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트립 3부는 12월 26일과 27일의 여정입니다.
12/26:
오늘도 Palm Spring에 하루 더 머물며 이곳을 탐험하기로 했다. 내가 가본 미국 어느 도시보다 깨끗하고 현대식으로 만들어져있고 산으로 둘러 쌓인 경치가 너무 마음에 들었을 뿐만 아니라 기온도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여서 여기에 눌러 앉고 싶은 심정까지 들었다. 차박을 한 예쁜 공원 Victoria Park에서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식사와 정리를 한 다음, 7시 쯤에 월마트에 가서 물건도 사고 거기서 로드트립 후기 2부도 작성해서 산악회 홈피에 올리고 나니 9시 30분이 훌쩍 넘었다.
여기가 2일 밤 동안 차박을 한 Victoria Park
사막 지대에 이렇게 도시를 잘 정비하려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팜 스프링은 참 인상적인 곳이었다.
서둘러서 South Lykken Trailhead로 이동했다. Palm Spring 시내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최고의 트레일이라 걷지 않고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왕복 7마일 되는 트레일이고 아주 경사가 높아 보였는데 막상 올라보니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조금 오르자 산등성이에서 멋있는 Palm Spring 시내 전체가 내려다 보이기 시작했다. 기대 이상으로 경치가 아름다워서 속이 다 후련해졌다. 바로 이 맛이다. 이걸 안 보고 갔으면 후회 했으리라고 생각하며 산등성이를 따라 죽 가는데 시내 전경이 끊기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산들이 시내를 가장자리를 성처럼 외부에서 감싸고 있으니 산등성이를 따라 걸으니 시내 경치가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중간 중간에 뿔이 긴 산양 (Orange Sheep)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산양의 무리를 보고 망원 카메라렌즈로 사진을 찍고 있는 로컬 사람
뿔이 휜 이런 산양들이 마른 풀들을 뜯고 있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트레일을 걸으며 시내 전망 경치를 실컷 구경한 것 같아서 한 3마일 정도에서 반환을 했다. 시간을 보니 오후에 Coachella Valley Preserve 평지 (팜 트리 오아시스)로 이동하면 그것까지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려 오자마자 점심을 차 안에서 간단하게 해결하고 시내 가장 큰 번화가(N. Cannyon Dr.)를 들러서 잠깐 보고 Coachella Valley로 이동했다. 그런데 도착하자 마자 지갑을 잃어 버린 걸 알게 됐다. 좀 전에 산행 트레일헤드에서 운전자쪽 차문 옆 파우치에 넣어든 지갑이 바작에 떨어진 걸 모르고 출발을 해 버린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구경을 포기하고 지갑을 찾으러 그 자리도 돌아갔으나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각종 아이디며 신용카드, 현금을 다 잃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날 오후는 잃어버린 각종 은행 카드 취소며 관련 일들을 수습 처리하느라 반나절을 그냥 다 보내 버렸다. 다행히 차 안에 비상용으로 숨겨둔 여분의 신용카드가 하나 있어서 그걸 가지고 나머지 여행을 하기로 했다. (평생 지갑을 잃어 버린 것은 처음인데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돈주고도 바꿀 수가 없는 소중한 체험들을 하고 있고 그리고 차열쇠 같은 더 중요한 것을 안 잃어버려서 다행이라고 감사하게 여겼다. 그리고 여행하면서 더 신중하고 깨어 있는 계기를 줘서 이 또한 내가 얻은 소중한 교훈이었다.)
이런 사막길을 달려 Choachella Valley로 향했다.
저기 도로 옆으로 야자수가 무더기로 나 있는 곳이 팜 오아시스인 Choachella Valley이다. 하지만 결국 오늘은 보지 못 하고 돌아서야 했다.
27일:
아침에 6시에 일어나자 마자 차를 정리하고 머리를 감고 공원 화장실에서 세수를 한 후에 월마트로 향했다. 과일과 고기, 음료수 등을 조금 산 다음에 막바로 차를 몰고 어제 못 본 Choachella Valley Preseve로 다시 향했다. 가는 길에 인적이 드문 사막 한 켠에 차를 세우고 아까 산 고기를 굽고 또 야채를 볶아서 크레샹 빵과 함께 아주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
아침 식사하는 데 한 1시간 정도 소요한 다음에 목적지에 당도하니 9시가 되었다. 여기는 사막이나 마찬가지인 황무지인데 거대한 야자 나무 (더 정확히는 종려나무)가 떼를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어제 Indian Canyon에서 본 팜 트리보다 더 몸통이 크고 거대한 나무들이 모여있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오아시스의 물이었다. 사막 한 가운데 물이 흐르고 있어서 그 물을 자양분으로 이 나무들이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 팜 트리 외에도 다양한 식물군과 동물들이 한 데 어울려 자생하고 있는데 아래 사진으로 샘플을 감상하기 바란다.
