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rofile
조회 수 225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칼럼 40> 한강의 작품과 기억에 대한 소고(小考)

 
 
최근에 있었던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여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여린 감수성의 소유자임에도 폭력에 대해서 온 몸으로 아파하면서 거부하고 저항했던 그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광주 5.18과 제주 4.3의 아픔을, 무섭고 떨리는데도 불구하고 그 여린 감성으로 치열하게 그려내야 했던 그녀. 
 
그 폭력이 국가가 행한 것이든 개인이 행한 것이든, 그것을 감내하기가 얼마나 힘들고 또 아팠으면, 그녀는 <채식주의자>에서 폭력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주인공 영혜가 차라리 나무가 되고자하는 열망을 품는 것으로 소설을 그려냈을까? 
 
그리 멀리 보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 폭력에 무감각함을 보이다가 그 폭력을 오히려 옹호해 버리는 사람들, 그런 처지를 위해 기억까지도 기꺼이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진실을 마주하지도, 수용하지도 않고, 더 나아가 기억까지 왜곡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최근에 뇌과학의 권위자인 박문호 박사의 기억에 대한 강연을 통해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사람들이 기억의 왜곡을 쉽게 감행하는 것은 사건의 “사실성”보다는 개인의 “일관성 (혹은 정체성)”을 지키려는 무의식적인 성향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태도나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자신이 동일시하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실제 경험한 사건조차도 기꺼이 자신의 입장에 맞춰서 변경을 한다는 것. 이처럼, 보통 사람들한테는 이 “일관성"의 원칙이 “사실성"을 더 압도하는 경향이 있는 관계로, 특정 사건에 대한 기억을 채색하거나 왜곡을 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가끔, 양심이 강하거나 진실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기억을 자신의 입맛에 맞춰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바탕을 두고 과거 사건을 기억하려 한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알면, 이렇게 일관성의 원칙에 따라 기억을 각색하는 사람들을 쉽게 비난하지는 못 할 수도 있다. 그것은 자신을 보호하고 생존해 나가야 하는 오래된, 우리 인류의 습성에서 비롯됐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다 나은 사람으로 발전해 나가려면 이런 낡은 생존 전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도 길러야 하지 않을까 한다. 딴은, 한 사람의 위대함은 진실과 마주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떳떳하게 진실을 외칠 수 있는 용기에서 나온다고 역사는 가르치고 있으니까.
 
마침, 폭력으로 얼룩진 우리 인간사의 아픈 과거들을 회피하지 않고 그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서 희생자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 아픔을 시적 산문으로 “진실되게" 표현하고 공유하려고 했던 한 강 작가의 작품들이 최근 노벨상 수상과 함께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감수성이 여린 사람이 오히려 인류사적 비극에서 빚어지는 크나큰 고통을 짊어지고 "진실"을 표현해낸 그 강직한 힘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노벨상 위원회는 바로 이점을 수상의 이유로 직시한 것 같다. 
 
이 연약하면서도 강직한 여성 작가가 한국의 문화 위상을 한 단계 높였듯이, 우리 인류도 생존에 매달리는 연약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용기와 강직함으로 진실을 향해 나아 갈 수 있는 한 단계 높은 존재로 부상하기를 꿈꿔 본다. 
 
그 부상을 위해 오늘 그녀의 <작별하지 않는다>의 한 페이지를 넘긴다.
 
 
 

한강 작가.jpg

 

 


  1. No Image

    뜬금없이 시작하는 맹자이야기 4

    3편의 조회수가 줄어든 걸로 보아 맹자이야기의 관심도가 점차 정상으로 가는 거 같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끝까지 가봐야겠습니다. 5 년 이상 걸릴 겁니다. 이제부터는 제후와 백성이 함께 즐기는 것에 대하여 양혜왕과 맹자간의 연못가에서 대화가 전개됩니...
    Date2024.10.17 Category교육-배움 ByFAB Reply0 Views86 Votes0
    Read More
  2. <칼럼 40> 한강의 작품과 기억에 대한 소고(小考)

    <칼럼 40> 한강의 작품과 기억에 대한 소고(小考) 최근에 있었던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여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여린 감수성의 소유자임에도 폭력에 대해서 온 몸으로 아파하면서 거부하고 저항했던 그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광주 5.18...
    Date2024.10.16 Category문화 예술 By창공 Reply0 Views225 Votes1 file
    Read More
  3. 오늘은 슬프지만 그래도 희망의 내일을 꿈꿔 봅니다

    3년전쯤으로 기억합니다. 이스트 시에라의 McGee Pass 로 들어가 JMT 를 타고 남행하여 Mono Pass 로 나오는 45마일 정도의 백팩킹 계획이었습니다. 둘째날 McGee Pass (12, 300ft) 를 넘는데 6월중이라 그런지 패스 부근에 제법 많은양의 눈이 있었고 눈을 헤...
    Date2024.10.13 Category기타 By보해 Reply14 Views465 Votes3 file
    Read More
  4. No Image

    뜬금없이 시작하는 맹자이야기 3

    未有仁而遺其親者也, 未有義而後其君者也.(미유인이유기친자야 미유의이후기군자야) 인하면서도(仁而) 그 부모를 버린 사람은(遺其親者) 아직 있지 않고(未有也), 의로우면서도(義而) 그 임금을 뒤로한 사람은(後其君者) 아직 있지 않습니다(未有也). 한자 토...
    Date2024.10.12 Category교육-배움 ByFAB Reply0 Views111 Votes0
    Read More
  5. No Image

