산주의도 아니고 뭔소리냐.......
내용을 살펴보니 모스키토 플랫 지역에 산불로 인해 진입로를 막았단다. 가까스로 얻어낸 7박 8일의 휴무인데 워쩔까 멘붕 상태를 추스리고 지도를 오픈해설랑 여기저기 씨에라 지역을 남북으로 헤집기 시작했다. Desolation 도 꽉, Sequoia도 꽉, 여기저기 꽉꽉 막혔다. 아흑, 갈 데가 없다..... 결국 JMT 진입 Trail Code 리스트를 다시 리뷰해서 남아 있는 자리부터 파악하였다. JM12 번 Gable Lakes/Pine Creek Trail에 토요일에 4 자리가 있음을 확인. 위치를 보니 모스키토 플랫에서 Morgan Pass를 사이에 두고 약 7 마일 남쪽이어서 7 박으로 예정하고 퍼밋을 신청. 불과 몇시간 만에 퍼밋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렇게 빨리 퍼밋을 받을 수 있을 줄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일사천리로 받은 셈이다. 안데스 님께 이 기쁜 소식을 전해드렸다.
24일.
도착지로 예정한 사우스 레잌 지역에 주차장 공사와 진입로 상황을 파악하고자 현장에 가서 Overnight Parking이 금지되었음을 확인하였다. Eastern Sierra Shuttle Bus가 오전 8 시 45 분과 오후 4시 45분 등 하루 2 회 서비스가 있음을 확인하고 Bishop에 Vons Market 주차장에 안데스님 차를 주차하고 내 차로 Pine Creek Trail Head로 이동. 오후 늦은 시간이지만 Gable Lake 까지 올라갔다가 먹구름이 몰려오고, 폭풍이 몰려와서 서둘러 하산.
Pine Creek Trail 시작지점, 사진 속 양쪽 봉우리 사이 움푹한 왼쪽으로 올라간다.
천연 암반수라고하면 이 정도는 돼야 진짜가 아닐까. 암반수로 밥해먹는 기회가 언제 또 있으랴 싶어, 여기에 자리펴고 라면 한그릇. 암반수로 등목도 하고 양말도 빨고....
25일
밤사이에 기후가 누그러져서 쾌적한 아침을 맞았다. 7시 30분에 산행 시작.
원래 Morgan Pass 를 넘어 Mosquito Flat으로 가서 Mono Pass를 넘으려고 했던 계획을 수정하여, Pine Creek Trail을 타고 Italy Pass를 넘는 것으로 결정. 거리가 짧아져서 여유가 많으리라 예상하고 룰루랄라 산행을 시작하였다. 모스키토 플랫의 경치가 대단하다고 하던데 그걸 못보게 되다니,,,,, 아쉬운 마음을 갖고 파인 크릭 트레일을 탔는데,,,,,, 이거이 뭣이냐. 여기 경치가 장난이 아님을 느끼는데는 불과 서너 시간이면 족했다. 이건 꿩대신 공작이구먼.....
수려한 호수와 웅장한 산 봉우리가 연이어 등장하고, 맑은 시냇물 소리가 가슴을 때리는 선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푸르른 하늘에 맑은 햇볕은 찌든 폐부에 새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듯 했다. 짧아진 거리에 시간적 부담이 없어지니 여유가 생겨 걷는 시간보다 사진 찍는데 시간을 더 소모하였다. 이러구러, 고갯 마루 1 마일 쯤 아래 개울가 바위 틈에 자리잡고 휴식.
오르막에 올라서면 나타나는 첫번째 호수, Pine Lake. 절경의 시작이다.
첫날 숙영지에서 보이는 맞은편 봉우리들.
26일
아침에 기상하니 얼음이 살짝 얼었다. 높기는 높구먼.....
이탤리 패스 오르막에선 길이 보이지 않아 방향잡고, 돌무더기 너덜지대로 통과하는데 시간 소모가 생각보다 길었다.
안데스님이 고도를 확인하니 12407 피트, 약 3782 미터. 살면서 내 발로 오른 가장 높은 지점이었다.
이제부터 하산.
하산길도 너덜너덜. 오가는 사람도 없다. 이탤리 호숫가에는 키보다 높이 눈이 남아있고, 길은 살짝살짝 발길 흔적만 보일 뿐, 전반적으로 원시상태의 계곡을 알아서 내려가는 코스였다. 나중에 레인저에게 물어보니, 이탤리 패스는 원시 상태로 그냥 놔두는 지역이란다. JMT 만나는 지점에 자리펴고 둘쨋밤을 보냈다.
이탤리 패스 넘기 전 마지막 호수. 좀 큰 물웅덩이 정도로 보면 된다. 물이 차가와서 입수는 언감생심.....
보이는 능선 움푹한 지점이 이탤리 패스, 12407 피트, 3782 미터.
