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웰빙
2024.05.13 21:08
<창칼 35> 멈추고 가만히 바라보면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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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칼 35> 멈추고 가만히 바라보면 보이는 것들 (1부)
명상이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명상의 인기는 스트레스와 불안이 넘치는 현대 생활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명상의 대중화에 비해서 과연 명상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등, 제대로 이해가 쉽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일찌기 20대 중반에 명상을 접하고 소위 마음의 자유라는 것도 맛본 적이 있었고, 40대 때는 삶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다년간 집중적으로 명상을 통해 작은 깨달음들도 성취 한 적도 있었다. 조만간 은퇴를 하면 명상 전문가로서 이를 직접 가르쳐 보려는 계획도 있기 때문에 이는 필자에게 의미가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흔히, 명상이란 멍 때리거나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혹은 집중해서 생각하는 것이라고도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다 막연한 표현들이다. 영어로 메디테이트(Meditate)는 원래 ‘기억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주로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살면서 의식적인 삶을 잊고 사는 우리가 기억을 돌이켜서 ‘의식적’이 되는 것을 말한다. 한자로 명(冥)은 ‘어둡다’이고 상(想)은 ‘생각’이다. 사전에는 ‘눈을 감고 깊게 생각한다’라고 돼 있다. 그러나 실제의 뜻은 정반대이다. 생각을 어둡게 해서, 즉 생각을 적게 해서 의식을 각성 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 두 정의의 공통점은 생각에서 벗어나서 ‘의식적'으로 깨어있는 상태 혹은 행위를 말한다.
한 마디로 ‘의식적'으로 사는 것을 연습하는 게 명상인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간 동안 무의식적인 삶을 사는 우리가 ‘의식적'인 삶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조건화되고, 프로그램화 되고, 습관화 돼 있는 무의식적인 삶을 디폴트(=기본값)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자동화된 무의식적인 삶을 조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생각과 고정관념이다. 그래서 무의식적인 삶에서 탈출하고 의식적 삶으로의 전환에 첫번째 관문이 바로 생각 관리, 즉 생각을 멈추는 것이다.
10여년 전에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링크)'이라는 책이 크게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책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제목은 참 잘 붙였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바로 명상의 핵심을 궤뚫는 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멈춘다는 것은 바로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쉴새 없이 돌아가는 생각을 잠시 멈추는 것을 말한다. 이때 생각과 생각 사이의 여유 공간이 생겨난다. 바로 그 공간의 인식이 바로 명상의 1차적인 효과인 ‘의식적’이 된다는 것이다. 모든 마음의 고통은 생각에서 나오기에 생각을 멈추고 그 공간을 많이 확보할 수록 더 의식적이 되고 고통에서도 자유로워지고 내면을 통찰하는 안목의 힘도 커지는 것이다.
단적으로 자기 감정이나 생각을 자신이라고 착각하는 것을 ‘동일시(identification)’라고 한다면 이것에서 벗어나는 ‘탈동일시' 작업이 바로 명상인 것이다. 즉, 의식과 생각의 분리를 통해, 자기 객관화 혹은 메타 인지가 생겨 나는 것을 말한다.
방법론적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자. 일찌기 전통 한국 불가(佛家)에서는 명상 수행의 방법으로‘지관쌍수('(止觀雙修) 혹 ‘정혜쌍수(定慧雙修)'라는 거창한 표현을 사용했다. 지(止)와 관(觀)을 동시에 사용해서 수행한다는 뜻이다. 이게 바로 명상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서 이미 용어만 다를 뿐, 고대 인도에서 명상이 생겼을 때 사마타(止)와 비파사나(觀)가 이미 있었다. 여기서 ‘지(止)는 생각을 멈추고 집중하는 것을 말하고 관(觀)은 관찰을 통한 알아차림을 말한다. 즉, 집중(=생각 멈충)과 관찰(=알아차림)의 어우러진 춤이 바로 명상인 것이다. 명상 초보자들에게는 이 닫힌 의식인 집중과 열린 의식인 관찰이라는 반대 요소가 동시에 일어나게 하는 게 가장 어려운 도전이 된다. 즉, 마음을 모아 집중하면서도 주변에 일어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릴 때 제대로 된 명상이 되는 것이다.
