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Half Dome 등반

by 장비 posted Sep 28, 202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9/8일 아침 요세미티로 향했다.

9월초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날, 러닝 그룹에서 만난 한 지인이  Half Dome 갈 예정인데 같이 갈래라고 물어 왔다. 

2021년 10월말 Sub Dome까지 간 적은 있는데, 내려 올때 무서워서 다리가 후덜거렸던 기억이 있었다. 급기야 불안함에 쩔쩔메다 리더의 한 손 한 손을 잡고 내려 왔던지라 Half Dome 가자는 제안이 썩 내키진 않았지만 요세미티 안 가 본지도 오래 되었고, 날씨도 무지장 더운때라 시원 곳으로 피신? 하고픈 맘도 들고 해서 둘은 Freeway 5번 대신 (LA 정체를 피해) Freeway 15번으로 가기로 했는데, 두 여자가 수다떨다 그만 15번에서 5번으로 진입하는 통에 3시간전쯤인 Selma에서 1박을 했다. 이곳은 105도. 지글지글 끊는 날씨탓에 야외 수영도 하고 둘은 밤새 푹 골아 떨어졌다. 교통체증으로 운전만 10시간.

 

9/9일 아침 호텔 조식을 야무지게 챙겨 먹고, GYM 가서 1시간 아령들고 상체 운동를 마친후  2시 30분쯤 Upperpine에 도착했다.

날씨가 선선한게 견딜만 했고, 다른 일행들과 합류하여 거창한 팟럭도 하고 일찍들 잠 자리에 들었다.

 

9/10일 새벽 5시출발하여 Little Valley Campsite 도착후 간단 아침을 먹고,  Sub Dome입구에 도착하니, 레인져가  퍼밋 검사를 하고 있었다. 내려올때 뒤를 보고 내려 오고 옆으로 걸어야 덜 미끄러진다구 몇가지 주의사항을 설명해줬다.

10시쯤 드뎌 스틱과 불필요한 짐들은 바위 밑에 숨겨두고 수통과 간식이 든 베낭만 메고 케이블 앞 줄을 서니, 꽤 많은 사람들이 하네스를 착용한 것이 눈에 들어 왔다. 슬슬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나무판자? 일명 계단이 있는데 하네스를 왜 준비 해 왔냐 물으니, 7월말에 조지아에서 온 부녀가 Half Dome 오르다 20대 딸이 사고를 당한 일 아냐고 되묻는다. 헉 @  금시초문!

유튜버들이 끼는 장갑 브랜드를 유심히 관찰해서 똑같은 걸루 구입해 왔는데, 긴장된 손으로 케이블 부여잡으니, 착 감기는게 쬐금 안심이 되긴했다. 

케이블 줄은  촘촘히 서서 기다리는 인파로 줄지 않고, 내 바로 앞에 두 남자가 똑같은 색상, 똑같은 모양 하네스를 착용하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들한테 웃으며, 하네스 준비를 못 해 와서 좀 불안 초조한데 괜찮으시다면 둘 사이에 내가 들어 가면 좀 덜 무서울것 같다고 했더니,  앗! 두 남자는 부자지간이라며 은쾌히 자리를 내어줬다. 

나무 계단?은  얇은 판자 1줄이고 10 feet마다 설치 되어 있어서 등산화 뒤축을 걸치고 1명이 서면, 그 사이 2~3명은 경사 45도~60도 각도의 암벽에 케이블을 양손으로 부여 잡고 등산화로 미끄러지지 않게 버티며 서 있다 10 feet 한구간 한구간을 올라 가길 반복 했다. 날씨는 덥지 않았지만 중간부분이 경사 가장 극심했고, 바람도 꽤 심하게 불었다. 결국 정상까지 27분이 걸렸다.

나의 Half Dome 정상의 첫 인상은 Cloud Rest 정상을 수십배 확대 해 놓은 듯했고, 크기가 축구장만 하다고 남들이 하던 말이 이제사 믿어졌다.

IMG_9741.jpg

IMG_9750.jpg

간단 점심을 먹고,  같이 온 지인과 함께 하네스를 장착한 부자 틈에 끼여서 하산을 시작했다. 지인은 두번째 등반이라 처음부터 앞을 바라 보며 내려 왔고, 나는 각도가 슬슬 급해지는 중간쯤부터는 무서워 앞으로 내려 볼 수가 없어 뒤를 보며 내려 왔다.

하네를 낀 아버지는 먼저 하네스 줄을 양쪽 케이블에 한개씩 걸고 나무 판자에 한발은 등산화 뒷축을 걸치고,  한쪽 다리는 케이블이 장착 된 쇠봉에 착 감으면서 흐뭇하게 '미끄러져도 안전하니 내려 오시오'라고 하듯 미소를 띄우면,  나는 어깨 넘어로 내려 간다는 고개짓을 보내고,  조심 조심 뒷걸음치며 내려 가길 거듭 거듭 반복하여, 하산하는데 17분이 걸렸다.

Half Dome 내려 오는 내내, 엄청 긴장한 내 얼굴을 앞으로 보며 내려 본 지인은 나보다 더 긴장?을 한 탓인지, 내려 오자마자 화장실이 급급한 표정이였고, Sub Dome를 다 내려 올때까지 볼 일 곳을 찿지 못 해 죽는 줄 알았단다.

2021년 Sub Dome도 무서워 하던 내가 무슨 정신으로 Half Dome를 해 냈는지 나도 모르겠다. 전날 팟럭때, Half Dome 퍼밋을 6년만에 겨우 받았다는 사람도 있고, 등산 30년만에 처음 Half Dome 시도한다는 사람도 있던터라 얼떨껼해 퍼밋 있을때 꼭 Half Dome 해 봐야겠다는 각오가 생긴 것 같다.

Cable Down일때 하네스만 의지해서 올라 가신 분들이 세삼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쓰던 장갑 무덤?은 더 이상 허용하지 않아서 반드시 작업용 장갑을 잘 준비해 가시라고 하고 싶다

20240908_100409.jpg