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웰빙
2025.04.15 15:42
<칼럼 45> 나르시스트
<주의: 이 칼럼은 산행과 무관한 내용으로써 한 개인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제공하는 글입니다. 하여, 주제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부담없이 패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칼럼 45> 나르시스트를 알아보고 대처하는 법
일전에 직장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어쩌면 악한 사람은 가까이 있을지 모른다(링크)"라는 글을 올렸을 때, 어느 한 회원이 성격 장애에 대해 더 많은 글을 올려달라고 주문한 적이 있다. 주변에서 경험을 해 봐서 알 것 같으면서도 잘 알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인 것 같다.
살아 오면서 나르시스트(=자기애적 성격장애자)를 여럿 만난 적도 있고, 평소에 인간 의식과 심리에 많은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이들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한 바도 있다. 그래서 이들을 쉽게 알아보는 노우하우도 생겼다. 최근에 유툽을 보다가 “한국에 유독 나르시스트가 많은 이유(링크)"라는 제목의 영상을 접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그 영상 제목은 과장된 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화는 그 특성 상 나르시스트를 양산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라는 점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성공의 가치를 지나치게 찬미하고 경쟁을 최고 가치로 떠받치는 사회, 지나친 외모지상주의와 물질에 대한 추구와 숭배가 성행하는 환경, 부모들이 기를 키워주기 위해 자식을 과보호로 키우는 토양 등이 이러한 성향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르시스트는 살아오면서 형성된, 결함있는 취약한 자아를 숨기고 덮기 위해 실제보다 우월한 자아를 설정해 놓고 그것을 유지하고 인정을 받기 위해 애를 쓴다. 자신이 설정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그는 주변에 본인을 찬미하는 지지자(admirer)들을 필요로하고 이들을 쉽게 조종하거나 언제든지 희생을 시킬 수 있는 속죄양(Scapegoat)을 필요로 한다. 하여, 남을 쉽게 이용하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사람들을 이간질하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이렇게 가면 쓴 ‘우월한' 혹은 ‘완벽한' 자아를 지키기 급급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공감하거나 배려하는 능력이 결핍돼 있다. 이로 인해 관계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끊임없는 피해와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 자기가 항상 옳다는 독선과 질투로 가득찬 이들은, 그 미성숙한 인성으로 인해 본인의 약점을 지적 받게 되거나 인정 받고자 하는 욕망이 좌절되면 강한 분노 표출과 함께 거친 공격성을 드러내며 거짓말을 해서라도 상대에게 보복을 가하는 성향을 보인다. 과시형, 취약형, 천사형 등등, 그 유형도 다양하지만, 이에 관계없이 이들의 우월적 독선이 너무 심해 전문가들도 상대하거나 치료하기가 아주 힘들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아첨을 해서 자기 편을 잘 만들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 아첨에 속아 쉽게 이용당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는 가스라이팅을 해서라도 사람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들은 가면을 쓰고 아첨을 하다가도 자기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으면 금방 태도를 바꾸어 독설로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누명을 씌워 사람을 곤란에 처하게 만든다. 끊임없이 자기를 인정해 줄 사람을 찾아 나서는 이들은 자기 합리화 언어가 발달이 되어 주변에서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흔하다.
이런 나르시스트가 주변에 있으면 인간관계가 초토화 될 정도로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질 수 있다. 본인은 결코 자신의 약점이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남에게만 탓을 돌리면서 책임전가에 급급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과 얽히게 되면 정말 인생이 피곤해 진다.
이런 사람을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말 쉽지는 않지만, 전문가들이 권하는 그나마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몇 가지만 추려 본다.
일단, 사람을 고쳐쓰지 말라는 말이 너무도 잘 적용되는 부류가 나르시스트로서 이들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아예 이들이 바뀔 거라는 기대를 접으라는 얘기다. 그래서 이들을 대할 때,
첫째는 호감적 무관심(“그렇구나, 근데, 난 관심없어”)을 보여주기,
둘째는 선을 긋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 주고 필요하면 오류를 지적해주기,
셋째는 일관되게 단호하고 냉정하게 대하기 (과한 요구에 ‘간결하게 “아니요"라고 거절하기 포함),
넷째는 절대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 이들과의 다툼에 휘말리지 말 것이며 (감정적 싸움은 이들의 원하는 것),
마지막으로 이들이 나에게 의지하지 못하게 하기 등등이다.