27일
Seldon Pass를 넘어서 Muir Trail Ranch로 향하는 여정은 Italy Pass보다는 훨씬 수월했다. Marie Lake에서 시원하게 물속에 들어갔던 재미도 있지만, 원시림을 헤쳐온 코스에 비하면 JMT 길은 그야말로 신작로. Seldon Pass에서 바라본 북쪽의 풍경은 대단한 절경이었다. 신선이 이런데에서 산다면 명품 잠바를 입어야 하지 않을까..... 그 할배들이 몽클레어를 입으실까,,, 마못을 입으실까.... 몽클레어에서도 도포하고 갓이 나오려나.... Heart Lake을 지나고 Sallie Keyes Lake 가운뎃길을 지나니,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꾸불꾸불 산길을 내려가다보니 갑자기 장엄한 계곡이 펼쳐지고, Muir Trail Ranch 로 내려가는 스위치 백이 시작되었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악명높은 내리막인가보다...' 그냥 많이 내려갔다.
MTR에 도착해서 직원한테 간단한 이용안내를 듣고, 캠핑장으로 이동하여 숙영하였다. 여기 캠핑장은 시냇가임에도 모기도 없고, 텐트 자리가 아주 훌륭하였다.
Seldon Pass에서 바라본 Marie Lake와 북쪽 풍경. 고도 10900 피트, 3322 미터.
Seldon Pass 에서 바라본 남쪽 풍경. 저 아래 Piute Canyon이 보인다.
28일
MTR로부터 JMT는 Piute Canyon 계류를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다리를 3 개 건너고, 살짝 뒤돌아 꺾어져 언덕을 오르면서 Goddard Canyon으로 접어들었다. Goddard Canyon 구간은 대부분 Mcclure Meadows로 소택지가 이어지고 모기군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코스에서 가장 지루하면서도 괴로운 길이 아니었나 싶다. 볼 것도 없이, 그냥 모기로 인한 성가심만 기억되는 구간. 물론 본인은 준비해가 모기장을 뒤집어 쓴 덕에 물리지는 않았지만 모기장 쓰고 걷는다는 것도 편한 일은 아니었다. 메도우 지역을 지나 오르막에 오르니 어느새 주위는 어둑어둑.
어두움 사이로 Evolution Lake가 등장하였다. 취침.
Muir Trail Ranch. 나귀들이 쉬고 있다. 보급창구는 캠핑장옆으로 이전하였고, 랜치는 숙박 이용자들에게만 오픈되어 있다. 전체 이용은 일주일 단위로 판매하고, 25인 제한으로 7박에 식사포함 2만5천불이다.
MTR 에서 남행 후 만나는 첫번째 다리. 여기에서 동쪽길로 나가면 Pine Creek Pass나 Sabrina Lake로 빠져나갈 수 있다.
29일
이번 여행의 하일라이트로 기대되는 하루.
Evolution Lake --- Wanda Lake --- Muir Hut --- Helen Lake
JMT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찌기 들어본 유명한 이름들이 오늘 쫙 망라되어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에볼루션 레잌을 품고 있는 연봉들이 저마다 위용을 뽐내면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촤식, 잘 잤냐'......
사파이어 레잌을 지나 완다 레잌으로 오르는 오솔길은 호젓하고 아름다운 천상의 길이었다. 요로코롬 예쁜길이 이 산중에 있다니.....
완다 레잌 옆으로 계속되는 산길은 예쁘긴 한데 모기떼가 엄청나서 그 미모를 감상할 틈도 없이 신속히 통과. 그래도 동영상 하나 건졌다.
뮤어 패스로 오르니 Muir Hut이 나오고, 안데스 님은 어느새 미쿡 살람들하고 영어로 쏼라쏼라......
고개를 넘으니 바로 Helen Lake에 멀지 않았다. 헬렌 레잌에는 풀이 없어서 모기가 없었고, 물은 그야말로 청징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불능. 동영상을 보면 느낌이 확 오게 된다.
헬렌 레잌 바로 아래 쬐끄만 호수에서도 작품 사진 한 장 건지고, 우리는 내리막으로 계속 전진 전진.
거의 다 내려가니 길 옆으로 몬스터 바위가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고, Seldon Pass 부터 같은 페이스로 온 Brian이라는 미국팀과 마지막으로 조우하였다. 몬스터 입속에서 사진 한장찍고, 계속 전진하여 Le Conte Ranger Station 에 당도하니 8 시 15분 경, 날이 어두워져버렸다. 이 마당에서 저 마당으로 가는 이 마당에 있어서,,,,, 생각해보니 서너시간만 더 진행하면 내일 중으로 산행을 마칠 수 있으리라 판단이 되어 안데스님과 야간 산행을 결정하였다. 결국 불켜고 4 시간을 더 올라가서 Bishop Pass 오르막을 7 부 능선까지 당도하였다.
Evolution Lake에서 Wanda Lake로 가는 길.....
사파이어 레잌
Muir Pass 에서 바라본 Wanda Lake, Muir Pass 고도 11955 피트, 3644미터. 이 사진 가운데 물 사이 땅이 마치 하늘로 솟은 Arch 같은 착시 현상을 느낄 수 있다.
헬렌 레잌 남쪽으로 바로 아래 작은 호수. 이름이 없음.
뮤어 패스에서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몬스터 바위....
