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쯤으로 기억합니다.
이스트 시에라의 McGee Pass 로 들어가 JMT 를 타고 남행하여 Mono Pass 로 나오는 45마일 정도의 백팩킹 계획이었습니다.
둘째날 McGee Pass (12, 300ft) 를 넘는데 6월중이라 그런지 패스 부근에 제법 많은양의 눈이 있었고 눈을 헤치고 패스를 넘느라 거의 탈진 상태로 넘었습니다.
패스를 넘고 JMT 를 타고 남행하여 Mono Pass 를 넘어 Little Lake Valley 로 빠져 나와야 하는데 그동안 강행군으로 지친 체력과 McGee Pass 보다 300 피트 정도가 더높은 Mono Pass 의 눈 상태를 예상하니 난감합니다. 같이 백팩킹중인 일행 모두들 체력적으로 너무 지쳐 있었고 눈이 너무 많어면 위험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수없이 대책도 없이 Alltrail 지도상에 도로가 표시되어 있어 차가 들어올수 있는 곳으로 무조건 탈출하기로 결정하고 도착한곳이 이스트 시에라 깊은 산속의 Lake Thomas Edison 이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이한 일행들중 빠질수 없는 직장 스케쥴과 중요한 비지니스 약속들이 있어 여유롭게 백팩킹 날짜를 늘려 대책을 강구할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언뜻 하이시에라님이 생각 났습니다. 프레즈노 조금 남쪽 Visalia 에서 거주하신다는걸 들은 기억이 납니다. 프레즈노 부근이니 두시간정도 걸리지 싶어 혹시라도 하는 절박한 심정에 우연히 전화 신호가 잡히는 곳에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 당시에는 거리상 하이 시에라님이 베이산악회에 자주 나오지는 못하셨고 산행이나 캠핑, 백팩킹을 저와 같이한적도 없었습니다.
단지, 몇년전쯤에 킹스캐년의 Rae Lake Loop 을 백팩킹중일때 우연히 지나가는 동양인 두명이 웬지 한국사람 같아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보니 " 한국사람이세요?" 하고 응답이와 잠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베이산악회에도 가입 하셨고 길벗님도 잘 안다고 말씀해 반갑다고 그리고 세상이 참 좁다고 서로 웃어며 잠시 담소 나누고 헤어진 인연이 전부입니다. 사실 전화는 드렸지만 오시리라는 기대는 안하고 그냥 절박한 심정에 연락 해본건데 한번에 모두를 데려나올수 있도록 밴을 구해 내일 아침 구출해주러 오시겠답니다. 산을 다니는 사람들인데 얼마나 절박 했어면 나게게 전화를 하셨겠냐고 하면서요 ㅎ
몰고오신 밴을 타고 나오는 과정에 보기에도 아슬아슬하고 그험한 산길 비포장 도로를 타고 4시간 30분이 걸려 오신것을 알게 되었고 저희들을 조금이라도 더일찍 데려 나오기위해 새벽 4시 이전에 출발하셨다는거도요.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많이 미안했고 또한 하이시에라 사모님께도 정말 미안 했습니다. 본인 생업 제쳐두고 그 이른시각 험한 산길로 나서는 남편을 보는 심정은 어땠을까요?
동갑내기 하이시에라님 그때 참으로 감사했고 미안했었습니다.
곧 또 좋은곳으로 함께 백팩킹 갑시다. ㅎ.
🔽하이시에라님이 저희들 모두가 현재 겪고있는 상황의 걱정과 안타까움에 저번에 이해인 수녀님의 "산위에서" 라는 시와 이번에 나태주 시인의 "선물2" 라는 시를 댓글로 다셨네요. 읽다가 저도 웬지 마음이 짠해지고 저 스스로도 돌아보자 싶어 30년넘게 책장 한구석에 쳐박혀 종이색마저 변색되어 버린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과 산문집 몇권을 꺼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해인 수녀님의 산문집 "꽃삽" 에 있는 시를 하나 올려봅니다.
하이시에라님이 올려주신 시에 이어 달려다가 혹시라도 오해의 소지도 있을까봐 여기에 올립니다. 그냥 제가 저 자신에게 스스로 약속하고 싶은 마음의 언어들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 / 이해인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
역겨운 냄새가 아닌 향기로운 말로
향기로운 여운을 남기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말들이 이웃의 가슴에 꽂히는
기쁨의 꽃이 되고 평화의 노래가 되어
세상이 조금씩 더 밝아지게 하소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리 없는
험담과 헛된 소문을 실어 나르지 않는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말을 하게 하소서
나보다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사랑의 마음으로
사랑의 말을 하게 하시고
남의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을 먼저 보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긍정적인 말을 하게 하소서
매일 정성껏 물을 주어
한 포기의 난초를 가꾸듯
침묵과 기도의 샘에서 길어 올린
지혜의 맑은 물로
우리의 말씨를 가다듬게 하소서
겸손의 그윽한 향기
그 안에 스며들게 하소서
🔽가끔씩 새벽에 듣는 나윤선의 노래 "It's Okay" 라는 노래 가사입니다
It's Okay
It's Okay.
Sun comes in the sky.
Let's put off our worries till tonight
Sometimes like a child
Sometimes like a lazy kitty cat
Let's just let it flow
We are where we are where we are
We are who we are who we are
It's okay.
We might run out of time
Let's put off our worries till tomorrow
Sometimes we can win
Sometimes lose by what we do today
But, who cares in the end
We are where we are where we are
We are who we are who we are
🔽
길을 걷습니다
산길을 걷습니다
가끔은 혼자걸어며 사색도 좋지만
그대와 함께 걸을수 있는 이길이 고맙습니다
행여라도 뒤쳐지면 뒤돌아봐주고
행여라도 힘들어하면 쉬어가자 말해줍니다
때로는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도 나눌수 있고
때로는 내가 미처 보지못한 아름다운것들도 보이게 해줍니다
혼자서 가노라면 쉬이 지치고 힘들수 있는 이길이
그대와 함께라서 감사합니다
그날 하이시에라님 아내분께서 남편을 보내면서 한마디 하셨다고 들었어요. "여보 꼭 살아서 돌아와~".
하시님이 올리신 나태주 시인의 "선물2"도 참 좋고 여기 이해인 시인의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도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