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 31일 탐방 후기 (마지막회):
Flagstaff의 어느 이름 모를 주택가 지역에서 아침 6시 쯤에 일어나 보니 차창이 꽁꽁 얼려 있었다. 어젯밤에 섭씨 영하 10도(화씨 15도)까지 내려 갔던 모양인데 다행히 얼어 죽지는 않았다. 대신 밤 중에 자다가 추워서 두 번이나 깨서 지퍼가 내려간 슬립핑 백 (2개)를 다시 고쳐 올리고 그 위에 추가로 담요를 덮어야 했다. 차문을 열고 나와 보니 아직도 어둠이 깔려 있고 길 옆에 치워진 눈이 아침까지 세상을 밝히고 있는 달빛에 하얀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침에 여행 후기 4부를 올리고 Flagstaff에서 Sedona로 이동해야 돼서 서둘러 7시에 가까운 월마트로 이동했다. 거기 건물 밖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빌려서 후기를 올리고 나니 9시 15분, 출발하면 10시에 세도나 도착이다. 세도나로 가는 길에 17번을 타고서 좀 더 빨리 가려고 했는데 GPS가 잘못 인도하여 89번을 타게 됐다.
플랙스탭의 차박지에서 아침 기상하여 찍은 모습. 길 가 옆에는 눈이 보인다.
그런데 그 89번 길이 경치가 아주 좋아서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고지가 높은 곳에 있는 플래그스탭에서 세도나로 내려가는 87번은 심하게 구불거렸지만 웅장한 바위 산들이 경탄을 자아내게 했기 때문이다.
웅장한 바위 산들을 연속 감상할 수 있는 89번 도로 (세도나의 red rock하고는 느낌이 다르다.)
세도나는 과거에 이미 2번을 방문한 적이 있다. 대학원 공부를 할 때 한 번, 그리고 13년 전 쯤 우리 딸아이가 세 살일 때 가족과 같이 온 적이 있었지만, 올 때 마다 매번 정해진 유명한 바위 산들을 잠깐 둘러 보고 간 정도였다. 이미 두 번이나 다녀 갔는데 왜 다시 세도나를 찾았을까? 일단, 이 곳 세도나가 전자기 에너지가 용솟음 치는 강한 보텍스를 가진 지구 상에서 몇 안 되는 곳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전에 왔을 때는 그 것에 대한 호기심 충족을 위한 관광으로 왔었다면 이번에는 산악인으로서 예전에 봤던 바위산들을 실제로 걸어 보고 싶은 욕구도 있었고 또한 나만의 특별한 미션이 있었다 (TBA).
세도나 타운의 중심가 일부 모습
세도나에 당도하자마자 누구나가 가 보게 되는 Chapel of the Rock 먼저 들렀다. 그곳은 바위에 지어진 교회인데 예전에 이미 가봤고 또 하이킹할 만한 곳은 아니었지만 일단 상징적인 곳이기 때문에 가서 사진을 찍어 봤다.
세도나의 상징 중의 하나인 바위 위의 교회
두번째로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곳이 Bell Rock인데 그 자태의 위용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위치도 그 지역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있다. 예전에는 먼 발치에서만 보고 사진만 찍었는데 이번에는 직접 올라 보고 싶어서 Alltrails에서 그 바위산으로 가는 트레일 맵도 다운 받아서 왔다. 올라가는데 보니까 실제로 Bell Rock자체를 오르는 건 아니고 그 옆에 같이 하늘로 솟아 있는 다른 바위에 올라가서 Bell Rock을 쳐다보게 돼 있는 식이다. 가다 보니 조금만 부주의하면 다른 길로 가버리는 등, 트레일이 많이 헷갈리고 또 바위가 미끄러워서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올라가면서 내려다 보니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는 전경은 사람을 압도시키기에 충분했다. 풍수지리 전문가의 안목이 아니더라도 이 바위의 웅장함과 그 위치 자체 만으로 사람의 의식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나는 종착지에서 적당한 위치에 앉아서 넋을 잃고 아래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면서 가만히 의식을 모아 봤다. 이 체험 하나만으로도 세도나에 온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았다.