11시 쯤에 팜 오아시스 탐방을 마치고 Joshua Tree National Park로 향했다. 거기서 총 46마일 한 시간 10분이 걸린다. 사막을 감상하기에 너무 좋은 로칼 길들을 몇 개 거치고 62번 고속도로를 달려 단숨에 국립 공원에 도착했다. 마침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수 많은 차들이 줄을 지어 공원 입구로 들어갔다. 갈 때는 큰 기대를 안 하고 갔는데, 겨우 입장을 한 후에 직접 보니 정말 기대 이상으로 공원에 완전히 매료 돼 버렸다. 죠수아 트리는 2년 전 죽음의 밸리(Death Valley)에 다녀 올 때 이 공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눈요기를 한 경험이 있어 기대를 안 했던 것인데, 와우, 여기는 일단 급이 달랐다. 왜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국가가 관리하는 지를 담박에 알게 되었다. 일단은 이 곳의 지형 구조가 아주 달랐다. 그냥 평지에 아무렇게 나무들이 나 있는 게 구조가 아니었다. 군데 군데 마다 큰 바위들이 있어서 그 바위들과 지형 그리고 나무의 조화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심미감과 신비함을 자아 냈다. 와~ 감탄 연발. 바위로 유명한 세도나를 가는 것이 이번 여행 일정 중의 하나였는데 거기를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기서 수 많은 바위들을 접하고 그 느껴지는 기운들이 나의 기를 죽이기도 하고 기운을 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넓은 땅덩어리에서 둘려 볼만 한 곳이 너무 많아서 반나절 갖고는 턱도 없었다.
이렇게 암벽 등반을 하는 사람들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바위에서 어디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이날 오후에 들린 곳 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Hidden Valley Trail이었다 (사진). 1마일 정도 안 되는 원형의 트레일이지만 그 안 에 들어가니 마치 성곽으로 들러싸여 있어 외부 세계와 다른, 딴 세계에 온 것처럼 아늑하고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 여기에 살았다는 인디언들이 너무 행복했을 것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자기한 바위 군락, 다양한 식물군 등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한 두 군데를 더 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Ryan Mt.을 하이킹하려고 트레일 헤드로 갔는데 이미 오후 3시 30분이었다.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겨울이라 금방 어두워져 버릴 것 같아 갈지 말지를 갈등하다가 그래도 올라가 보기로 했다. 열심히 서둘러 아주 스티프한 산을 올라갔는데 내가 거의 마지막 사람인 것 같았다. 올라가는 산등성이에서 밑을 내려다 보니,역시 위에서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공원 느낌이 완전 달랐을 뿐만 아니라 거기서 보니 비로소 공원의 엄청난 스케일을 알 수가 있었다. 정상에 겨우 도달하니 막 해가 먼 산 정상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정상(1200 ft)에서 360도로 그 넓은 국립공원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끝없이 펼쳐진 평원에 퍼져있는 자잘한 암석 언덕들과 열린 공간마다 수도 없이 나 있는 죠수아 나무들, 이 지구에 이렇게 다양한 환경이 있다는 걸 실감하며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는 게 너무 값지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볼 거리가 너무 많은 곳이라 내일 하루 더 들어와서 봐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어두워진 도로를 달려 공원 밖을 빠져 나왔다. 도로를 달릴 때 길가 마다 놓여진 바위들의 실루엣이 떠오른 달과 별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너무나 꿈 속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어 이곳에서 하루밤을 못 보내고 가는 게 너무 아쉬웠다. 여기서 밤을 보내면 이 멋잇는 풍광 속에서 이 원초적이고 신선한 자연의 기운을 몽땅 느낄텐데 말이다. (낮에 만난 레인저 말이 밤새 내내 공원에 있어도 좋지만 잠은 자면 안된다다는 것인데, 내일은 밤에 공원 안에 머물면서 그 기운을 만땅 느껴보리라 다짐하면서 아쉽지만 공원 바로 근처에 있는 Joshua Tree라는 마을로 와서 거리를 몇 바퀴돌다가 조용한 골목에 차를 대고 차박에 들어 갔다.
이곳이 RYAN MT. 의 트레일 입구이다.
산을 올라가면서 내려다 본 평원의 모습
산 중턱에서
정상에 올랐는데 저 꼭대기에 서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찍어줄 사람이 마침 없어서 올라간 사람을 대신 내가 찍었다.
정상에서 석양 지는 쪽을 향해서 찍어보았다.
이 것은 조금 시간 지난 후의 석양의 모습
아래는 차박한 장소: (차박 위치: Alta Mura Dr & Hillview Ave. Joshua Tree City)
공원을 빠져 나와서 Joshua Tree 타운에서 약각은 후미진 곳을 찾아서 차를 세워서 차박을 했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비가온 뒤에 가면 더 멋있으려나..”밤새 내내 공원에 있어도 되지만 잠은 자면 안된다?” ㅎㅎ 그러면 몇 명 같이 가서 교대로..
저라면 지갑을 잃어버리고 나면 하던 여행도 하기 싫고 짜증나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을텐데.. 참 잘 하셨네요. 여행이 항상 편하거나 즐거운 일만 생기는 건 아니니까요 다음 일정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