숨을 지속적으로 바라보는 (생각) 멈춤(=집중)과 숨이 고요해고 몸이 이완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관찰)이 동시에 일어난다면 명상이 잘 일어나는 것이다. 명상을 하려면 뭔가 하나에 집중(concentration)을 하면 자연히 알아차리는 일(mindfulness)도 같이 일어난다. 반대로도 마찬가지다. 마음이나 신체를 알아차리는 주의를 먼저 기울이면 동시에 집중도 일어난다.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평소 느끼지 못했던)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 혹은 감정에 대한 안목과 이해가 저절로 일어난다. 그게 바로 자잘한 깨달음이고 지혜인 것이다. 다시 말해, 명상을 자주 하면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가 커지고 안목도 높아지는 것이다. 한 마디로 지혜로워진다는 얘기다.
결국, 명상은 생각을 통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이다. 보통 뇌는 생각의 과정을 통해 현실을 왜곡시키는 습성이 있다. 고정 관념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려는 습관 때문이다. 명상의 알아차림(mindfulness)이라는 것은 있는 그대로 감각, 감정, 생각을 바라 봄으로써 내면을 관찰하고 우리가 얼마나 고정관념과 자기신념, 혹은 자기속임수를 통해 자기를 합리화하면서 사는 지를 깨닫게 해 준다. 이렇게 내면의 관찰을 통해 고착화된 나의 생각에서 빠져 나올 수 있게 되고, 이때 나는 ‘나라는 생각' 아닌 순수 의식 (혹은 메타인지)임을 깨닫고 큰 자유를 얻게 된다. 바로 이게 명상의 훈련을 통한 의식적으로 되는 요체인 것이다.
이런 의식적인 삶을 통해 삶은 하나의 거대한 놀이가 될 수 있다. 마음의 자유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또, 명상을 자주 하면 직관이 열리고 창조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두려움을 관장하는 뇌의 '편도체'가 안정이 돼서 두려움과 불안에서 벗어난다 (이전글 링크). 긴장된 몸이 이완될 뿐만 아니라 강화된 메타인지를 통해 행복감이 높아진다.
정보 홍수와 소비 홍수 속에 산만해지고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를 사는 우리들. 끊임없는 자극과 정보 소비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다 볼 여유가 없이, 무언가에 붙잡힌 채 쫓기듯이 노예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명상은 우리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뇌를 편안하게 휴식시켜서 성찰 능력이 자라게 하는 최고의 방법을 알려준다.
넘치는 자극과 바쁜 일상으로 잃어버린 마음의 여유와 내면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오늘부터 명상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나는 무엇인가? 느껴지는 감정과 생각인가? 그 감정과 생각을 바라보는 의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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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논하는 명상은 어느 특정 종교의 수행법이 아닌, 병원이나 교육기관 등에서 채택하는 건강요법으로서의 테크닉입니다. 그리고 저는 비종교인임을 밝힙니다.하지만 그 테크닉에 있어서 역사적 발전 유래를 아는 것은 유용할 것 같습니다.미국에서 유행하는 Mindfulness(알아차림) 명상은 소위, 위빠싸냐(Vipasana)라는 마음챙김 명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옛날 태국 같은 남방 불교에서는 이런 관법인 위빠싸나(Vipassana, 알아차림) 명상을, 중국 같은 북방 불교에서는 사마타(Samata, 집중) 명상법을 더 강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빠싸나가 미국인들에게 각광을 받는 이유는 명상 과정 과정을 논리적으로, 언어친화적으로 하나 하나 잘 안내하고 설명해주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서양인들이 접근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반면 중국에서 나온 선불교는 ‘화두 들기’와 같은 강력한 집중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자잘한 언어적 설명을 배제하고, 강한 몰입으로 단번에 의식을 도약하는 밥법을 쓰기 때문에 서양인들에게는 잘 안 맞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집중법은 제가 앞글(링크)에서 설파한 몰입(FLOW)하고도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위빠사나를 대표하는 현대의 지도자로는 베트남 출신의 틱 나한 스님이 있고, 집중법 중심의 명상은 한국 간화선 불교 명상법을 최초로 미국과 전세계로 전파한 숭산 스님이 있습니다.(참고로 저는 15여년 전에 하버드대에서 근무할 당시, 캠퍼스 가까이에 있는, 한국 숭산 스님이 창설한 캠브리지 선원(Cambridge Zen Center)에서 화두법의 중심을 둔 명상법을 수년 동안 수학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명상을 접한 것은 20대 때 서양 스승들을 통해 관법인 위빠싸나(=mindfulness) 명상이었으니 좀 아이러니합니다. 동양의 전통을 서양인들한테 먼저 배우고, 돌아돌아 먼 훗날에 더 나이들어서야 한국 전통을 배웠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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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하면서 부딪히는 가장 큰 장애가 생각입니다. 명상을 하려하면 오히려 생각이 더 많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생각을 멈추려 하거나 통제하려 하지 말고 생각을 그대로 놔두고 바라보기만 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일어나는 감정도 그냥 인지하고 바라봅니다. 바라보는 순간, 혹은 관찰을 하는 순간 생각과 감정은 힘을 잃고 꼬리를 내리며 사라집니다. 만약 통제하려고 하면 생각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역설의 효과를 내게 됩니다.