아래에 펼쳐진 파노라마의 전망은 시진에서 전부 다 담기가 역부족이었다.
나도 이곳에 한 동안 Bell Rock를 감상하면서 앉아 있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 아가씨가 경사진 바위를 올라 오면서 자꾸 미끄러지길래 여러번 손을 건네 올려 주었고 그걸 계기로 종착점까지 동행하면서 사진을 번갈아 서로 찍어 주었다.
위용과 기세만큼이나 엄청난 에너지를 품어내는 세도나에서의 최고 봉인, Bell Rock
점심을 먹을 새 없이 그 다음에 걸을 산으로 Cathedral Rock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거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실망했다. 산을 쳐다 보니 엄청난 사람들이 바위 산을 오르고 또 내려오고 있었다. 누구나 마스크는 했지만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가 나를 좀 불편하게 했다. 그냥 차를 돌리고 다른 데로 갈까 하다가 그래도 이왕 운전해서 왔으니 조금이라도 오르고 보자는 심정으로 가급적 사람들을 피하면서 올라가는데 마침 해의 방향이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해서 해의 강한 광선으로 그 바위산이 뷰가 좋지 않았다. 중간 쯤 올랐는데 사람들이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도 강한 태양빛 때문에 사진도 안 나오고 해서 중간에서 만족하고 하산을 했다.
Cathedral Rock을 오르다 중간 지점에서 이 포즈를 하고 있는 아가씨를 보고 허락을 구하고 이 사진을 찍었고 내가 멋있다고 칭찬을 해 줬더니, 나보고 자기가 앉은 자리에 앉아보라고 그러고 아래 사진을 찍어 주는 친절을 나에게 베풀었다.
위의 아가씨가 찍어준 사진인데 저 멀리 좀 전에 하이킹으로 올라가서 본 벨락이 보인다.
그 다음으로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잠시 시간을 내어 팹님이 추천한 곳도 다녀 왔다. Montezuma Castle이라는 곳인데 세도나에서 30분 남쪽에 위치해 있다. 몬테즈마 캐슬은 이름처럼 성처럼 생겼는데(아래 사진) Verde 계곡이라는 곳에 위치해 있고 Sinagua Indian들이 기원 후 700쯤에 살았던 유적지 중의 하나다. 그 당시 시나구아 인디언들이 그 계곡 지역의 홍수를 피해 거대한 바위에 구멍을 내고 성처럼 외벽을 만든 다음에 그 안에 수십 명이 살 수 있는 방과 여러 시설들 만들어 놓고 살았다고 한다. 아래 미니쳐 사진에서도 보듯이 깎아지르는 벽을 타고 오르내릴 때는 사다리를 타고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한다. 이 시나구아 인디언들은 도구 사용 방법 상 중남미에 있는 아즈텍이나 마야 인디언들과 인종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관련이 있을 거라고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최초로 농사법을 개발해서 irrigation을 이용해 농사도 지었고 아도비(Adobe) 건축 양식을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토기도 만들어 썼던, 아주 문명화된 인디언들인데 어느 날 갑자가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한다. 마치 마야인들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처럼 말이다. 한 학설에 위하면 수백 년 후에 나타날 백인들의 무리를 미리 알고 아리조나 북쪽에 있는 호피(Hopi) 인디언들이 사는 지역으로 이동해 갔을 거라는 추정도 있다. 그동안 기회만 되면 미국의 다양한 인디언 부족들의 유적지들을 탐방해왔던 나로서는 미국 본토의 원 주인이었던 수 많은 인디언 부족들이 어떻게 하나 하나씩 소멸해 갔는지에 대한 역사를 배울 때 마다 난 애석한 마음을 지을 길이 없다.
저기 보이는 게 캐슬인데 인디언들이 바위의 큰 구명에 벽을 쌓아 막고는 안에다 방들을 설치하고 홍수를 피해 안에서 살았다.