    뜬금없이 시작하는 맹자이야기 2

    맹자집주를 보아가면서 진행하려니 본문이 상당히 길어집니다. 주희의 해석이 절대적이라고는 할수 없겠지만, 조선을 디자인한 정도전 선생으로 시작한 조선 성리학이 주희본을 텍스트로 선택하여 그것이 거의 바이블처럼 되어 있다보니 자연히 주희본을 선정...
    Date2024.10.04 Category교육-배움 ByFAB Reply0 Views163 Votes0
    Read More
  6. 설악산 암릉 이야기 3편 설악산 리지의 개척 등반사 (퍼옴)

    설악산 리지의 개척 등반사 (울산암, 천화대, 용아장성, 공룡능선을 설악산은 천태만상의 얼굴을 하고 수많은 등산객들을 맞이하는 천혜의 도장이다. 장대한 능선과 깊은 계곡, 사시사철 변화무쌍함을 보여주는 기암절벽은 많은 등산객들을 유혹한다. 산을 좋...
    Date2024.10.03 Category문화 예술 By돌고래. Reply1 Views156 Votes1
    Read More
  7. No Image

    설악산 암릉 이야기 2편 석주길

    하늘에서 꽃이 내려와 앉았다는 천화대(天花臺)는 설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암릉길이고 그곳에는 '흑범길', '염라길', '석주길' 등 멋진 암릉길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석주길'은 아름다움 보다는 그곳에 얽힌 설화 같은 이야기로 더 유명하다. 그 슬픈 이야기는...
    Date2024.09.29 Category문화 예술 By돌고래. Reply1 Views132 Votes0
    Read More
  8. No Image

    고국의 산 설악산 암릉 이야기 1편 천화대

    여기 모두 산이 좋아서 모인 분들이라 다른 이야기보다 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함 풀어 보겠습니다 물론 퍼 왔고요 제가 한국에 있을때 제일 좋아한 산 설악 입니다 지금은 자주 못가지만 항상 그리운 설악 입니다 설악산은 천태만상의 얼굴을 하고 수많은 등산...
    Date2024.09.28 Category문화 예술 By돌고래. Reply2 Views201 Votes2
    Read More
  9. 뜬금없이 시작하는 맹자이야기

    네~~~~ 뜬금이 없지만, 뭐, 여기는 자유로이 글을 쓰는 공간이니깐 시작해보려 합니다. 제가 산악회를 위해 할 수 있는게 뭘까 생각하다가 "맹자"라는 책을 장기간에 걸쳐 주 1회 올려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4,5 년 정도는 걸릴꺼 같습니다. 어...
    Date2024.09.27 Category문화 예술 ByFAB Reply5 Views252 Votes0 file
    Read More
  10. <창칼 39> 내가 의지하는 가장 소중한 친구

    <창칼 39> 내가 의지하는 가장 소중한 친구 초등학교 5학년 여름이었던 것 같다. 집 앞에 있는 큰 호수에서 친구 서너 명과 멱을 감으며 놀고 있었다. 그때, 헤엄을 잘 치는 친구가 수심이 깊은 곳으로 가서 놀자며 그쪽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그 당시 수영...
    Date2024.07.24 Category건강-웰빙 By창공 Reply4 Views410 Votes0 file
    Read More
  11. <창칼 38> 내 안의 야만성을 찾아서

    <창칼 38> 내 안의 야만성을 찾아서 (부제: 일상 속 야만 타파를 위한 코드) 최근에 “야만의 시대(링크)"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교회 조직의 힘을 빌려 인권 유린과 착취가 성행하던 중세의 참혹한 실상을 담은 한 프랑스 농노의 회고록이다. 이 회고록에서 ...
    Date2024.07.09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4 Views472 Votes0 file
    Read More
  12. 소주 마시고 가출해 여행을 해야하는 이유.

    이른 아침을 먹고 장거리 운전에 나선다. 며느리의 유일한 자매 여동생의 결혼식이 July 4th 연휴에 LA에서 열린다. 곧 태어날 손주를 위해 며느리도 좀 챙겨야 할거 같고 LA 사는 오랜 지인도 이번에 만나 회포도 좀 풀어야 할거 같아 좀 일찍 출발해 LA에 일...
    Date2024.06.29 Category기타 By보해 Reply10 Views327 Votes0 file
    Read More
  13. <창칼 37> 내 인생의 황금기

    <창칼 37> 내 인생의 황금기 (The Golden Age of My Life) 짧지 않은 내 인생에 황금기(黃金期)가 있었다. 그것은 20대 중반을 막 넘은 스물여섯 살과 스물일곱 살에 이르는 1여년의 짧은 기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 생활을 막 마친 때였고 유학을 오기 ...
    Date2024.06.25 Category교육-배움 By창공 Reply2 Views221 Votes0
    Read More
  14. 비틀즈와 의식의 흐름

    지난 주말 사라토가에 있는 mountain winery에서 비틀즈 콘서트를 관람하였습니다. 물론 진짜 비틀즈가 아닌 비틀즈의 cover band 중 실력이 좋다는 Fab Four의 공연이었습니다. 외모와 목소리도 비틀즈와 흡사할 뿐 아니라, 2 시간 가까이 라이브 공연을 지침...
    Date2024.06.22 Category문화 예술 ByYC Reply7 Views240 Votes0 file
    Read More
  15. <창칼 36>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얄팍함

    <창칼 36>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얄팍함 그리고 무게감 남자는 가벼운 연애를 좋아해서 한 여자말고도 또 다른 여자와도 만나 연애를 즐기고, 그를 좋아하는 여자는 그 남자만 바라보며 지고지순한 사랑을 펼친다. 또 다른 남자는 한 여자에 대한 순수한 이상적...
    Date2024.06.20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9 Views274 Votes0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