이런 차원에서 생각과 의식은 다른 것입니다. 대뇌 작용을 통해 현실을 왜곡시키는 것이 생각이라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의식입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그대로 바라보기가 어려운 이유가 평생 생각의 노예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생각은 현실을 왜곡해서 바라보는 뇌의 작용이기 때문에 현실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생각과 분리를 해서 의식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이 의식으로 바라보기가 바로 명상입니다. -
개인적인 경험으로 명상의 효과는 운동을 하고 나서 하면 배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즉, 운동 중에 항진된 교감 신경이 운동 후에 반대로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최대의 이완이 오기 때문입니다.명상을 소개하는 영상들이 많지만 그저 스트레스 해소와 정신 건강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막연한 것들이 많고, 위 본문에서 설명한 것처럼 짧게 그 요체를 간파하도록 도와주는 영상물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나마 도움이 되는 영상 몇 개를 올려 드립니다.독일인이 유창한 한국어로 명상의 요체를 설명하는 영상: 알렉스 콘리의 "의식을 높이는 법" (링크)뇌를 쉬게 하는 최고의의 방법 (EBS, 골라듄 다큐):뇌과학자 장동선 교수: 명상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동영상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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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은 글이네요.
“명상을 자주 하면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가 커지고 안목도 높아지는 것이다. 한 마디로 지혜로워진다는 얘기다. 또, 직관이 열리고 창조성이 높아진다. 두려움을 관장하는 뇌의 '편도체'가 안정이 돼서 두려움과 불안에서 벗어난다. 긴장된 몸이 이완될 뿐만 아니라 행복감이 높아진다.”
불멍, 별멍, 물멍을 때리면서 명상을 해보는데.. 아직 초보자 수준에 머물러 지혜 단계까지 들어가기가 요원한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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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감사 드립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명상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데 도움을 드리기 위해 한 코멘트 드려봅니다.'멍을 때리는 것이 과연 명상인가'입니다. 제 생각에는 그것은 뇌의 단순한 휴식에 불과한 게 아닐까 합니다. 물론, 뇌를 쉬어주는 것자체만으로도 정신 건강에 아주 좋다고 봅니다.
명상을 통해 지혜를 얻자면 집요한 자기 관찰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자기 생각을 나라고 착각하는 나', '자기 감정을 나라고 착각하는 나', '끊임없이 생각으로 조작하는 나' 등을 알아채고 그것들이 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작업인 것이죠. 그러니, 그냥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는 것을 넘어서 치열한 자기 탐색의 과정이 제대로 된 명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관찰(=알아차림)이 집요하게 일어나기 위해서 '집중'의 힘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관찰과 집중이 합작이 이루어질 때 드디어 나의 의식(=메타인지)이 작동이 돼어, 생각과 착각으로 이루어진 나의 허상에서 벗어나서 거울 같은 참나를 찾고 마음의 자유를 얻는 것입니다. 아주 쉽게 말해서, 그 메타인지가 참나라는 겁니다.(직접 해 봐서 알면 쉬운데 말로 설명하려면 언어 자체가 이해를 막는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국 선불교에서는 '불립문자'라고 해서 모든 불편한 언어를 끊어 버리고 막바로 몰입과 같은 집중으로 들어갈 것을 주창하기도 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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