위 두 사진은 캐슬 안의 구조를 재구성한 미니쳐
몬테즈마 캐슬에 다녀왔더니 벌써 오후 4시로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많이 어두워 지기 전에 1시간정도는 한 가지 정도를 더 할 수 있는 같아 세도나의 중심에서 좀 떨어져 있는 에어포트 메사(Airport Mesa)에 가서 레드락 전망을 보기로 했다. Mesa라는 것은 스페인어로 깎아지르는 절벽 위에 있는 고지대의 평지를 말한다. 세도나 중심에서 20분을 이동한 다음에 도착해서 주차비 3불을 받는 공용 주차장에다 차를 주차를 했다. 그런데 마침 그 곳이 바로 옆에 공항이 있었던 것이다. 너무 잘 됐다 싶어 전망대 구경을 얼른 하고는 공항으로 가서 무료 와이파이에 접속한 다음에 오전에 올릴 때 오류가 난 여행 후기를 고쳤다. 그러다 보니 이미 어두워져 버려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도 애매하고 해서 아예 거기서 차박을 하기로 했다. 저녁에 모든 차들이 빠져 나가서 나 혼자 덩그라니 남겨졌는데 오히려 나한테는 바로 이곳이 차박하기에 완벽한 곳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9번 이상 차박을 했는데 오늘처럼 깊은 자연 한 가운데 있으면서 완벽하게 고요함에 둘러싸인 일은 처음이다. 거기다가 에어포트 메사는 고지에 위치해 있는데다 주변이 레드 락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보텍스 에너지의 파장을 느끼기에 너무도 적합한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차박하면서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정말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에어포트 메사에서 내려단 본 맞은 편에 있는 거대한 레드락 중의 하나
위에서 확대해서 찍은 그 붉은 바위 무리가 전체로 찍은 이 사진에는 내 뒤로 좀 자그맣게 보인다.
에어포트 메사에 내가 주차한 곳에서 보이는 석양 모습
보이는 것처럼 밤이 되자 큰 주차장이 텅비워 있고 나만 홀로 남았다. 주변이 온통 고요 속에 빠져 있어 나의 의식이 생생히 살아나게 만든다.
밤새 내내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고요한 적막과 함께 붉은 바위들이 품어내는 높은 파동의 기가 나의 의식을 아주 명징하게 해주었다. 평소에 자주 듣는 조용한 델타파 명상 음악을 틀어 놓고 하루 일정을 정리하는 일기를 쓰다가 나도 모르게 명상 모드에 들어갔다. 의식이 생생해지면서 생각이 멈추고 내가 사라지니 남아 있는 건 텅 빈 의식의 공간, Awareness 그 자체 뿐이었다. 나라는 정체, 나라는 에고가 사라지고, 관찰하는 의식만이 남아 있는 상태. 그걸 여러 전통에서는 진아, 본성, 혹은 true self라고 했던가. 이 상태에서는 어떠한 두려움이나 걱정, 불안 등이 사라지고 하늘의 달이 세상을 비추듯 관찰하는 의식만이 명징하고 생생하게 나를 비추면서 시간이 정지된다. 이런 상태에서 뇌의 파장이 알파파나 쎄에타를 넘어 델타파까지 내려가면 나의 의식의 파동은 우주의 파동과 만난다. 여기 지구의 전자기파와 기가 아주 충만한 레드락, 에어포트 메사 땅에서 나의 의식이 우주의 그것과 하나가 되어 사마디(삼매)로 들어간다. 나의 경계가 무너지니 의식은 우주의 파장과 하나가 된다.
에어포트 미사에 뜬 커다란 보름달이 고요히 세상을 비추고 있다.
혹자는 물는다, 혼자 다니느라 힘들거나 무섭지 않냐고. 나는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할 지 모른다. 나는 차라리 그렇게 물어 보고 싶어진다. Loneliness와 Aloness의 차이를 아는가 하고 말이다. 이걸 아는 사람은 나의 답을 알 것이다.
