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6일 목 맑음
2022년 10월 6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지리산을 찾았다. 지리산 종주는 지리산의 등뼈를 이루고 있는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활처럼 굽은 25.5㎞의 주능선을 산행하는 것을 종주라고 한다. 등정에서 하산 거리까지 합치면 보통 50km-60km가 넘는다.
지리산(智異山)은 '머물면 세상과는 다른 종류의 지혜를 얻게 되는 산'이라는 뜻이다. 지리(智異)는 다름을 아는 것, 차이를 아는 것, 그리고 다름과 차이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함양군, 산청군, 하동군,구례군, 남원시,그리고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반야봉에서 빗점골, 피아골까지.. 여기서 감도는 기운은 625때 좌와 우의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피로 온 산을 적셨던 억울한 원혼들이 구천을 떠돌고 있는 곳이다.
노고단 입구 (1박) - 노고단(성삼재) 출발 - 벽소령/연하천 – 세석 대피소 (1박) - 장터목 - 천왕봉 – 중산리로 일정을 잡는다.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한 민족 정기의 상징인 백두대간이 삼천리 한반도를 달려 반도의 남쪽에 솟은 민족의 영산 지리산은 한민족의 역사에서 언제나 어머니처럼 모든 것을 감싸고 품어 왔다.
1994년 백두산에서 ..
지리산은 쫓겨온 자들의 땅이었다. 항일의병, 동학혁명군, 항일빨치산, 한국전쟁의 빨치산도 이곳에 몸을 숨겼다. 지리산에는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백두대간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용산역에서 남원역까지 KTX를 탄다. 춘향이와 이몽룡의 도시인 남원. 남원에서는 춘향전, 흥부전, 심청전 같은 고전이 탄생했고, 동편제라는 판소리의 큰 줄기를 이루었던 곳. 기대가 된다. KTX역 앞 정옥추어탕 식당에서 추어탕을 먹는다. 맛도 있고 종업원들이 아주 친절해서 좋다.
추가로 반찬을 시켜도 모두 무료다. 음식도 정갈하고 깨끗해서 정말 마음에 든다. 개업한지 얼마 안되어서인지 아주 깨끗하고 세련된 식당이다. 영업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이다. 그래도 장사가 잘되는 것을 보면 뭔가 영업비밀이 있는 것 같다.
수저셋트가 각각 포장되어 나올정도다. 남원의 이미지가 이 추어탕집때문에 최고로 기분이 업되었다.
이가격이 11,000원이라니!
노고단 게스트하우스
https://www.booking.com/hotel/kr/nogodan-guesthouse-and.ko.html남원에서 택시를 타고 구례 지리산 온천관광지까지 간다. 온천호텔들이 썰렁하다. 지리산 온천랜드가 문을 닫아버리니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어버렸다. 그래도 외국인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는 운영되고 있었다. 4인 1실방에 나홀로 편안하게 첫날밤을 잔다.
Guesthouse에서 주인과 얘기한다. 화살표 등선을 따라 노고단에 새벽에 오르겠다고 하니 깜짝놀라면서 말린다. 많은 빨치산 죽은자들의 귀신이 널려있는 곳이라고한다. 절대로 피아골에서 노고단까지 어두운 밤이나 새벽에 걸어서 올라가지 말라고 충고한다. 자기 같은 전문 산악인들도 꺼리는 Trail이라며 머리를 설레설레 흔든다. 피아골과 노고단은 빨치산들이 가장 많이 활동한 곳이다.
2022년 10월7일 금 맑음
새벽에 연락이 왔다. 세석대피소 예약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지리산 종주가 가능해졌다. 성삼재 대피소까지 택시를 탄다. 이 택시주인한테 나머지 짐을 부탁한다. 이틀후에 중산리 대피소에서 만나 넘겨받기로 한다. 모두 15만원이다. 성삼재 Emart에서 먹을 것을 사려고 들어가려고 시도한다. 다른 젊은이도 문을 열려고 시도해보지만 안된다. 무인점포가 이렇게 허술해서야… 큰일이다. 먹을 것을 제대로 싸오지 않았는데.. 대피소마다 음식을 판다고 들었는데.. 노고단까지 오르는 산길은 차길이다. 내려오는 사람들한테 남는 음식이 있으면 달라고 말해본다. 역시 내려오는 사람들은 친절했다. 반갑게 이들은 남은 햇반과 반찬, 그리고 통에 들은 콩나물국까지 주고간다. 나중에 이것은 쉬어 버린다.
노고단에서 전남대 교수를 만난다. 자신의 일정을 시간대별로 자세히 적은 쪽지를 보여준다. 서로 경로가 다르고 산행속도가 달라 함께 갈수없어서 연하천 대피소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결국은 못 만난다. 이교수는 해마다 지리산 종주를 한다고 한다. 아마도 빨치산의 영혼들을 달래기 위해서 오는 것같다.
노고단의 운해는 짙은 안개로 볼수없었고 2주전에 올라온 사람이 찍은 사진을 대신한다. “노고”란 늙은 할머니라는 뜻으로, 곧 지리산 성모인 마고할미를 가리킴이다.
노고단에서 저 천왕봉까지 25.5 Km를 1박2일동안 걸어야한다. 남한의 단일 산능선 가운데 최장최고(最長最高)의 코스이다.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지리산. 소설 『지리산』, 『태백산맥』, 『토지』, 『혼불』 등 현대문학의 대작이 바로 여기서 탄생했다.
삼도봉에서 지리산 서북능선 방향으로 천왕봉을 바라본 모습. 지리산은 산이 산을 품으며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