30일
아침 6시에 기상해서 부산을 떨어 7시부터 산행을 시작하였다. 중간에 아침해먹고 Bishop Pass 고갯마루에 당도하니 10 시 경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거꾸로 매달아도 오늘 중에는 갈 수 있다는 섣부른 자신감이 생겼다. '내리막이쟎아....' 물론 결과적으로 제 시간에 주차장에 도착은 했지만, 여기 내리막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고갯마루에서 내려오는 길옆으로 죽은 사슴들의 잔해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몇년 전 겨울에 산봉우리로부터 눈사태가 90 여마리의 사슴떼 무리를 덮쳐서 떼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보기가 아름답지는 않지만 자연활동이어서 그대로 놔두는 거 같다. 내려오다보니 길 오른편으로 적색 봉우리가 눈에 띄어 그것이 초콜렛 픽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오후 3 시가 좀 넘어서 사우스 레잌에 당도하여 셔틀을 기다리면서 쉬는데 일단의 배불뚝이 할배들이 셔언헌 맥주 4 캔을 주고 간다. 안그래도 안데스님하고 Bishop 타운에 나가서 Ale 한잔하기로 한터인데 이 할배들 덕분에 주차장에서 목을 축일 수 있었다.
셔틀편으로 Vons Market/K Mart 주차장에 가니 차도 무사히 잘 있었다.
요렇게 잘 마무리하고, 그 밤으로 무사히 귀가하여 덤으로 얻은 금요일을 잘 쉴 수 있었다.
함께 걸어주신 안데스님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따리를 붙을 일이 많으니 부디 어여삐 보아 주시기를.....
Bishop Pass에서 출구로 내려오면서 보이는 계곡 풍경. Bishop Pass 고도 11972피트, 3649미터.
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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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이...아름답습니다. 안데스님께 감사드리고, FAB 님 수고 하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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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를 위해서 수고하신다고 자연이 주는 상을 받으셨군요
보석같은 곳을 다녀오셨네요, 두분이서 오롯이...
전 언제나 공작부인이 될수있을런지요.
공작은 차치하고라도 참새 레벨이라도.
부럽고 부러우면... 언젠가는 헬렌호수에서 절경을 감상할수있을지요.
나누어 주셔서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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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넘게 지속되는 장마 기운으로 눅눅한 한국에 있다보니
씨에라 산의 정기와 기운이 더욱 그립습니다.
Evolution Lake, Wadna Lake, Helen Lake, Bishop Pass 가는 길에 있는 여러 아기 호수 등등,
저도 가본 호수들인데, 이번에는 물이 한층 더 맑게 느껴지네요.
멋있는 산행, 축하합니다.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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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꾸밈없는 정겨운 글 잘 읽었습니다.
아름답습니다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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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정갈한 문체의 후기, 너무 좋습니다. 26일부터 31일까지 같은 코스를 다녀왔는데, 생생한 표현 덕분에 다녀온 길이 새록 새록 살아나네요. ^^ 안타깝게도, 전 rock monster를 못보고 지나쳤네요. ㅎㅎ italy pass 구간은 길이 없다보니 길 찾는다고 고생 좀 했네요. pine creek pass trailhead부터 italy pass junction 까지 실제 걸은 거리가 17.4 miles 가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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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녀온 후에 복기한다고 다시 지도를 들여다보니 Eastern Sierra에는 3 ~ 4 박으로 할만한 Loop 코스가 많은 거 같습니다. 굳이 JMT를 하지 않더라도 명품 코스를 엄선해서 9 월에 한코스 잡아볼까 합니다. 지금 후보지로 고려하는 코스는 Gem Lake와 Italy Pass 를 이어서 JMT로 한바퀴 돌아 Mono Pass로 돌아나오는 코스와 Sabrina Lake 위 North Lake Campground 에서 JMT Evolution 지역으로해서 Bishop Pass로 나오는 두군데 코스를 보려고 합니다.
코로나 기간 중에 베이지역 로컬 산행도 좋지만 인적이 많지 않은 장거리를 위주로 다녀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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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군데 다 좋은 코스죠. 계획 잡히면 꼭 참가 하겠습니다.
근데 요세마이트는 어디죠????
어디 요세마이트가 있는 모양인데 어딘지 궁금해서 ...
Maybe, there is where it 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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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 마이트가 다이나 마이트하고 형제지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Yose Mite, Dyna Mite...... '뭔가 있어보이는데......'
Chro Mite도 있고, Vege Mite도 있고,,,, Lots of Mite Br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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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멋진 트레일 함께 걸어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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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름다운 환상의 7박 8일 코스로 다녀오셨네요, 정말 짧은 시간안에 이런 좋은 퍼밋을 얻은것은 축복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맥주 4캔까지 얻었다는 것은..ㅎㅎ진정한 행운이겠죠. 재미난 글과 멋진 사진들 잘 보았습니다, thanks for 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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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님 오랜만에 댓글을 남겨주셨네요. 반갑습니다. 요즘들어 원거리 산행이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들어 타호쪽으로 자주 나가게 되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이스턴 씨에라 지역으로도 지경이 넓어지려는 거 같습니다. 정말 꿈같은 코스들이 많은 거 같아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함께 걸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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