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님의 후기가 빛의 속도로 올라오는 바람에 더 늦으면 뭔가 경고장이 날라올꺼 같아서리.......
머얼고먼 알라바마 나의 고향은 그곳.... 그러니깐 앨라배마가 수잔나 남친의 고향이래는 건 알겠는데 왜 돌산이 울퉁불퉁한 이 지역이 앨라배마 힐스일까 이 질문의 대답은 아마도 보해님께서 답해주지 않을까..... 그래서 430마일을 운전해서 가봤습니다. 395 번 도로는 미국 오던 그 해 88년 11 월 추수감사절 연휴 때 바리케이트로 막아놓은 도로를 억지로 진입했다가 씨에라 산악지대의 눈폭탄을 맞아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낯익은 길입니다.
금요일 아침
띵똥 벨소리와 함께 거목님께서 출두하셨습니다. 들고오신 Patron 데킬라가 킬킬거리며 내 손으로 넘어오시고,,, 한 시간여 바하 첼로 소나타 한 곡 들으시고, 신발장을 수거해 가셨습니다. 11시 드디어 출발해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5시 35분에 캠핑장에 당도. 창공님은 자리를 잡아놓고 모닥불을 즐기고 계셨음. 캠핑자리가 좀 어중간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니 시냇물가에 아담한 장소가 보여서 그리로 이동. 텐트 설치하는 사이에 님들이 속속 도착. 미미님의 순두부찌개가 어둠속에서 빛을 발하고, 창공님의 안심 스테이크에 둘리님의 써터홈 샤도네가 춤을 추고, 거목님의 데킬라는 별빛에 찰랑찰랑, 남자들의 수다는 밤새도록 이어지고, 하늘에선 별들도 낄낄낄낄.....
토요일
앨라배마 힐스의 진면목을 보리라, 꼭두새벽부터 움직임. 아침부터 식단이 범상치 않다. 테이블 위에 벌어지는 화려한 식단. 먹으러 왔나부다....
입술 바위로 시작해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생긴 뫼비우스 아치, 샥스핀 트레일 테이블 바위에서 점심 식사, 바윗 덩어리 멀리 파노라마로 펼쳐진 눈덮이 하이 씨에라의 연봉들, 그 아래 드넓은 광야 오웬스 밸리. 그 속에서 흙먼지 날리는 파리똥만한 차들과 사람들, 모든 것이 잘 구성된 예술작품이었습니다. 앨라배마 힐스 구경을 마치고 론 파인 마을 한바퀴 돌고, 장작을 더 사서 캠프장으로 복귀. 아직 이른 시간이라 창공님과 투합하여 Tuttle Creek이 시작되는 산계곡을 가보기로했습니다. 캠핑장에서 가장 가까운 길을 택했는데, 큰 돌들이 울퉁불퉁해서 중간중간에 길 보강공사를 하느라 금쪽같은 시간이 다 소모되었습니다. 길 끝에는 작은 주차공간이 있었고, 다른 차들 예닐곱 대가 주차해 있었습니다. 주차해놓고 짧은 산행 시작. 올트레일을 보니 편도 3 마일 남짓의 짧은 트레일이었지만 너무 늦게 시작해서 반 정도만 가는 걸로 결정. 계곡으로 들어서자마자 좌우에 우뚝 선 봉우리들은 이곳이 하이씨에라임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해질 무렵 저녁식사와 함께 시작된 수다는 오늘도 역시 자정까지 이어졌고, 수를 헤아릴 수없이 다양한 얘깃꺼리로 남정네들은 입술 운동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FAB의 수다야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져니님 수다도 일취월장했고, 버벅거리는 바다님도 결국 입이 터져서 술술술 잘 풀려나왔습니다. 이제부턴 둘리님의 대변인으로 Job을 바꿔도 손색없을 듯 합니다.
일요일
아침부터 기상시간에 맞춰 텐트 걷느라 부지런을 떨었습니다. 아침 식단은 누룽밥에 베이컨, 구운 고구마, 삶은 계란 등등 배터지게 먹고, 창공님은 먼저 귀가하셨습니다. 위트니 포탈에서 론 파인 호수까지 하이킹을 할 요량으로 출발 했는데,,,, 산기슭에 진입로를 닫아놓았습니다. 어쩔 수없이 길 옆 공간에 주차헤놓고, 물 한병 들고 찻길따라 도보로 출발. 1 마일 쯤 올라가다가 스위치 백 못미처서 축지법을 썼는데, 오르막 경사가 심한데다 디딛는 땅이 안정치 않아서 둘리님과 미미님은 특전단 훈련을 몸으로 체험하시고, 스위치 백 커브를 돌아서 올라오신 져니님이 두 여인네들을 모두 거두어 주셨으니 결과적으로 축지법은 운동 효과는 좋았으나 시간 효과는 반대였습니다. 이윽고 계곡 사이로 위트니 봉우리가 나타나고, 위트니 포탈 입구 표지판에서 사진찍고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점심해먹을 장소를 찾다가 져니/미미님은 그냥 귀가하시고, 바다/둘리님과 FAB은 론 파인 마을 Totem Cafe에서 스테잌 샌드위치와 맥주 한 잔으로 마무리.
* 앨라배마 힐스 캠핑은 시종일관 관광모드로 진행하였습니다. 평지는 뙤약볕이 너무 강했고, 산에는 눈이 너무 많아서 산행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릴랙스하면서 경치를 감상하기에는 이만한 장소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정상 불참하신 켄님과 안데스님도 오셨더라면 더 재밌었을텐데, 경치에 취하다보니 우리끼리만 재밌게 놀고 왔습니다. 조만간 Sequoia Park에 눈 캠핑을 가려고 하니 세쿼이아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