나의 로드트립은 세도나로 와서 정점을 찍고 이렇게 마무리 되어진다. 하루 더 머물면서 새해를 세도나의 레드락에서 보내고 가면 좋을테지만 (그렇지만 2021년 새해를 하루 당겨 레드락에서 맞은 셈으로 치기로 하고) 새해 첫날에 엘에이에 잠시 머물고 있는 딸 아이, 빛난별을 픽업을 해야 해서, 31일 아침 9시에 아쉽지만 세도나에서 엘에이로 출발을 했다. 총 466마일을, 7시간 30동안 운전해서 5시 30분에 엘에이 근처에 도착했다, Ponoma라는 곳의 월마트 근처에서 차박을 했고, 다음 날 (그러니까 오늘) 1월 1일에는 딸아이를 픽업해서 321마일을 논스톱으로 5시간 운전을 해서 무사히 안전하게 몬트레이 집으로 귀가했다. 아침 9시에 엘에일 출발해서 집에 무사히 도착하니 2시 30분이었다. 이 엄청난 장거리여행동안 아무 사고나 고장없이 달려준 내 차에게 엄청난 고마움을 느끼면서 이 글을 맺는다. (끝)
P.S. (첨언)
내가 그동안 왜 로드 트립을 떠났는지에 대해 간단히 기술하고 차박 여행을 할 때 필요한 정보 관련 노트를 남긴다. 종합을 하자면 그 동안 10여일에 걸쳐 집에서 출발하여
Home - Deep Creek Hot Springs - San Bernadino - Arrowhead Lake - Redlands - Palm Spring - Joshua Tree NP - Lake Havasu Cith, AZ - Falgstaff - Sedona, AZ - Los Angeles - Home에 걸친 장장 2,100마일(3,379 킬로미터 - 각종 포인상의 왕복 거리 포함)의 로드 트립을 했다. 이에 대한 여행 후기는 1부에서 5부까지 나누어 모두 기록을 했다.
1. 이번에 10일 간의 차박 로드트립을 감행 한 이유:
팬데믹 심해져서 자가 격리령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나는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었고, 내가 휴가를 잘 보내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또한 나의 한계를 실험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번 감행하는 여행에 대한 후기를 써서 공유함으로써 다른 분들에게 이 갑갑한 상황에서 용기와 격려를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결정적인 이유 중의 하나로 여행 마지막 날, LA를 2주간 방문 중인 딸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오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게 내가 남쪽으로 간 이유다.)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는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차박을 선택했고 가능한 사람들 피해 자연 속을 찾아 다니는 여행으로 로드트립을 선택했다.
2. 후기 작성의 장점과 단점:
여행 후기를 씀으로써 내 여행 일정이 훨씬 다듬어 지고 또 여행의 의미 부여가 됐을 뿐만 아니라 차후의 개인의 기록으로 소장할 수 있어서 좋았다.하지만 후기를 쓰다 보니 남을 의식하게 되고 그 이유로 여정에도 약간의 영향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원래 그렸던 완전한 자유가 줄어 들었다.
3. 차박 시 참고할 사항
차박을 해보고 싶은분들을 위해 차박지 선정하는 방법과 유의 사항, 화장실 이용 방법, 씻는 방법, 차박에 필수 장비 등에 대해 조언을 드리려고 글을 썼는데 여기의 글이 길어지고 장황해져서 결국 삭제를 했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주시면(rayssoh@gmail.com)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보잘 것 없는 저의 로드트립 후기도 읽어 주고 성원도 보내주신 산악회 회원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들 새해에는 모두 다 건강하시고 멋있는 한 해가 되기 바랍니다.
그리고 곧 코로나 사태가 종료되고 산에서 멋지게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힘내세요!
다녀오신 코스는 좀 지루할 수 있는 지역인데 재미있게 잘 다녀오신 거 같습니다. 무사히 안전운전하시느라 수고 많으셨고, 덤으로 새로운 탐방포인트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주말 잘 쉬시고, 산에서 뵙겠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