이들은 세상을 강자와 약자로 이분법적으로 나눠 보고, 본인들은 강자로서 약자를 무시하고 조종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하고 타인(=약자)은 자신이 빛나게 해 줄 둘러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들에게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가 이들에게 함부로 휘둘리지 않는 강자임을 보여줘야 한다. 내가 잘 지내려고 하는 행동들이 이들의 이용이나 공격의 빌미 되고 나에게 고통만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참다 못해 견딜 수가 없어서 잘못을 지적해 주면 본질을 흐리면서 가스라이팅을 하거나 분노 폭발과 함께 공격이 들어온다. 결국, 이들을 대할 때는 우리가 믿고 있는 인간 관계의 공식을 버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을 한다.
주변을 가만히 둘러 보면 생각 외로 나르시스트 형의 사람들이 많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필자는 최근에 바로 직장에서 접하고 화를 당한 바도 있다. 결론적으로, 당해서 후회하지 말고 평소에 이들에 대한 특성을 잘 알고 있다가 말려들지 말고 이들로부터 고통을 당하지 않는 게 상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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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나르시스트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일반인의 경우, 나르시즘의 영향이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제한되는 반면,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그 파급력은 인종 학살이나 국가 붕괴 등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로마 시대의 폭군 네로 황제, 나치즘을 대표하는 아돌프 히틀러, 그리고 소련의 독재자 조셉 스탈린 등이 있습니다. 여성 인물로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자 황제인 무측천,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 등이 거론됩니다.한편, 나르시시스트가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 파괴적인 성향과 동시에 인류사적인 업적을 남긴 경우도 있습니다. 지도자 중에는 로마의 알렉산더 대왕과 프랑스의 나폴레옹 황제가 있고, 예술 분야에서는 파블로 피카소, 과학 분야에서는 니콜라 테슬라와 아이작 뉴턴, 그리고 산업계에서는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역시 나르시시즘 성향이 강한 인물로 평가 받는데, 그에 대한 최종 평가는 시간이 흐린 뒤 역사가 내리게 되겠죠.한국 역사 속에서도 이러한 인물들을 찾을 수 있는데, 연산군, 흥선대원군 등이 있으며, 여성 인물로는 '조선의 욕망과 암투의 화신녀'였던 장희빈과 '권력농단의 화신녀'이었던 문정왕후(명종의 어머니)가 떠오릅니다.인생은 "그토록 고통스럽고도 가끔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그 말의 단초를 제공하는 이들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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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중종의 계비이자 명종의 어미로서, 수렴청정으로 권력 농단의 정점을 찍었던 문정왕후를 생각하며 시를 하나 지어봤습니다.
거울 속 욕망— 문정왕후를 생각하며거울 앞에 선다.
비친 얼굴을 오래 들여다본다.
시간이 지나면, 거울은 점점 사람의 본모습을 비춘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의 주름, 욕망의 색깔, 집착의 흔적을.
나는 문득, 조선의 문정왕후를 떠올린다.조선의 왕후였던 그녀는, 왕의 어머니라는 이름을 앞세워 세상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그녀가 들여다본 거울엔 아들도, 조선도 없었다.
오직 자기 자신, 자기 뜻, 자기 권력만 있었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절대적인 진실로 믿었다.
그리고 그 거울을 조선이라는 나라 위에 덮어 씌웠다.문정왕후는 자신의 믿음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다.
자신의 종교, 자신의 뜻을 위해, 때로는 법을 꺾고, 때로는 사람을 지웠다.
그리고 끝내, 조선의 정치와 문화,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나는 그런 문정왕후의 모습을 현대의 거울 속에서도 본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를 숭배하며, 타인의 고통을 모른 척하는 얼굴들.
자신의 생각이 가장 옳다 믿고,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조종하려는 손길들.
그 손길은 언제나 달콤하지만, 결국 세상을 망치고 만다.삶은 고통스럽고, 때로는 아름답다.
하지만 타인의 고통 위에 쌓은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시간은 모든 것을 지우고, 역사는 결국 모든 욕망을 기억한다.나는 묻는다.
“거울 속에 비친 그대 모습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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